경찰 "만취한 피해자 따라가 초등학교 관사에서 성폭행"…피의자들 범행 부정
  • ▲ 지난 2일 '목포 MBC'가 보도한 신안군 섬마을 초등학교 여교사 A씨 집단 성폭행 사건 보도. ⓒ목포 MBC 보도 화면캡쳐
    ▲ 지난 2일 '목포 MBC'가 보도한 신안군 섬마을 초등학교 여교사 A씨 집단 성폭행 사건 보도. ⓒ목포 MBC 보도 화면캡쳐

    전남 신안군의 한 섬에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여교사를 학부모 등 주민 3명이 집단 성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2일 '목포 MBC'는 '신안 초교 여교사 윤간 사건'을 보도했다. 당시 목포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 밤부터 22일 새벽까지, 전남 신안군의 한 섬에 있는 초등학교 관사에서 여교사 A씨가 학부모 등 주민 3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전남 목포경찰서는 지난 3일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한 피의자들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보다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여교사 A씨는 지난 3월 피의자들이 거주하는 섬의 초등학교에 부임했다고 한다. A씨가 사건 당일 횟집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을 때 이 식당의 주인이자 학부모인 박 모(49세) 씨 등이 합석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합석을 하게 된 학부모 박 씨와 다른 학부모 김 모(38세) 씨, 후배 이 모(34세) 씨는 여교사 A씨에게 강제로 술을 권했다고 한다. 여교사 A씨는 술을 못 먹지만 학부모와 주민들의 강요에 못이겨 만취하게 됐다고.

    이후 B씨 등 피의자 3명은 여교사 A씨를 "학교 관사로 데려다 준다"며 식당에서 2km 떨어진 학교 관사로 데려간 뒤, 만취해 정신을 잃은 A씨를 차례대로 성폭행했다고 한다.

    목포 M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여교사 A씨가 끔찍한 일을 당할 당시, 토요일이어서 평소 관사에 머물던 교사 4명은 마침 섬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고 한다.

    A씨가 학부모들에 의해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매우 분노했다. 특히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초등학교 관계자와 섬 주민들의 대답은 네티즌들을 자극했다.

    해당 초등학교는 피해자인 여교사 A씨가 병가를 낸 상태라고 밝혔으며, "우리가 A씨에게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초등학교 관계자는 SBS와의 인터뷰에서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그런 것들을 차분히 해서"라고 말해, 사건과 관련해 '함구령'을 내렸음을 시인했다.

    SBS와 인터뷰를 한 익명의 마을 주민은 이번 사건에 대해 "창피하다. 관광지라서 이미지도 있고 다 가정 있고 자식들도 있는 남자들이잖느냐"고 말했다. 이는 제3자가 듣기에 따라 피해자의 고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답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피해자의 몸 속에서 정액을 채취, 피의자 3명의 DNA를 확인한 경찰은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여교사 A씨를 집단 성폭행한 가해자들이 범죄를 공모 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피의자 3명은 A씨의 몸 속에서 본인들의 DNA가 확인 되었음에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피의자는 "해당 교사를 챙겨주려 했다"는 뻔뻔스런 대답을 내놔 네티즌들을 분노케 했다. 

    한편 여교사 A씨가 학부모 등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은 언론보도나 경찰 발표가 아니라 그의 남친이라는 사람에 의해 처음 알려지게 됐다.

    지난 5월 2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피해 여교사의 남친'이라는 사람이 매우 유사한 정황이 담긴 글을 올린 뒤 여론이 시끄러워지자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당시 '피해 여교사의 남친'이라는 사람은 '도와주세요. 여자친구가 윤간을 당했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교사인 여자친구가 학부형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학부형의 조카와 다른 모르는 사람들 여럿이서 술과 식사를 했다"며 "술을 먹기 싫다는 여자친구에게 강제로 술을 권해 취하게 만들고 만취한 여자친구를 집까지 데려다준 뒤 서로 돌아가며 윤간을 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여자친구는 일어난 즉시 경찰에 신고를 했다"며 "여자친구는 몸을 씻지 않은 상태로 다음날 정액과 체모 등 DNA 채증을 완료하고 저 또한 그 자리에 동행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글은 지난 3일 오전 삭제됐지만, 글을 캡쳐한 네티즌들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전남 신안군 일대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염전 섬노예 사건, 양귀비 대량재배 적발, 신원 확인이 안 되는 시신들이 꾸준히 발견되는 점 등을 거론하며 "현지 경찰이 사건을 숨기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 지난 5월 23일 여교사 A씨의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포털 게시판 캡쳐
    ▲ 지난 5월 23일 여교사 A씨의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포털 게시판 캡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다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피해 여교사가 A씨 뿐이겠느냐"는 주장이었다.

    전남 신안군청 홈페이지 공지사항 가운데 있는 '무연고 시신 확인' 코너, 과거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과 그 피의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전례 등을 거론하면서 "여교사 A씨 외에도 충분히 (다른 범죄 희생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여교사 A씨가 섬 안이 아니라 배를 타고 나가 112에 신고, 증거를 제시했기 때문에 피의자들을 잡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여교사 A씨가 학부모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곳이 H섬에 있는 H 초등학교라고 특정지었다. 근거로 내세운 것은 목포 MBC의 방송 화면과 포털 사이트의 로드뷰 등을 비교한 내용이었다.

  • ▲ 신안군청 홈페이지 메인화면 가운데 '고시 공고' 섹션으로 들어가 '무연고'를 검색하면 이 같은 결과가 뜬다. 현재 3페이지까지 게시돼 있으며, 2008년부터 '무연고 시신'에 대한 고시를 시작했다. ⓒ전남 신안군청 홈페이지 캡쳐
    ▲ 신안군청 홈페이지 메인화면 가운데 '고시 공고' 섹션으로 들어가 '무연고'를 검색하면 이 같은 결과가 뜬다. 현재 3페이지까지 게시돼 있으며, 2008년부터 '무연고 시신'에 대한 고시를 시작했다. ⓒ전남 신안군청 홈페이지 캡쳐

    이 같은 증거와 함께 네티즌의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현재 포털 사이트 등에서 '신안 여교사 윤간사건'과 관련한 기사들이 메인 화면이나 실시간 검색어에 뜨지 않는 모습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범죄 소굴이나 마찬가지인 전남 신안군을 옹호하려는 거대한 세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들이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와 섬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현행 법률 때문이다.

    현행 형법 제307조 제1항에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어, 언론들이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와 섬 이름 등을 함부로 보도할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해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는 언론과 달라, 내부 규정에 따라 관련 기사들을 게재하는 순서를 바꾸거나 검색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