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야당끼리 잘 협력하자"는 말에 "19대 국회 전처 밟지 말자"는 말로 응수
  •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오른쪽). 이날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상호 원내대표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굴욕'을 줬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오른쪽). 이날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상호 원내대표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굴욕'을 줬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두 야당이 만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그러나 박지원 원내대표의 표정은 갈수록 굳어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상견례를 위한 회동을 했다.

    먼저 우상호 원내대표와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가 도착했다. 우 원내대표는 빨간 색깔의 광주 유니버시아드 기념 넥타이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당 색깔인 초록색 넥타이를 맸다.

    우 원내대표는 취재진을 향해 "원내대표 당선 때도 이 넥타이를 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요즘 넥타이 정치를 한다고 해서 메고 왔다"고 말했다.

    일찍 와서 상견례를 기다린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여러 기자들이 박지원 원내대표와 함께 입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가 회의가 늦게 끝나서 차를 타고 오면 충분히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며 "기자들이 걸어와야 해 모시고 오느라고 늦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와서 기다린 우상호 원내대표가 박 원내대표에 "먼저 축하드리고 앞으로 우리 원 구성부터 야당끼리 잘 협력하자"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야당이 역할을 해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많이 도와달라"고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의 말에 엷은 미소를 띠면서 "19대 국회의 전처를 밟지 말고 일하는 국회, 특히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민생 경제 생각하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캐스팅 보트의 역할이 아니라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안마다 한쪽의 편을 들어주는 중재자 역할을 넘어서 국정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앞서 충분히 일찍 올 수 있었지만, 기자들과 함께 오느라 늦게 왔다는 내용 역시 더민주가 가진 의석수에 기죽지 않고 할 말을 당당하게 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박 원내대표는 "제1 당에서 베풀어야지, 적은 당에 내놓으라 하면 안 되죠"라며 쐐기를 박았다.

    우 원내대표는 크게 웃으며 "여소 여대 국회 때 원내 총무를 하시면서 원내대표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면서 "박지원 대표는 존경하고 성품을 잘 아는 관계니 신뢰관계하에서 풀어가고 싶다"고 했다.

    또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선 협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 ▲ 이날 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기념 넥타이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녹색 넥타이를 맸다. 국민의당을 배려한 의상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넥타이를 하지 않았고,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녹색 넥타이를 매 대조를 이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날 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기념 넥타이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녹색 넥타이를 맸다. 국민의당을 배려한 의상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넥타이를 하지 않았고,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녹색 넥타이를 매 대조를 이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다시 박지원 원내대표가 "굉장히 합리적이고 시원시원한 인격을 가진 분이니까, 제1당의 원내대표로서 충분한 리더십을 발휘하리라 본다"며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진짜 잘해야지, 이 상태가 비난받는다고 하면 정치권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더민주가 원내 1당이 된 만큼 국정운영의 책임이 늘어났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압박을 거듭한 셈이다.

    그러자 우상호 원내대표가 "호남에서 저희가 심판을 세게 받아서 반성해야겠다"며 "호남에서 오만하지 않았나 생각해서 호남 민심도 잘 받들겠다. 약속드린다"고 맞받았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의당이 대변하는 호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뜻으로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당에 빼앗긴 지지층을 가져오겠다는 선전포고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 수석도 한마디 하시라"며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에 발언을 권했지만, 정작 그의 눈 맞춤에는 전혀 응하지 않았다. 엷은 미소조차 짓지 않고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집사람이 녹색 넥타이를 매고 가라고 했다며 "박지원 원내대표, 우리 김관영 수석이 말씀하시는 것은 일하는 국회와 민생국회를 만드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라고 짚었지만 허사였다.

    두 야당은 비공개 회동 없이 그 자리에서 만남을 마무리 지었다. 먼저와 기다리고, 넥타이를 매고 덕담을 건넸지만, 굴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더민주 두 원내대표-수석부대표에 굴욕을 안긴 이유로는 같은 날 우상호 원내대표의 발언이 그 발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교문위를 제외한 타 상임위의 분할과 통합은 안 된다고 말한 우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그렇게 할 것이라면 협상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 자기가 정해서 통보해주면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나아가 "우리는 거기에 대해 반대할 권리가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대안으로 윤리위와 정보위, 여가위를 통폐합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