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국민의당으로 몰아낸 뒤 치른 선거, 패배시 책임론 급부상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12일, 총선 유세일정을 마치고 꽃을 받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12일, 총선 유세일정을 마치고 꽃을 받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4.13 총선 공식 선거유세가 끝나고 투표만이 남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총선 승리 목표를 107석으로 지목하면서 "현행 의석수를 지켜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번 총선에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당에서 출마한 호남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대권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더민주는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양산 당 대표와 김종인 서울 당 대표 두 사람이 각각 지원유세를 다녔다. 김종인 대표는 철저히 경제 이야기를 하고 다녔고, 문재인 대표는 정권심판론과 더불어 야권연대를 거부한 국민의당 심판론을 들고나왔다. 두 당 대표 간 분업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당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지원유세를 한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더민주가 100석을 넘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와 비교했을 때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을 상대로 탈환할 지역구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더민주가 새누리당으로부터 빼앗아 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곳들은 대부분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확실하게 더민주가 새누리당을 상대로 탈환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대표적인 경합지역으로 거론 되는 지역들은 주요 격전지들이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경남 김해을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포기한 대구 수성갑, 이정현 의원이 버티고 있는 순천 정도가 야당이 탈환 가능한 의석으로 손꼽힌다.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당선 후 복당 가능성이 제기되는 야권 인사에는 홍의락 후보 정도다.

    그에 반해 더민주가 새누리당에 빼앗길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는 훨씬 많다. 다수의 자당 의원들이 현역으로 있는 수도권, 특히 서울 강북 벨트를 중심으로 경합구도가 벌어지고 있다. 정세균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종로는 물론 안규백 의원이 있는 동대문구갑, 신계륜 의원이 있었던 성북을 등이 전부 격전지다. 더민주로서는 여차하면 대규모 의석 손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5.18광주 묘소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있다. 왼쪽으로 DJ 3남인 김홍걸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5.18광주 묘소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있다. 왼쪽으로 DJ 3남인 김홍걸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역구뿐만 아니라 비례대표에서도 더민주는 비상이 걸렸다. 다름 아닌 '교차투표' 문제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선거 막판 호남에 두 번째 내려온 호남 각지에서 "비례는 국민의당을 주셔도 좋으니 지역구는 우리 후보를 살려달라"고 읍소했다.

    비록 호남 민심이 싸늘한 것을 감안해 몸을 바싹 낮춘 발언이지만 이같은 분위기가 투표장까지 이어진다면 더민주가 비례대표로 얻을 수 있는 의석수도 많이 줄어들 수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호남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감지된다. 종로에 있는 5선의 더민주 범친노 최대계파의 수장인 정세균 후보 측 전화홍보원조차 "당이 조금 언짢으시면, 당은 선생님 마음대로 고르시고요. 후보는 될 수 있는 후보, 좋은 세균 정세균입니다"라고 할 정도다. 더민주가 비례대표를 통한 의석수 확보를 낙관하지 못하는 대목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20명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21명이 당선됐지만, 홍의락 의원이 컷오프되자 탈당하면서 현재 숫자가 완성됐다. 당시 19대 총선에서 정당투표는 야권지지자의 경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밖에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없어 야권지지자들 대부분이 더민주에 몰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새로 생겼다. 더민주로서는 비례대표 의석에서도 야권 결집을 통한 추가 의석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비례대표 의석수 자체가 7석 줄어들었다. 지역구가 253석으로 늘어나면서 비례대표 의석은 줄어든 것이다. 더민주로서는 정당투표에서 의석수 늘리기를 고민하기보다, 오히려 몇 석이나 지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판이 됐다.

    때문에 현행 의석수를 지켜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의 관심은 만일 더민주가 100석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 경우, 향후 당 내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느냐다. 총선결과에 따라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질까.

    정치권 관계자는 "2.8 전당대회 때도 그랬고 문 전 대표의 스타일상 아마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반응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비노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20대 국회에 더민주로 들어온 의원들이 반문(反文)의 깃발을 다시 세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