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 공천 악몽 끝난 줄 알았는데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나타난 공관위원
  • ▲ 서울 중구성동을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지수 후보와(사진) 국민의당 정호준 후보는 지난 6일 사실상 단일화 결렬을 공식 발표했다. ⓒ뉴시스 사진DB
    ▲ 서울 중구성동을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지수 후보와(사진) 국민의당 정호준 후보는 지난 6일 사실상 단일화 결렬을 공식 발표했다. ⓒ뉴시스 사진DB

    서울 중·성동을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지수 후보와 국민의당 정호준 후보가 '기만', '꼼수' 등 서로를 향한 악감정만 남기고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며칠 전만 해도 시민사회단체인 '다시민주주의포럼'의 중재를 통해 단일화를 이루겠다며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경선 방식을 놓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더민주 이지수 후보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기만적인 단일화 제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수 후보는 "지난 3일 포럼의 중재 아래 합의안이 만들어졌지만, 정호준 후보는 협의 사항과 중재안도 모두 거부하고 결국 일방 파기했다"며 "그동안 자신이 주장한 내용을 스스로 뒤집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호준 후보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며 "앞에서는 공동의 선을 위한 단일화를 말하지만, 실제 협상에서는 자신의 이익과 주장만을 요구하는 것이 실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당 정호준 후보는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지수 후보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진 국민 배심원제 50% 도입을 고집하는 것은 꼼수"라고 반박했다. 

    정호준 후보는 입장자료를 통해 "국민배심제는 유권자가 아닌 외지인들로 구성된 배심원 경선이라 표심과 다른 비민주적 제도"라며 "신인가산점 주는 방식의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을 이지수 후보가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더민주 이지수 후보는 여론조사만으로는 후보의 본선경쟁력을 판단하기 힘들어서 배심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당 정호준 후보는 배심원단을 외부인으로 구성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두 후보는 경선 방식을 놓고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 ▲ 지난해 5월 더민주(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청년위원장으로 임명되며, 문재인 전 대표로부터 당기를 건네받아 휘두르고 있는 정호준 의원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지난해 5월 더민주(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청년위원장으로 임명되며, 문재인 전 대표로부터 당기를 건네받아 휘두르고 있는 정호준 의원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하지만 정호준 후보의 컷오프를 결정한 공천관리위원 출신이 이지수 후보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처음부터 단일화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냐는 관측도 있다. 

    더민주 공관위는 지난달 14일 중·성동을을 전략 지역으로 지정 요청, 당시 더민주 소속인 정호준 의원을 공천 배제(컷오프)했다.공관위는 정호준 의원의 경쟁력이 낮다며 대신 출마할 인물을 물색해 현재의 이지수 후보를 내세웠다. 

    정호준 의원은 부친 정대철 전 상임고문을 따라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강일 전 공관위원은 현재 이지수 캠프에서 총괄을 맡고 있다. 그는 "당시 정호준 의원을 컷오프한 이유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가) 국민의당으로 가더니 단일화 제안으로 다시 우리당에 후보로 신청한 셈"이라며 "논리적·윤리적으로 맞지 않고 경우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강일 전 공관위원은 단일화 협상테이블에 대리인으로 나갈 정도로 이지수 캠프에서 요직을 맞고 있다. 

    정호준 후보측 관계자는 "당시 더민주서 공관위 사람은 당과 관련 없는 외부인이랬는데 지금 그 사람이 협상대리인으로 나올 정도로 이지수 캠프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전부터 당 지도부와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결과적으로 더민주는 정호준 후보를 컷오프한 사람을 전장에 다시 투입한 셈이다. 

    활동이 끝난 공관위원이 후보 캠프에 가서 활동하는 걸 문제 삼을 수는 없겠지만 과연 공천 칼을 맞은 정호준 후보가 자신을 찌른 공관위원과 협상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