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아직 중·성동乙 공천 안해… 안철수 "영입 고려할 수 있다"
  • ▲ 더불어민주당 정호준 의원의 컷오프가 야권통합 무산에 따른 인질살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더민주(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청년위원장으로 임명되며, 문재인 전 대표로부터 당기를 건네받아 휘두르고 있는 정호준 의원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정호준 의원의 컷오프가 야권통합 무산에 따른 인질살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더민주(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청년위원장으로 임명되며, 문재인 전 대표로부터 당기를 건네받아 휘두르고 있는 정호준 의원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먼저 국민의당에 투신한 아버지 정대철 전 상임고문과는 달리 더불어민주당에 남았던 정호준 의원이 컷오프당함에 따라, 뒤늦게라도 불효(不孝)를 후회하고 부친의 선견지명을 뒤따를지 관심이 쏠린다.

    더민주는 14일 오전 발표한 서울 중·성동을을 전략 지역으로 지정 요청했다. 이 지역구의 현역 국회의원인 정호준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하고 컷오프됐다는 뜻이다.

    이날 발표 직후 더민주 핵심관계자는 서울 중·성동을을 전략 지역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정호준 의원의) 경쟁력이 낮다는 게 공관위의 판단"이라며 "최근 특히 중·성동을에는 공관위 차원에서 (대신 출마할) 인물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권 관계자들은 "납득이 잘 가지 않는 설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지난 1월 27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 정호준 의원을 대표비서실장으로 임명하기로 하고 이 문제와 관련해 정대철 전 고문과 상담하기까지 했다. 지역구에서 컷오프를 당할 정도로 경쟁력이 낮은 국회의원을 핵심 보직 중의 하나인 대표비서실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시에도 김종인 대표의 상담 전화를 받은 정대철 전 고문은 "(아들 정호준 의원의 비서실장 임명은) 안 된다"고 잘라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호준 의원의 개인적인 능력·경쟁력과 관계없이, 당직 임명으로 일종의 '인질' 겸 '볼모'의 신세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대철 전 고문은 당시 "더민주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안을 들쑤시더니 이제는 우리 집안도 부자지간에 나눠진 것처럼 보이려고 들쑤셔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정말 악의적이고 악질적인 정치"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정호준 의원의 컷오프는 더민주가 야권통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가, 통합·연대의 가능성이 없어지자 '인질을 죽여버린' 악랄한 정치 행태를 자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정호준 의원의 낙천과 동시에 서울 광진갑·전남 목포 등 국민의당 주요 인사들의 지역구에 일제히 공천이 이뤄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민의당도 이날 더민주의 정호준 의원 컷오프 사실 발표 직후 김정현 대변인 명의의 긴급 논평을 통해 "공천이 배제된 정호준 의원은 당의 뿌리인 부친 정대철 고문(의 국민의당행)과 관련돼 보복 차원에서 정략적으로 (컷오프로) 판단한 것"이라며, 보복 낙천을 강하게 규탄했다.

    정대철 전 고문은 지난 1월 15일 더민주를 탈당할 때, 아들 정호준 의원의 거취에 관해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부친과 가까운 동교동계·구민주계 원로들도 "아버지와 아들이 다른 당에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며 국민의당에 몸담을 것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집을 부리며 더민주에 남아있던 '불효자' 정호준 의원만 돌연한 '날벼락'을 맞게 됐다.

    이에 따라 두 달 만에 정호준 의원의 거취가 다시금 정치권의 관심을 끌게 됐다. 이미 불효를 돌이킬 수 없게 돼, 비만 오면 강가에서 우는 것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청개구리와는 달리, 정호준 의원은 아직 정치적 거취를 결단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더민주로부터 '컷오프'라는 주홍글씨를 얻어맞은터라, 지난 1월 부친이 탈당할 때 단호하게 정치적 거취를 함께 하는 것보다는 모양새가 안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이날 3차 공천 결과 발표까지 정호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을을 비워놓음에 따라, 뒤늦게라도 국민의당에 올라타 충(忠)과 효(孝)를 다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선대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본인의 의사가 있다면 (영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박지원 의원도 "남의 당에서 컷오프 당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좀 그렇다"면서도 "만약에 그분들이 국민의당에 오고 싶다고 한다면 우리가 검토해볼 수 있다"고 거들었다.

    다만 현재 소속 의원 수가 19석인 국민의당은 정호준 의원이 합류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컷오프된 임내현 의원이 조만간 탈당할 것으로 알려져, 교섭단체가 되더라도 곧 '도로 19석'으로 돌아갈 예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