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법적대응" 경고에 이행자 "하라고 하라", 김희철 "여론조사 100% 해야"
  • ▲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박왕규 예비후보(사진 오른쪽)가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안철수 대표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박왕규 예비후보(사진 오른쪽)가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안철수 대표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사천(私薦) 논란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던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박왕규 예비후보가 입을 열었다. 그간 안철수 대표의 측근이라는 점을 감안해 입장 발표를 삼갔지만, 더 이상 '특정후보 죽이기'를 초래하는 상대 진영의 공세를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박왕규 후보의 해명에 같은 지역구에 등록한 김희철·이행자 예비후보는 다시 반발하는 등 3자 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국민의당은 후보 등록까지 불과 일주일여 밖에 남지 않은 16일 4차 공천 발표에서도 서울 관악을을 보류하는 등 중앙당 차원의 해법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민선 2~3기 관악구청장과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희철 전 의원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서울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8~9대 서울시의원을 지낸 이행자 전 시의원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대표의 '진심캠프' 대외협력실 부실장을 지낸 박왕규 예비후보, 이렇게 세 명이 서울 관악을의 국민의당 공천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이 중 박왕규 후보가 국민의당 면접에서 최고 득점을 이미 받은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면접 점수를 근거로 단수공천을 하거나, 면접이 50% 반영되는 경선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지역사회에 파란이 일고 있다.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기초·광역의원을 하며 지역 기반을 탄탄히 쌓아온 상대 후보들은 이미 후보가 사천(私薦)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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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의혹에 대해 박왕규 후보는 이날 본지에 전달한 입장서를 통해 "관악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관악을에 많은) 호남 원적 주민인 내가 공심위 면접을 통해 단수추천을 받았었다"며 "이미 단수추천을 받은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게 역차별로 생각됐으나,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을 막기 위해 (경선) 제안을 수용키로 했던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아울러 현재 서울 관악을에 적용이 검토되고 있는 '면접 50% + 여론조사 50%' 경선안을 가리켜 김희철·이행자 후보 측에서 "민주적이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은 경선 방법"(김희철 전 의원) "당헌·당규에도 없는, 안철수의 남자를 위한 기형적인 경선 룰"(이행자 전 시의원)이라고 비판하는 것을 향해서도 반박했다.

  • ▲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행자 전 서울시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행자 전 서울시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왕규 후보는 "당 공천시행세칙 19조 2항에 따르면, 공관위는 합리적일 때에는 여러 경선 방식을 혼용해 각 방식의 반영 비율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경선안은 특정 예비후보를 사천하려는 공천안이 아니라, 단수추천된 예비후보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공천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행자 전 시의원이 "박왕규 씨는 지역주민들에게 자신이 전략(공천)을 받는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박왕규 후보는 법적 대응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김승남 의원의 '욕설 통화' 파문으로 이미 고소고발전에 휩싸인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에 이어 서울 관악을도 '진실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왕규 후보는 "(전략공천을 받는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행자 후보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박왕규 후보는 지난달 17일 열린 지역구 관내 ㄴ고등학교 동문모임에서 "전략공천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확보한 이날 행사의 녹취에 따르면, 박왕규 후보는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여러 명 있으니 '(박)왕규가 공천받는 게 맞느냐' (하는데) 내가 이야기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며 "(김희철·이행자 후보 등) 다른 두 분은 중요한 이야기를 모른다"고 공천 문제를 언급했다.

    이어 "전략공천이 될 것"이라며 "혹은 경선을 하더라도 배심원 경선을 할 것이기 때문에, 지역주민이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있는 ㄴ(고등학교) 선후배들이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고, 투표도 할 수 없다"며 "그러니까 그것(공천)조차도 역시 내게 맡겨주면 내가 알아서 다 하겠다"고 자처했다.

    지난달 17일은 약 한 달여 전의 시점으로, 국민의당 공천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던 때다. 이 때 이미 100% 안심번호에 의한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확정적으로 배제하고, 전략공천을 받을 가능성을 시사하거나 경선을 하더라도 숙의배심원단 경선을 하기 때문에 "맡겨주면 알아서 다 하겠다"라고 자신했다는 것은 의혹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 ▲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희철 전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서울 관악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희철 전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왕규 후보는 녹취에서 밝혀진 전략공천 언급에 대해 "두 후보 중 한 후보는 경선불복으로 잦은 탈당을 했고, 다른 한 후보는 시의원 사퇴로 보궐선거를 유발해 혈세를 낭비시킨다는 흠결로 지역주민들의 비판 여론이 높았다"며 "정황상 내가 단수추천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였고, 이 정도의 발언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숙의배심원단 경선 거론과 "내가 알아서 다 하겠다"는 대목과 관련해서도 "경선의 한 방식을 예측한 것"이라며 "배심원제로 치르게 된다면 후보자의 역량으로 평가받을 뿐 동문들이 도움을 줄 방도가 없다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희철 전 의원과 이행자 전 시의원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녹취까지 등장한 마당에 서울 관악을의 국민의당 공천을 둘러싼 '진실 공방'은 지역 주민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해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명쾌하게 선출될 때까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행자 전 시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박왕규 후보의 '법적 대응' 경고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라고 하라"며 "(전략공천을 받는다고 하고 다니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아주 많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박왕규 후보) 본인을 도왔던 사람들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심지어 (더민주) 정태호 후보조차 '박왕규 후보가 그러던데 본인이 전략(공천)을 받는 걸로 결정났다던데 사실이냐'고 물어올 정도"라고 분개했다.

    김희철 전 의원도 본지와 통화에서 "지역주민들로부터 박왕규 후보가 '안철수의 남자이기 때문에 전략공천을 받을 수가 있다'고 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들었다"며 "오늘(16일)도 지역을 한 바퀴 돌고왔는데 '(박왕규 후보를) 전략공천하면 (김희철 전 의원이 후보로) 나갈 수가 있겠느냐'며 안철수 대표를 사랑했던 사람들이나 국민의당을 기대했던 주민들이 엄청나게 실망하고 걱정해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면접 당시에는 결과가 경선에 반영된다는 고지가 없었는데, 뒤늦게 50%를 반영하는 것은 소급으로 위법한 경선이 될 수 있다"며 "하루 빨리 관악주민 모두가 정당한 경선으로 인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안심번호에 의한) 전화여론조사 100%를 해서 공천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