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부친, 中시진핑 인척, 러 푸틴 인척, 유명 운동선수 등 명단 공개 파문
  • ▲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공식명칭은 탐사보도를 위한 국제컨소시엄)이 2015년부터 70여개국 106개 언론사와 공동으로 진행해 온 '파나마 페이퍼 프로젝트'가 5월 초에 공개될 예정이다. 21만여 개의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자료가 공개된다. 이 가운데는 한국인 195명도 연루돼 있다고 한다. ⓒICIJ 파나마 페이퍼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쳐
    ▲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공식명칭은 탐사보도를 위한 국제컨소시엄)이 2015년부터 70여개국 106개 언론사와 공동으로 진행해 온 '파나마 페이퍼 프로젝트'가 5월 초에 공개될 예정이다. 21만여 개의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자료가 공개된다. 이 가운데는 한국인 195명도 연루돼 있다고 한다. ⓒICIJ 파나마 페이퍼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쳐

    무하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 페트로 포로셴코, 나와즈 샤리프, 마우리시오 마크리,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익손, 아야드 알라위, 알리 아부 알 라그합, 하마드 빈 할리파 알 타니, 세르게이 롤두긴, 등지아구이, 자칭린, 청룽, 알라 무바라크, 알마도 히노호사, 패트릭 헨리 드빌러, 코조 아난, 리오넬 메시, 노재헌 등.

    지난 4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이하 ICIJ)’의 협조를 얻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인물들의 이름이다. 대부분은 한 나라의 대통령, 총리, 국왕 등 국가지도자급이다. 전직 유엔 사무총장의 아들도 눈에 띤다.

    구체적으로 이름이 나오지 않은 사람 가운데는 리펑 前중국 공산당 국무원 총리의 딸,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의 측근,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의 처남 등도 있다. 스포츠계에서는 리오넬 메시 뿐만 아니라 미셸 플라티니 前EU축구협회 회장, 제롬 발케 前FIFA 회장 등도 있다.

    ICIJ가 세계 79개국 106개 언론사의 특별취재팀과 공동 작업을 벌여 정리한 데이터에는 200개국과 연관이 있는 21만 4,000개 이상의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ICIJ가 공개한 데이터를 처음 입수한 곳은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자이퉁’이었다고. ‘쥐트도이체자이퉁’은 파나마 최대의 로펌이자 조세피난 전문업체인 ‘모색 폰세카’의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고 한다. 문제는 데이터 분량이 너무도 방대했다는 점. 1977년부터 2015년까지 수십만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주면서 돈세탁과 탈세를 도와준 증거 자료로 문서 1,150만 건, 용량은 2.6테라바이트에 달했다.

    이전부터 ‘모색 폰세카’가 세계 30만여 개의 페이퍼 컴퍼니와 관련이 있으며, 이를 통해 돈세탁, 탈세 등을 서비스한다는 의혹을 품고 있던 세계 주요 언론사들은 이 소식을 접한 뒤 ICIJ와 힘을 합쳐 데이터 분석에 나섰다고 한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한국 언론사들이 작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 기간은 1년 가량 소요됐다고 한다.

    ICIJ는 5월 초에 21만 개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자료 유출의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모색 폰세카’ 측은 “우리는 고객들을 위해 익명성을 제공할 뿐 돈세탁, 탈세, 탈루를 돕지는 않는다”고 주장했고, ICIJ 측도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다는 점 자체가 범죄는 아니다”라고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ICIJ와 주요 언론사들이 밝혀낸 페이퍼 컴퍼니의 상당수가 전현직 국가지도자, 각국 권력층, 재벌, 유명 스타라는 점 때문에 ‘불법적인 면’이 클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리펑 前중국 총리의 딸,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의 처남, 청룽(성룡),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의 측근 등의 이름이 나오면서, 국민들의 민심이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한다.

    현재 中공산당은 ICIJ가 밝혀낸 페이퍼 컴퍼니와 관련한 내용을 온라인과 SNS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철저히 막고 있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관련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한다. ‘호랑이 사냥’과 ‘파리 사냥’을 외치며 정적 숙청에 열을 올리던 시진핑과 中공산당 지도부도 난감해 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부친이, 아이슬란드, 아르헨티나에서는 총리, 대통령이 직접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외신들은 영국을 비롯한 EU국가와 호주 등에서는 이번 ‘파나마 페이퍼 컴퍼니’ 사건과 연루된 자국민들에 대해 수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노태우 前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가 ‘매섹 폰테카’를 통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일부 언론은 노재헌 씨의 페이퍼 컴퍼니가 SK그룹의 비자금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한국 정부도 슬슬 움직이는 분위기다. 5일 금융감독원은 ‘파나마 페이퍼 컴퍼니’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 주소 등록자 195명에 대해 ‘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조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다만 ICIJ가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 컴퍼니’ 자료가 페이퍼 컴퍼니 설립과 관련한 내용일 뿐, 불법 행위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실 관계와 범죄 혐의 여부를 밝히는 것으로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ICIJ가 공개한, 한국인 명의의 페이퍼 컴퍼니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는 기대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ICIJ 회원 매체인 ‘뉴스타파’가 2011년과 2013년에 공개한, ‘페이퍼 컴퍼니’ 설립 한국인들에 대해 금융 당국이 국민들이 예상한 것 같은 강력한 처벌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또한 일반에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