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가디언 “英은행가, 北 위해 페이퍼 컴퍼니 설립…핵개발·무기밀매 관여”
  • ▲ 英가디언은 지난 4일(현지시간) ICIJ가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 자료 가운데 북한 정권의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다고 보도했다. ⓒ英가디언 관련보도 화면캡쳐
    ▲ 英가디언은 지난 4일(현지시간) ICIJ가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 자료 가운데 북한 정권의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다고 보도했다. ⓒ英가디언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3일 ‘국제탐사보도컨소시엄(ICIJ)’이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의 후폭풍이 북한을 향해서도 불어 닥칠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의 대상기업인 ‘모색 폰세카’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준 고객 가운데는 북한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英‘가디언’은 “영국인 은행가가 북한의 무기밀매를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줬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이 지목한 영국인은 20년 넘게 북한에서 생활하며, 북한 독재정권이 무기 밀매와 핵무기 개발 자금을 확보하도록 도운 ‘니젤 코위’라고 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한국어와 중국어가 유창한 ‘니젤 코위’는 에딘버러 대학 출신으로, 북한 정권을 위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DCB 파이낸스’를 세워줬다고 한다. ‘가디언’은 또한 니젤 코위가 북한 문화성과 함께 CD와 DVD를 제작, 유통하는 ‘피닉스 상업 벤처’라는 페이퍼 컴퍼니도 설립했다고 전했다.

    ‘니젤 코위’는 HSBC은행 홍콩지점에서 근무하다 1995년 북한으로 들어간 뒤 처음에는 ‘평양호텔’이라는 직원 3명의 소규모 여관을 운영했다고 한다.

    이후 김정일의 신임을 받고선 ‘대동신용은행’이라는 최초의 해외설립 은행에서 책임자를 맡았다. 2006년 페이퍼 컴퍼니 ‘DCB 파이낸스’를 세울 때 서류상으로는 ‘평양국제문화회관’을 주소로 등록하고, ‘김철삼’이라는 북한인을 대표로 내세웠다고 한다.

    문제는 ‘니젤 코위’가 ‘김철삼’ 등을 내세워 ‘DCB 파이낸스’를 설립했던 시기가 2006년 7월 북한 김정일 집단이 동해상으로 탄도 미사일 7발을 잇달아 발사하고, 10월에는 지하 핵실험을 실시해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 때라는 점이다.

    ‘가디언’은 “모색 폰세카는 위험이 매우 큰 거래를 맡아 처리했다”면서 ‘니젤 코위’의 의뢰를 받아 ‘DCB 파이낸스’를 설립한 것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등의 제재 대상이라는 점을 몰랐을 리 없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은 2013년 6월 북한의 ‘대동신용은행’과 ‘DCB 파이낸스’, 그 주주로 알려진 ‘김철삼’ 등이 ‘탄천상업은행’과 함께 북한의 무기 밀매,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수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를 위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판단해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가디언’은 “파나마 페이퍼스의 주인공 ‘모색 폰세카’는 니젤 코위가 주소까지 제공했음에도 북한과 연계된 회사라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면서 “모색 폰세카는 2010년이 되어서야 북한 측의 대리인 자격을 그만 뒀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니젤 코위는 2011년 ‘중국계 컨소시엄’에 ‘DCB 파이낸스’의 지분을 팔아넘겼다고 한다. ‘모색 폰세카’와 니젤 코위가 북한 소유의 페이퍼 컴퍼니에서 손을 뗀 이유도 버진 아일랜드 금융당국의 공문을 받은 뒤 수사망이 좁혀진 뒤였다고 한다.

    한편 ‘가디언’이 전한 북한 페이퍼 컴퍼니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파나미 페이퍼스’의 주인공인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문서의 규모로 볼 때 북한이나 테러조직과 같은 국제사회 제재 대상들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자금을 조달하고 융통했던 사례는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