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與 후보 난립할 기미 보이자, 親盧·親文 세력 못 참고 준동질 시작하나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4일 서울 마포에서 정청래와 함께라는 슬로건 하에서 열린 손혜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4일 서울 마포에서 정청래와 함께라는 슬로건 하에서 열린 손혜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선거를 패배로 이끌고 싶은 꿈틀거리는 본능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나. 새누리당이 '막장 공천' 끝에 '옥새 파동' 등 최후의 자중지란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위기에 빠지자 귀신같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그 주인공이다. 정치권에서는 "패배하는 곳에 그들이 있고, 그들이 있는 곳이 패배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선거 패배 전문가이자 연전연패의 달인들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패배를 시작으로, 친노·친문 세력을 움직여 김한길·안철수 체제를 뒤흔들어 2014년 7·30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패배의 신기원을 써내려갔다. 본인이 지난해 2·8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가 된 뒤로는 4·29 재보선에서 4개 국회의원 선거구를 하나도 남김없이 지는 치욕의 영패를 비롯, 10·28 재보선에서도 참패하는 등 선거 패배사에 한 획을 그었다.

    잇단 선거 패배로 원심력이 커지면서 위기에 빠진 당은 결딴이 나기에 이르렀다. 분당을 야기한 장본인인 셈이다. 실로 '패배의 아이콘'이자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성근 전 최고위원도 문재인 전 대표의 최측근인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사표를 던진 지난해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판에 뛰어들어 패배에 일조했다. 서울 관악을은 호남세가 아주 강한 곳인데, 친노의 대표 인사가 설치고 다녔으니 패배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당시 관악 지역의 야권 관계자는 "문성근 씨가 나타난 것은 완전히 이적(利敵)질"이라며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를 도와주고 있다"고 분개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말그대로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는 오신환 의원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더민주 황창화 후보를 상대로 친노 딱지 붙이기에 돌입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정무비서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무수석을 한 경력을 굳이 들춰내며 "경력이 정말 좋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재임 시절 호남의 반노(反盧) 정서를 불러일으켜 야권이 이 지경에 빠지게 된 근본적 책임을 지고 있는 자로, 이번에 국민적 공분을 사 컷오프 대상으로 전락하자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를 결행한 해당행위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국무총리까지 지낸 몸으로 부끄러움과 염치를 모르고 정치자금을 불법 수수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확정 유죄 판결을 받아 현재 영어(囹圄)의 몸이 돼 있다. 얼마 전에는 나라에 응당 내야 할 추징금을 내지 않아 영치금까지 압류당하면서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적'으로 전락한 이들과의 인연을 굳이 들춰내는 것은 낙선증명서 발급에 다름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친노·친문 세력의 수장 문재인 전 대표 또한 경남 양산에 잠시 칩거해 있는가 싶더니 그새를 못 참고 어느새 서울에까지 발을 들이밀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24일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더민주 손혜원 후보의 선거사무소에 등장해 '표 떨어질 소리'만 골라서 했다. 이날 문재인 전 대표는 대뜸 "우리 당 공천이 잘못된 점이 있어서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일들이 있었다"며 "(정청래 의원의 공천 배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공천 탈락"이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을 낙천했기에 손혜원 후보가 공천된 것인데, 손혜원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와서 "정청래 의원의 낙천이 잘못됐다"고 하면 손혜원 후보의 공천도 잘못된 것이라는 말인지 좀체 진의를 종잡을 수 없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이어 "요즘 우리 당의 정체성 논쟁은 관념적이고 부질없는 논쟁"이라며 "진보 세력과 민주화 운동 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 본 것"이라고 강변했다.

    국민적인 공분과 반감을 사고 있는 관념진보·급진운동세력들이 더민주 내에 독버섯처럼 자리잡고 있고, 문재인 전 대표는 이들 '독버섯'들의 수장일 뿐 국민 전체를 대표할만한 자격이 없지 않은가 하는 국민적 의구심 때문에 대선 패배 등 '불임정당'으로서의 역사가 계속된 것인데, 다시 또 수권 정당으로 가는 길과는 정반대로 역주행을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비례대표 공천은 중앙위 권한을 소홀히 생각해 걱정이 많았다"며 "결과적으로 중앙위가 비례대표 순위를 정하는 공천이 이뤄졌다"고, 자신의 친위 세력들과 운동권 세력들이 판을 치게 된 비례대표 명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모두 자신이 모셔온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최근 행보를 모조리 부정하는 발언들이다.

    이와 관련해 야권 관계자는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2번 파동' 때 양산에서 나와 급거 김포공항을 통해 상경하는 소동이 벌어지면서 이 당의 실제 주인이 문재인 전 대표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렇게 된 이상 양산에 칩거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대주주 노릇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사자후"라고 분석했다.

    반면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권은 본래 균형을 회복하려는 본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라며 "새누리당이 위기에 빠지자 자연스레 문재인 전 대표의 경거망동이 발생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일 야당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나뉘어져 새누리당이 180석을 운운할 정도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이한구 위원장이 지금처럼 오만한 공천을 감히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그 결과로 여당의 '자살골'에 가까운 공천 파동이 일어나면서 균형이 반대쪽으로 휘청거리자, 이번에는 친노 세력들이 준동하면서 다시 정치판이 균형을 되찾아가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