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정체성 놓고 "일부 세력 정체성 문제 해결해야"…"부질없는 논쟁"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좌)는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입당한 진영 의원(우) 등을 앉히는 등 비운동권 인사 중심의 선대위를 구성중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좌)는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입당한 진영 의원(우) 등을 앉히는 등 비운동권 인사 중심의 선대위를 구성중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20대 총선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당의 실질적 주인 문재인 전 대표가 이제와서 그간 김종인 대표의 행보에 다른 소리를 내면서 당내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특히 당의 정체성과 야권단일화에서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그간 '탈(脫) 이념·중도실용' 노선을 앞세우며 '친노·86운동권' 등 친노패권주의와 운동권 청산을 주장해왔다. 

    앞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컷오프(공천 배제)에 들어가면서 '30~50%의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를 예고하며 친노패권주의를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었다.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서도 김종인 대표는 비(非)운동권 출신을 당선권에 배치하려 했다. 하지만 중앙위원회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결국 운동권 출신 및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당선권에 명단을 올렸다. 

    이번 공천과정이 핵심친노는 살렸다는 비판을 받고있지만 김종인 대표는 '친노패권청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 정당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며 '셀프비례' 당시 반기를 든 일부 친노·86그룹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입당한 진영 의원,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를 앉히는 등 비운동권 인사 중심의 선대위를 구성중이다. 

    '셀프공천' 파동은 사퇴 배수진 카드로 극복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양산에서 급상경해 만류하는 등 김종인 대표는 당으로부터 비례대표 2번을 '수여'받는 모습을 연출하며 '원톱'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종인 대표의 잔류로 당이 붕괴위기를 한고비 넘기며 '김종인 선거' 구도로 가자 이번엔 칩거하던 문재인 전 대표가 엇박자를 내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4일 서울 마포에서 정청래와 함께라는 슬로건 하에서 열린 손혜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4일 서울 마포에서 정청래와 함께라는 슬로건 하에서 열린 손혜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전 대표는 그간 당내 공천과정에 대부분 침묵을 지켰고, 정청래 의원이 '백의종군'을 결정하자 '디딤돌, 헌신'이라고 위로하는 등 되도록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최대한 피해왔다.

    자신이 모셔온 김종인 대표가 "이따위 대접하는 당을 위해 일할 생각없다"며 탈당하려하자 양산에서 급히 상경해 김종인 대표를 만나 "내가 당 대표였어도 (김 대표에게) 비례 2번을 줬을 것"이라며 달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4일 문재인 전 대표는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손혜원 후보의 선거사무소에 나타나 "우리 당 공천이 잘못된 점이 있어서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일들이 있었다"며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공천 탈락"이라고 주장하는 등 김종인 대표 때 일어났던 결과물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 10일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 소식에는 "음‥"이라며 말을 아끼더니 당이 한 차례 고비를 넘기자마자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더민주의 정체성 논쟁은 "관념적이고 부질없는 논쟁"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비례대표 공천은 중앙위 권한을 소홀히 생각해 걱정이 많았다"며 "결과적으로 중앙위가 비례대표 순위를 정하는 공천이 이뤄졌다"고 말해 김종인 대표의 명부를 뒤집은 친노·운동권 중심의 중앙위원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진보 세력과 민주화 운동 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 본 것"이라고도 주장했는데 이는 더민주를 탈당한 인사들이 문재인 전 대표의 '선거 연패'보다 '친노패권주의'에 질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필리버스터 종료와 함께 '야권통합론'을 꺼냈다가 지난주 "시한이 다됐다"며 연대에 선을 그었다. "후보끼리 연대하는 건 뭐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정도일 뿐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애초부터 연대를 거부하고 있어 사실상 당 차원에서의 야권연대는 없는 것으로 결정이 난 셈이다. 

    그럼에도 더민주 내 의원들 중심으로 "야권연대"가 계속 제기되자 문재인 전 대표도 나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전국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며 뒤늦게 불을 지르고 있다. 

    이처럼 두 사람이 엇박자를 보이자 문재인 전 대표는 "제 말과 김종인 대표 말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고 김종인 대표도 "문 대표 말씀하신 거 중에 내가 특별히 새겨들어야 할 게 없는 거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오고 그 이후 "더이상 킹메이커는 안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김 김종인 대표와 내년 대권을 바라보는 문재인 전 대표, 두 전·현직 실세의 주도권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