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향해 "대선 생각있다면 선언해야" 주장, 朴 대통령 질문엔 '침묵'
  •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또 한 번 선수(先手)를 쳤다. 30일 김 대표의 '총선 직후 사퇴' 발언은 사실상 대권주자로서의 '마이웨이' 선언으로 해석된다. 총선이 끝나면 사실상 대권행보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총선 승패에 관계없이 선거를 마무리 한 이후에 사퇴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퇴 시점에 대해선 "이번 총선이 끝나면 마무리를 잘하고 사퇴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무성 대표는 왜 총선을 앞둔 시점에 사퇴 카드를 꺼냈을까.

    대권 행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얽혀있는 시점에서 대권가도로 직행하는 정치적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 당헌 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가 대선에 나서려면 대통령 선거일인 2017년 12월20일의 1년 6개월 전까지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김무성 대표의 임기는 7월까지이지만, 대권에 나서기 위해 총선 직후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수순을 밝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김 대표가 사퇴 카드를 미리 꺼내든 배경에는 친박계와의 앙금을 다소 해소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선거 직후 김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았다. 선거 결과에 따라 옥새 파동 등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는 친박계의 책임론을 김 대표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총선 직후 김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며 조기 전당대회 실시를 요구하려던 친박계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모양새가 됐다. 

    김 대표가 총선 직후 무조건 사퇴를 주장함에 따라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한층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승리한다면 '아름다운 퇴장'이 되고,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깨끗하게 결과에 책임졌다고 해석될 수 있는 카드를 미리 던졌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친박계의 공세는 물론 공천 파동으로 인한 여론 악화에 미리 방어막을 친 셈이다.

    하지만 친박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김 대표의 주장은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지금 이 시점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는 것은 오히려 당 대표로서의 책임을 미리 회피하고자하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김 대표는) 앞뒤 다른 모순적 주장으로 당원과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대표가 총선 직후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는 5~6월쯤 조기 전당대회 개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무성 대표는 "국민공천제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100퍼센트 지키지 못한 데 대해, 또 그 문제 때문에 당이 일대 혼란이 있었고 언론보도에 '정신적 분당' 사태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며 "당 대표로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 대표의 대권행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대권에 대한 질문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동안 대권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하기라도 한 듯 구체적인 답변과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가 운영, 국가 리더십은 권력게임이라 권력의 생리에 대해 잘 알고, 다룰 줄 알아야 한다"며 "저는 권력의 부침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나름대로 연구도 해온 입장에서 조금은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차기 대선 출마설이 나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생각이 있다면 자기 정체성에 맞는 정당을 골라 당당히 선언하고 활동하길 바란다"며 "새누리당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직 사퇴는 대선출마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여전히 제가 그런 길(대선)을 가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감이 잘 안 보인다"고 촌평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끝까지 뒷받침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대구시당이 유승민 의원 등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후보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존영(尊影)'을 반납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머리 아픈 일이 많이 있었는데 아주 좋은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비아냥거렸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대통령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유승민 의원 지역구에 무공천을 결정함에 따라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멀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에 대해서는 "아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대권가도를 위해 비박은 물론 친박계 측과의 결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뉴데일리DB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뉴데일리DB

    김 대표는 야당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며 야권연대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해서는 "더민주를 살린 의사라기 보다는 분장사"라며 "운동권 버릇을 고치기 위해 과감한 수술을 택하지 않고 쉬운 화장을 택했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또 "이는 운동권의 민낯을 감추고 유권자를 유혹하는 것"이라며 "연극이 끝나면 화장이 지워진다. 결국 운동권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새정치를 하겠다고 정치권에 들어왔지만 새정치가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정치는 이상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다"며 "제 생각에는 이상 30%, 현실 70%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되는데 안철수 대표는 이상을 너무 높게 잡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야권연대와 관련, "정체성이 모호한 상황에서 주류와 정치를 하지 못하겠다고 탈당을 했는데, 1년이 지났나, 10년이 지났나"라며 "한 두달 사이에 또 다시 연대한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국민들이 그런분들에게 표를 주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무성 대표는 나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패권주의는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라며 "오로지 선거 승리를 위해서 이합집산하고, 탈당하자마자 손 잡고 연대하고, 이런 정치 후진성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