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계산 착오" 국정마비 초래해놓고 결국 실리 못챙기나?
  •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지만,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그가 필리버스터 연설을 진행중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지만,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그가 필리버스터 연설을 진행중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중단을 결정하자, 충성도 높은 강성 지지층이 요동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잠시 결집하는가 싶었던 지지층이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총선을 앞둔 민심(民心) 변화가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앞서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면서 이를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처럼 설명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달 24일 "우리나라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의 10개 검색 순위에 필리버스터와 관련된 5개 검색어가 10시간 이상 계속되고 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 진정으로 감사드린다"고 흐뭇해 했다.

    또 지난 26일에는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하루 30만 거리서명을 통해서 국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며 여론전에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필리버스터 정국에서도 내분은 여전했다. '서울 당대표'로 불리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혁신위원회 내 평가위원회가 만든 컷오프 명단에 반대하면서 당무위원회를 통해 권한을 확대했다. '양산 당대표'로 꼽히는 문재인 전 대표 측의 반발을 무릅쓴 권한 확대였다. 더불어민주당 전 혁신위원이었던 조국 서울대 교수는 "시스템 공천 자체를 거부하고 대표나 공관위가 전권을 갖는 과거식으로 회귀를 반대한다"며 날을 세웠다.

    야당의 기대감과는 달리 필리버스터를 통한 지지율 상승에도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되레 1%p 내려앉으며, 지난 2015년 단 한번도 없었던 1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갤럽 2월 4주차 여론조사) 

    여기에 필리버스터를 갑작스럽게 중단한다는 결정이 나면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특히 네티즌 여론이 뜨겁다.

     

  • ▲ 더민주 강성 지지층은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해 '야합'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트위터 화면 캡처
    ▲ 더민주 강성 지지층은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해 '야합'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트위터 화면 캡처
     
  • ▲ 특히 이들은 태도를 바꾼 이종걸 원내대표를 향한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트위터 화면 캡처
    ▲ 특히 이들은 태도를 바꾼 이종걸 원내대표를 향한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트위터 화면 캡처

  • ▲ 필리버스터 중단을 설득한 김종인 대표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야권 지지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게 순서"라면서 "북한하고 뭐가 다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위터 화면 캡처
    ▲ 필리버스터 중단을 설득한 김종인 대표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야권 지지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게 순서"라면서 "북한하고 뭐가 다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위터 화면 캡처
     
  • ▲ 야권 지지자 중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추가 지지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트위터 화면 캡처
    ▲ 야권 지지자 중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추가 지지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트위터 화면 캡처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강한 비판이 쏟아져나오자, 야당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초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오전 필리버스터 중단 선언을 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지만, 친노 강경파의 반대로 미뤄졌다.

    더민주 은수미 의원은 2일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종걸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 중단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절차상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비대위에서 요구를 했다는데 저희들은 들어본 바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지난 1일 중단키로 한 필리버스터는 현 시각까지 중단되지 않고 있다. 2일 오후 6시 30분 현재 이종걸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 연설 중이다.

    필리버스터 정국을 통해 모색하려 했던 지지층 결집에도 실패하고, 당내 갈등까지 불러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철저한 계산 착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비판은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때부터 예견됐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오는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강기정 의원은 이종걸 원내대표를 향해 "국민들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테러방지법을 못막을거라는 것을 안다. 필리버스터가 종료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적어도 우리의 수정안과 선거법 등 사정을 시간이 허락하는 한 호소하고 설득하는 발언을 했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