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해소 1분1초가 급한데, '선거에 지더라도 뜻대로' 매니아층 목소리에 휘둘리나
  •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1일 오전 테러방지법 입법 훼방을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방해, Filibuster)의 중단을 선언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연기하고 저녁 8시 무렵부터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를 놓고 또 '선거에 져도 그만인' 정치적 매니아 계층, '그들만의 반발'에 발목이 잡혀 헌정 정상화를 앞두고 주춤거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고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돌연 연기했다. 이에 따라 30분 뒤에 열릴 예정이던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의 기자회견도 함께 잠정 연기된 가운데, 본회의장에서는 진작부터 별다른 의미가 없었지만 이제는 의미와 함께 감동조차 없어진 필리버스터가 부질없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민주 지도부가 필리버스터 중단 방침을 밝힌 것은 전날 저녁의 일이다. 29일 심야부터 열린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내일(1일) 9시에 원내대표실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와 관련해 중대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취재진에 귀띔했다.

    이어 박영선 비대위원은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야당에 (공직선거법 입법 지연 책임과 관련한) 모든 걸 뒤집어씌우려고 한다"며 "내일 우리 스스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소수 야당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4·13 총선 때 과반 이상(의 의석을) 달라고 마지막으로 호소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미 당 지도부가 필리버스터 중단 방침을 확정했는데, 출구 전략의 모양새를 둘러싸고 24시간 이상 본회의장에서 무의미한 연단 점거와 함께 소음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소음이야 이미 여러 날째 들려오고 있으니 조금 더 참아준다 치더라도, 1분 1초라도 빨리 새로운 선거구를 확정해서 위헌 상황을 해소하고 정상적으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회의 최우선 책무다. 그런데도 지엽말단적인 부분에 골몰한 나머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에 해당하는 선거의 자유를 해하고 있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필리버스터 중단 방침이 알려지자, 일부 야권 지지자는 필리버스터를 계속하자며 악을 쓰고 있지만 이야말로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지적이다.

    국회법 제106조의2 8항은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종료되는 때에는 무제한 토론은 종결 선포된 것으로 본다"며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2월 임시국회의 회기는 오는 10일까지다. 10일까지 굳이 아흐레를 더 필리버스터를 끌고 가더라도 그날 자정이 됨과 동시에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결된다. 이후 3월 임시국회가 곧바로 11일부터 소집되면, 가장 먼저 테러방지법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는 것이다.

    일부 야권 지지자는 혹시 필리버스터를 계속하면 테러방지법의 입법을 계속 훼방놓을 수 있거나 수정안·중재안을 압박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데, 회기 종료까지만 기다리면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료되고 표결만이 기다리고 있다. 본청 연단을 점거한 채 아무리 계속해서 떼를 쓰고, 징징거리고, 울고, 노래를 부른다 하더라도 수정안이나 중재안을 이끌어내거나 마련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헌정의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는 측면에서 당장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테러방지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동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정알못(정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법알못(법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반발 때문에 제1야당 원내대표가 대내외로 공포했던 기자회견을 연기하고 주춤거리는 모양새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한 '그들만의 반발'이 생각보다 강한 모양"이라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만 내지르면 선거에는 져도 상관 없다는 정치적 매니아층의 목소리에 휘둘리는 한 제1야당이 원내 다수당이 될 길은 요원하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