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 반대하던 김 대표, "통합위해 이런저런 협상 벌일 시간 없어"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2일 '야권통합'을 제안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2일 '야권통합'을 제안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방해, Filibuster) 중단을 앞두고 '야권통합'을 제안해 논란을 빚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야권에 다시한번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며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야권이 4.13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불과 42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지금은 통합을 위해 이런저런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후보간 연대가 아닌 당대당 통합을 강조했다. 

    동시에 "더민주당을 탈당하신 분 대다수가 더민주 당시 지도부 문제를 걸고 탈당했는데 그 명분 다 사라지지 않았나"라며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세력을 정면조준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종인 대표가 말하는 야권 통합의 대상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국민의당'을 말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의당은 통합의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친노의 핍박에 탈당한 안철수 공동대표와 비노계 의원들에게 다시 힘을 합치자고 하는 것을 두고 당내 강경 친노들의 반발을 제압하기 위한 김종인식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당권까지 걸며 고수한 혁신안의 수정을 계획 중이고 필리버스터 중단에 반발하는 당내 강경파를 제압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위 20% 컷오프(공천 배제)' 발표와 함께 대구서 출마를 준비중이던 홍의락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고, 김부겸 전 의원도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자 당 지도부는 과거 혁신안 수정을 검토중이다. 

    김종인 대표는 필리버스터를 강행하자는 당내 강경파의 주장에도 중단의지를 관철시켰다. 

    당초 더민주 비대위는 지난달 29일 심야 회의를 통해 1일 오전 필리버스터 중단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김종인 대표도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어차피 테러방지법 못 막는다. 역풍이 우려되니 1일에 끝내자"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내 강경파의 반발 등 혼선으로 중단 발표를 연기, 오후 8시 무렵부터 재차 의원총회를 소집해 2일 필리버스터를 마치기로 했다. 이에 김종인 대표가 격노했다는 후문.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종인 대표가 비판을 받을 것이 예상되는 이 시점에서 굳이 야권통합을 제안한 배경에는 총대라도 메라는 당내 강경파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 아닌가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간 김종인 대표는 야권통합은 물론 연대조차 부정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즉각 '정치 구태'라며 비판했고 국민의당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하려면 왜 헤어졌는지 모르겠다. 정치 구태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선거 때만 되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합종연횡의 선거연대 얘기가 하루이틀 이야기는 아니지만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정체성이나 정당 정책, 철학이 다른 이유로 헤어지고 창당된 정당들이 선거를 위해 통합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꼬집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도 "당내 정리부터 하시기 바란다"며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