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비례대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할 것"…친전보내 친노 끌어안기 나서기도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연일 '야권통합'을 주장하는 가운데 그의 비례대표 출마 여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연일 '야권통합'을 주장하는 가운데 그의 비례대표 출마 여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방해, Filibuster) 정국 직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연일 '야권통합'을 주장하는 가운데 그의 비례대표 출마 여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일 김종인 대표가 야권통합론을 꺼내 들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치 구태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라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하는 등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어 지난 3일에도 "(김종인 대표가) 심지어 저 안철수만 빼고 다 오라, 다 받겠다 이런 오만한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며 "도대체 우리 당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면 이런 막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게 막말정치, 갑질정치"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김종인 발(發) 통합론에 내부적으로 크게 흔들리자 지난 4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어 독자 행보의 입장을 재확인해야만 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로선 결과적으로 통합논의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국민의당이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는 점에서 효과를 본 셈이다. 

    비록 국민의당이 야권통합 논의에 공식적으로 거부했지만 20대 총선승리와 함께 "수권 정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김종인 대표는 통합제안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종인 대표는 5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에서 열린 '더불어콘서트 시즌2 더더더'에 참석해 "가능한 한 야당의 힘이 더 뭉쳐질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통합 제안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다.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문병호 의원이 4일 저녁 서울 마포 당사에서 야권통합 논의를 반대하는 국민의당 예비후보들의 연호를 받고 있다. 이날 야권통합 논의에 대한 당의 입장을 결정하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가 소집되자, 국민의당 예비후보들은 대거 상경해 야권통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문병호 의원이 4일 저녁 서울 마포 당사에서 야권통합 논의를 반대하는 국민의당 예비후보들의 연호를 받고 있다. 이날 야권통합 논의에 대한 당의 입장을 결정하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가 소집되자, 국민의당 예비후보들은 대거 상경해 야권통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뉴시스 사진DB

    이처럼 김종인 대표가 통합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에는 '야권통합'의 총대를 멤으로써 당내 강경 친노세력을 규합하면서 당내 주도권도 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대표가 조만간 자신의 비례대표 출마설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여다야(一與多野)가 아닌 천하이분지계(天下二分之計)를 주장하는 김종인 대표가 앞으로도 당내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원내 진출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종인 대표가 계속해서 원외에 남게 된다면 향후 당내는 물론 범야권 통합론에도 힘이 빠지기 때문이다. 마치 천하이분지계를 주장했던 삼국지 오(吳)나라의 군사인 주유에게 수명(壽命)이 필요했듯 김종인 대표에겐 비례대표직이 필요한 상황이란 지적이다. 

    천하이분지계는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승리한 손오(孫吳)의 군사인 주유(周瑜)가 내세운 전략이다. 형주(荊州)와 서쪽의 파촉(巴蜀)을 취하고, 한중(漢中)의 장로를 병합해 서량(西涼)의 마초와 함께 동맹을 맺어 조조에 대항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주유가 병사(病死)하고 친(親)유비적 성향인 노숙이 후임으로 임명되면서 오나라는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와 궤를 함께했다. 

    비례대표 출마와 관련 김종인 대표의 입장도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총선 출마 관련 질문에 "국회 와서 젊은이들 사이에 쪼그려 앉아 일하는 것도 곤혹스러운 일"이라며 부정했다가 지난달 22일에는 "제 신상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며 입장을 바꿔 비례대표 출마에 여지를 남겼다. 지난달 29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아직 결정을 안 했다. 필요하다고 내가 판단되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할 것"이라고 말해 출마 가능성을 더욱 열어뒀다. 

    동시에 김종인 대표는 비례대표 추천 재량권까지 획득하면서 자신도 출마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더민주는 지난 29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선거와 관련된 당무위원회의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문재인표 혁신안인 '현역 의원 하위 20% 컷오프(공천배제)'와 비례대표 선출 조항 등을 손질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게 된 것이다. 

    당내 강경세력 끌어안기에도 나섰다. 

    김성수 대변인은 지난 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종인 대표가 필리버스터로 수고한 의원 모두에게 건강보조식품인 황진단액과 친전을 보내드렸다"고 전했다. 친전에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민에게 테러방지법의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본질을 널리 알려준 의원님께 고맙다는 인사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경남 양산에 칩거 중인 '양산 당대표'인 문재인 전 대표가 이르면 내주부터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서울 당대표'인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