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재분당 기회삼아 쭉정이 쳐내고 홀로설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직접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선을 그었음에도, 일부 선거공학적 야합에 혹해 있는 인사들이 계속해서 당을 흔들면서 국민의당 내부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재분당(再分黨)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온 만큼 차체에 안철수 대표가 이른바 '쭉정이'들을 이번 기회에 털어내고, 제대로 된 '새정치'를 정치적·이념적·정책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당은 4일 오전 9시 서울 마포 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의를 열었으나, 일체의 공개모두발언 없이 바로 비공개 회의로 전환했다. 이후 9시 30분을 전후해서는 박선숙 총괄본부장 등 핵심 당직자들까지 모두 내보낸 채, 선대위원들만의 비공개 간담회로 재차 전환했다.

최원식 수석대변인은 "추측이지만, (야권통합에 대해) 당의 통일된 메시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논의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선대위원 비공개 간담회는 1시간 이상 계속돼, 관련 논의가 진통을 겪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후 10시 30분 무렵 대회의실을 나온 선대위원들은 4일 저녁 8시에 당사에서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소집해 야권통합에 관한 입장을 결론내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야권통합에 대해서는)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모두 해야 하는데, (따로) 의총을 먼저 하면 끝나고 각자 나가서 막 발언을 하기 때문에 같이 하는 게 좋겠다(고 결론이 났다)"며 "같이 해서 의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의원들은) 나간 다음으로 원샷으로 최고위 의결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야권통합'에 찬성하는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현재 국민의당 내에서는 다수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고위 의결에 앞서 의원총회를 하는 형식으로 '원샷 연석회의'가 열리면, '야권통합'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주승용 원내대표는 "언론에서 이미 다 조사를 해서 누구는 무슨 입장, 누구는 무슨 입장 다 있는 것으로 나왔으니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고,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쉽게 (의견이) 모아질 것 같던데…"라고 밝혔다.

천정배 대표도 비공개 간담회 종료 직후 취재진과 만나 "당대표로서 더 이상 개인 입장은 없고, 결과에 따라서 이야기할 것"이라면서도 "(간담회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특정한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나아가 이날 간담회에서 결정한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의 결정은 모두가 따르기로 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헛웃음을 터뜨린 뒤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라며 "공식기구에서 결정하면 당연히 모두가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다소 시간이 흐른 뒤 굳은 표정으로 당사를 나선 안철수 대표는 여전히 '야권통합 논의'에 대해 확고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날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통합 제안에 대해 "국민의당에 대한 정치적 공작"이라며 "이번 총선을 혼탁하게 만들지 말고 이제라도 실력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라"고 딱 잘라 거절한 바 있다.

안철수 대표는 "(야권통합에 대해서는) 어제(3일) 드린 말씀 그대로"라며 "(당내에 설득해야 할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당내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다른 의원들도 나와) 다들 생각이 일치할 것이라 믿는다"며, 의견이 안 모이면 표결도 불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의견은) 모아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천정배 대표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결정이 나면 안철수 대표를 포함한 모두가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불과 몇 분 뒤 안철수 대표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두 공동대표 사이에서도 발언에서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질 정도로, 국민의당 내부의 이견이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정치' '제3정당의 가치' '다당 구도 실현의 필요성'보다는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에 따라 어떻게 하면 금배지를 한 번 더 달아볼까 하며 재선(再選)에 목매달고 있는 세력들에 의해, 안철수 대표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해 이렇다할 정당보조금도 받지 못한 채로, 오로지 사재(私財)를 털어가며 신당을 창당하고 이끌어간 안철수 대표로서는 황당한 국면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 재분당(再分黨)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 중의 하나가 됐다는 말이 회자된다. 차체에 안철수 대표가 신당 창당의 의지와 집념이 확고한, 제대로 된 '새정치' 세력을 이끌고 홀로서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당 내에는 박주선 최고위원과 문병호 의원 등 '새정치'와 '중도개혁'의 가치를 정책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순수한 의지를 가진 인사들이 상당수 있다. 유성엽 원내수석부대표도 '야권통합'에 대한 입장은 차치하고서라도, 더민주 내의 친노패권주의 청산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교통방송라디오 〈열린아침〉에 출연해 "도대체 야당 정치인들이 입당·탈당·창당·통합, 이게 이웃집 강아지들이 노는 것보다 더 못하다"는 지지자의 말을 전하며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은) 실현 가능성도 없는 정치적 꼼수"라고 일축했다.

나아가 이에 대한 논의의 장조차도 필요 없다는 뜻을 내비치며 "논의를 하니 마니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당을 무력화시키는 꼼수에 이미 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주선 최고위원의 뜻과는 달리, 이날 저녁 8시에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논의하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가 열리게 됐다. 이에 따라 박주선 최고위원은 국민의당의 최고위원이자 3선 국회의원으로서 이 자리에서 '야권통합' 논의에 대한 당당한 반대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구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안철수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도 안철수 대표의 지원 사격을 받았으며, 지난해 말 신당이 창당될 때 가장 먼저 선도탈당을 했던 문병호 의원도 '야권통합' 논의에 반대 의사를 천명했다.

문병호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CBS라디오 〈뉴스쇼〉에 연속 출연해 "(통합 찬성이라는 게) 내 의견인 것처럼 잘못 보도됐다"며 "나는 통합에 반대하고 안철수 대표와 같은 의견"이라고 해명했다.

이유에 대해서는 "패권친노와 낡은 운동권 진보 때문에 총선·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어서 탈당하고 신당을 만든 것"이라며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야권통합을 한다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고, 신당을 만든 취지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더민주의 대주주는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親盧)이고, 김종인 대표는 월급쟁이 사장"이라며 "민낯의 얼굴에 화장을 진하게 한 것"이라고 탈당의 명분이 사라졌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이 점에 있어서는 국민의당 유성엽 원내수석부대표도 공감을 표했다. 유성엽 원내수석은 이날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문재인 대표의 사퇴가 과연 진정한 사퇴인지, 위장사퇴가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노패권주의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본다면 그건 대단히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