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문병호 의원이 4일 저녁 서울 마포 당사에서 야권통합 논의를 반대하는 국민의당 예비후보들의 연호를 받고 있다. 이날 야권통합 논의에 대한 당의 입장을 결정하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가 소집되자, 국민의당 예비후보들은 대거 상경해 야권통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뉴시스 사진DB
국민의당이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고, 더 이상의 '야권통합' 논의는 불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비록 당의 독자 행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내려졌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제안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은 숙제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은 4일 저녁 8시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오전 비공개 선대위원 간담회에서 1시간여 동안 '야권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검토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하자 취해진 조치였다.
이날 소집된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는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과 최근 입당한 박지원 의원을 제외한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했다. 천정배 대표는 "의원들이 빠짐없이 발언했다"며 "모든 국회의원이 각자 다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연석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지역 민심과, 더민주로부터 동반 탈당한 핵심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더민주로의 통합은 어렵다는 의견을 주로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 이후 국민의당 다수 의원들이 이에 호의적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날 국민의당 당사에서는 시위가 열리고 대자보가 나붙었다. 격분한 당원들의 거센 반대 분위기에 휩싸이는 모습이었다.
당초 예정된 1시간을 넘겨 90여 분간 계속된 연석회의가 끝난 뒤 나온 의원들은 '야권통합이나 선거 연대가 없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광주시당위원장인 김동철 의원은 "결론이 났다"며 "연대할 당을 왜 우리가 떠났겠느냐"고 일갈했다. 인천시당위원장인 문병호 의원은 "거의 대부분이 우리 당의 이념과 비전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혼연일체가 돼 독자적으로 열심히 하자는 의견이었다"며 "수도권 연대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통합 논의가 시작된 이후 수 차례의 언론 인터뷰를 소화하며 누구보다 앞장서서 통합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온 박주선 최고위원은 "내 의견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며 "우리 국민의당이 성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연석회의와 최고위 결과에 만족스런 반응을 보였다.
곧이어 최고위 의결을 마치고 나온 안철수 대표는 "잘 정리됐다"며 "더 이상 통합에 대한 논의는 불가하다고 모두가 결론을 내렸다"고 최종 결론을 전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견은 없었다"며 "이번을 계기로 우리의 불꽃을 다시 살리자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도 했다.
비록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통합 제안에 대해 "불가"라고 명쾌하게 정리함으로써 굴러가던 통합 논의를 확실히 종식시켰지만, 숙제는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이날 연석회의가 거창하게 열렸는데도 '당대당 통합' 외에 '선거 연대'나 '제한적인 (수도권) 연대'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부분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그런 (연대) 부분까지 테이블 위에 올렸다가는 오늘(4일) 결론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대당 통합에 한정해 논의를 진행했던 게 빠른 봉합과 수습에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평했다.
그러나 바꿔 이야기하면 이는 '선거 연대'에 한정해서는 당내 동상이몽(同床異夢)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날 연석회의 직후에도 김동철 의원은 "연대할 당을 왜 우리가 떠났겠느냐", 문병호 의원은 "수도권 연대도 없다"고 한 반면 유성엽 원내수석부대표는 "(선거 연대도)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거 연대'에 부정적인 안철수 대표마저도 "(야권 연대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당대당 통합) 그 문제만 논의한 것"이라고 해, 이날 연석회의에서 의제로 올리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수도권 연대'에 긍정적인 천정배 대표는 "오늘은 이른바 통합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논의를 했다"며 "다른 이야기들은 하지 않았다"고, 오로지 '통합 거부'에만 이날 결정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좀 더 분명히 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민주의 친노·친문 패권주의자들과 이러한 성향을 가진 야권 극렬 지지자들이 '선거 연대'를 압박해올 경우, 국민의당이 이에 관한 입장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 다시 한 번 흔들릴 수도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이날 연석회의에 참석한 많은 의원들이 "만장일치" "이견은 없었다"고 했지만, 통합에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석연치 않은 행동도 찜찜한 구석을 남긴다.
연석회의장에 들어가 있던 김한길 위원장은 이날 저녁 9시 33분경 돌연 회의장을 나서 옆방으로 옮겨갔다. 직후 9시 34분경 회의장에서는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김한길 위원장은 최고위 직후 안철수·천정배 대표와 함께 나란히 서서 결정 사항을 말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도 거부했다.
'통합 논의 불가'로 결정난 연석회의의 결론에 김한길 위원장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행동들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연석회의 도중 유일한 반대 의견을 고집하던 김한길 위원장이 중도 퇴장함으로서 비로소 박수로 의결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들은 이러한 추측에 대해 '과대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성엽 원내수석은 "김한길 위원장도 이견이 없었고, 도중에 나간 것은 아마 화장실에 가려고 그랬을 것"이라며 "(김한길 위원장 관련은) 의미 없는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김승남 의원도 "김한길 대표는 담배 피러 나가셨나"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한길 위원장 본인도 "토론이 끝나서 나온 것일 뿐이고, 메모를 볼 일이 있었다"며 "이 (통합 논의 관련) 토론은 오늘로 끝내는 것으로 했다"고 일단 연석회의의 결론에 수긍하는 태도를 취했다.
한편 '야권통합'이라는 폭탄을 던져 국민의당에 대혼란을 야기한 채 '강 건너 불구경'을 즐기고 있던 더민주는 이날 연석회의에서 '통합 논의 불가'로 쉽게 결론이 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국민의당의 연석회의와 최고위가 종료된 직후 구두논평을 통해 "야권이 단합해 거대 새누리당의 1당 독재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을 외면한 처사"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