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석·김영록·전현희 등 더민주 잔류 측근 '지원' 못하는 건 걸림돌
  • ▲ 무소속 박지원 의원의 국민의당 입당설이 잇달아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박 의원의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을 받은 직후 의원회관에서 소회를 토로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무소속 박지원 의원의 국민의당 입당설이 잇달아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박 의원의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을 받은 직후 의원회관에서 소회를 토로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야권 대통합을 명분으로 제3지대에 머물던 무소속 박지원 의원의 국민의당 입당설이 흘러나오고 있어, 그 배경과 의도를 놓고 분분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MBN〉은 무소속 박지원·전정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송호창 의원이 이르면 3일 국민의당에 입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1월 22일 "문재인 대표의 (당에 남아달라는) 제안은 분열을 막을 명분이 없었기에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더민주를 탈당했다. 이어 전정희 의원도 지난달 29일 "외부 인사를 정략적으로 공천하기 위해 현역 여성 의원에게 불명예를 안겨 정치생명을 끊어버리는 당에 더 이상 어떻게 남아있을 수 있겠느냐"고 탈당을 결행했다.

    송호창 의원은 아직 당적이 남아 있긴 하지만, 안철수 대표와 가까웠던 그가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마련된 혁신안에 의해 '하위 20%' 컷오프됨에 따라 탈당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정치적 체급이 무거운 인물은 단연 박지원 의원이다. 전정희 의원은 지난해 말 당의 위기 국면에서 호남 의원단 회동 등이 추진될 때 박지원 의원과 행보를 같이 해왔기 때문에, 박지원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당할 경우, 함께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지원 의원은 이른바 '저축은행 로비 사건'과 관련해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계류 중이었던 것이 정치적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었으나, 지난달 18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 환송으로 이러한 짐마저 홀가분하게 벗어던졌다. 오는 4·13 총선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호남을 둘러싸고 사투를 벌임에 따라, 주가는 나날이 상종가를 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국민의당 입당 보도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일단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박지원 의원은 "내가 3일 혹은 4일 국민의당에 입당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여기 저기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았다"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박지원 의원이 국민의당에 결국 힘을 실어주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흡사 가후(賈詡)가 남양의 장수(張繡)로 하여금 원소(袁紹)가 아닌 조조(曹操)의 편을 들도록 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원소와 조조가 하북에서 대치하고 있을 때, 그 둘은 서로 사신을 보내 장수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이 때 가후는 "원소는 세력이 크고 강성해 우리가 귀순하더라도 중히 여기지 않겠지만, 조조는 형세가 곤궁하니 반드시 기뻐할 것"이며 "조조는 천자를 모시고 조서를 받들어 원소를 치고 있으니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해, 장수가 조조의 편을 들게끔 했다.

    지금 더민주는 의석 107석으로 강성한 제1야당이며 전국 정당 지지도에서도 국민의당을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친노패권주의·친문패권정치를 척결하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고 있기는 하나, 의석은 17석에 불과해 아직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지원 의원이 더민주에 복당(復黨)하면 그것은 그야말로 1월 22일 이전의 상황으로 원상 복귀하면서 더민주에 큰 의미 없는 의석 1석을 보태는 것에 불과하지만, 만일 국민의당을 선택한다면 제3의 원내교섭단체를 출범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큰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국 정당 지지도에서는 더민주가 국민의당을 앞서고 있지만, 야권의 천심(天心)이라 할 수 있는 호남 민심은 여전히 수권 능력을 상실한 친노·486 운동권 정치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는 점 또한 박지원 의원이 고려할 법한 요소다.

    박지원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박지원 대표가 얼마 전에도 '당에 가더라도 (더불어)민주당으로는 안 가겠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입당을 한다면 국민의당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다만 더민주에 여전히 박지원 의원과 끈끈한 관계를 가진 정치인들이 잔류해 있다는 게 변수라면 변수다. 당장 박지원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에 인접한 전남 무안·영암·신안의 이윤석 의원과 전남 해남·완도·진도의 김영록 의원이 이에 해당한다. 2일 더민주의 전략공천을 받은 서울 강남을의 전현희 전 의원 또한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의원의 비서실장을 맡은 측근으로 분류된다.

    "나는 내 일보다 '지원'을 잘해 이름이 (박)지원"이라고 평소 공언한 박지원 의원은 당초 무소속으로 머물면서 4·13 총선에서 정당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측근 인사들에 대한 지원 유세를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런데 국민의당에 입당하게 되면 더민주에 남은 측근 인사들에 대한 지원은 불가능하게 된다. 공직선거법에도 위배되거니와, 해당 지역구에 출마할 국민의당 후보들도 있을텐데 더민주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해당행위(害黨行爲)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지원 의원이 국민의당 입당을 결단하더라도 일부 매체에 보도된대로 3~4일은 너무 때가 이르고, 좀 더 숙려하는 시간을 갖지 않겠느냐는 것이 야권 핵심 관계자들의 견해다.

    한편 국민의당은 박지원 의원의 입당을 촉진하기 위해 최근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당 핵심당직자는 2일 본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박지원 의원 영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당에서 관련 회의가 열렸다"면서도 "핵심 지도부만 들어가서 논의했기 때문에 논의된 내용이나 결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국민의당 임내현 의원은 "박지원 의원의 능력이나 인품은 완전히 검증돼 있는 것이고, 그간 한 가지 어려운 문제(재판)가 걸려 있었지만 그것도 해결됐기 때문에 (합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전정희 의원도 내가 가까이에서 지켜본 바로는 의정 활동이나 모든 면에서 훌륭하기 때문에, 내 생각으로는 두 분을 모두 모셔왔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