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통 어딘지 분명해져… "부질없는 야권통합론 잦아들 것"
  • ▲ 박지원 의원이 2일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안철수 대표·주승용 원내대표·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 등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박지원 의원은 국민의당 입당을 결정지었다. ⓒ뉴시스 사진DB
    ▲ 박지원 의원이 2일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안철수 대표·주승용 원내대표·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 등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박지원 의원은 국민의당 입당을 결정지었다. ⓒ뉴시스 사진DB

    무소속 박지원 의원과 권노갑 전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의 국민의당 입당으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론'이 채 만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좌초했다.

    박지원 의원은 2일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 장병완 정책위의장,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 등 국민의당 최고지도부를 단체로 접견하고 국민의당 입당을 확정지었다.

    이 자리에서 지난 2003년 열우당 분당 사태 때도 새천년민주당을 떠나지 않았던 김영환 위원장은 "20년 만에 탈당이란 것을 처음 해봤는데, 지역을 돌아다니면 '왜 (기호) 3번 갔느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며 "'김대중 대통령 때 내가 장관을 하지 않았느냐, DJ 따라다니던 사람들은 전부 3번 갔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그동안은 박지원 대표가 빠져 있어서 말하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나는 아직 입당 (결정을) 안 했는데…"라고 짐짓 딴청을 피우던 박지원 의원도 약 20여 분 간의 비공개 회동 끝에 "안철수·천정배 두 공동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아서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미력하나마 협력하고자 결심했다"고 입당을 확정지었다.

    회동에 배석한 권노갑 전 상임고문도 "우리 동교동 가족들은 박지원 대표가 입당함과 동시에 전부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고 첨언했다.

    이로써 DJ의 정통성이라 칭해지는 현 야권의 적통(嫡統)은 완전히 국민의당으로 넘어가게 됐다. 실제로 이날 입당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DJ 청와대에서 나란히 공보수석을 지낸 '선후배'인 박지원 의원과 박선숙 총괄본부장이 그 시절의 화제를 꺼내며 주거니받거니 대화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영 전 열우당의장의 국민의당 입당 때 경남 양산에 칩거해 있던 문재인 전 대표가 피를 토하듯 "누가 적통이고 중심인지 분명해졌다"고 강변했지만, 이번 박지원 의원의 합류에는 경망되이 손가락조차 놀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영환 위원장의 "DJ 사람들이 전부 3번 갔다"는 말이 박지원 의원의 입당으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은 셈이다. 이날 박지원 의원의 입당 결정 직후 천정배 대표가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박지원 의원이 오늘 국민의당에 합류하기로 결심함에 따라 단박에 우리 당에 대한 지지율이 한 10% 오를 것"이라고 한 것은 이러한 기대감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이날 아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제기됐던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은 불과 만 하루도 지나기 전에 그 생명력을 다하게 됐다.

  • ▲ 박지원 의원이 2일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국민의당 입당 결정을 발표하자 당 지도부가 박수로 환영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박지원 의원이 2일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국민의당 입당 결정을 발표하자 당 지도부가 박수로 환영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야권 관계자는 "DJ의 정통성을 계승한 야권 적통 정당이 앙꼬 빠진 찐빵 격인 '짝퉁 야당'과 통합할 하등의 이유가 없게 됐다"며 "통합론자를 자처해 온 박지원 대표가 자신의 국민의당 입당으로 중통합에 이어 대통합도 완결됐음을 선언하며, 김종인 대표의 말잔치를 행동으로 일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박지원 의원의 합류에 따라 안철수 대표의 언행에도 더욱 자신감이 붙어보인다는 지적이다.

    이날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초기에 새 집을 짓겠다고 했던 분은 정치를 너무 쉽게 생각을 해서 다된 집에 들어가면 모든 게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다시 또 집을 짓겠다고 나갔다"며 "나가다보니 야당이 분열이 된 상태에 놓여서 다시 통합을 한 번 해보자고 계획을 해봤다"고 안철수 대표를 에둘러 비난함과 동시에 통합을 압박했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박지원 의원을 만나고 나오는 자리에서 야권 통합에 대한 입장을 취재진이 재차 묻자 "내 입장은 아까 이미 말씀드렸다"고 일축했다. 안철수 대표는 앞서 김종인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에 대해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잘라말한 바 있다.

    총선 전 '대통합'을 강조했던 박지원 의원도 이날 국민의당 입당 결심을 밝힌 직후 "오늘은 내가 입당을 결심했기에 그런 (대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당에서 중지를 모이면 나는 거기에 따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박지원 의원은 이날 안철수 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당이 (당의) 입장을 정리해 통일된 견해를 내주지 않으니, 당대표는 리더십이 없고 무슨 중구난방으로 장돌뱅이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는다)"며 "국민의당은 그게 제일 문제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일선에서 아웃사이더로 보니 이 사람 말도 다르고, 저 사람 말도 다른 게 문제"라며 "내가 입당하더라도 나는 가급적, 내 개인적인 입장은 총선 승리를 위해 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그간 주장해온 '대통합'론을 국민의당 입당과 함께 이쯤에서 접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에 대해 안철수 대표의 입장과는 달리 마치 긍정적으로 고려 및 검토를 해볼 수도 있는 것처럼 반응한 국민의당 인사들에게도 일침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친노패권주의에 희생된 전정희 의원 등도 국민의당에 입당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여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것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부질없는 야권 통합 논의는 자연스레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