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국민의당·더민주 선택에 따라 야권 판도 영향 커
  • ▲ 무소속 박지원 의원이 18일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에서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정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무소속 박지원 의원이 18일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에서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정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무소속 박지원 의원이 18일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와 관련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이날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박지원 의원은 정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박지원 의원이 지금처럼 무소속으로 남거나, 국민의당에 합류 혹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느냐에 따라 야권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앞서 박지원 의원은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 등에게서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심에서는 오문철 전 대표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대법원은 오문철 전 대표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어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다며 2심 판결을 파기,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이로써 박지원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 무소속 유지? 

    당장은 무소속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대법원으로부터 무죄취지 판결을 받은 직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이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는 "무소속의 길을 가면서 야권 통합에 전력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지원 의원은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고,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원회 대표로부터도 전화가 걸려왔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을 선택하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서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달 22일 박지원 의원은 야권통합을 강조하며 더민주를 탈당했다. 박 의원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무죄판결을 받은 이날 양당에 모두 합류하지 않고 야권 대통합을 위해 활동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필요하다면 더민주와 국민의당 구분 없이 후보들의 유세활동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신속하게 박지원 의원의 합류를 적극 검토하고 정중하고 모셔오겠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신속하게 박지원 의원의 합류를 적극 검토하고 정중하고 모셔오겠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합류?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민의당은 무죄 판결을 받은 박지원 의원에게 입당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창당 초기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더민주를 압도하는 지지율을 보였으나 지금은 크게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 박지원 의원의 합류가 간절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 번 구속 기소 당하고 세 번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 '오뚝이' '불사조'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진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박지원 의원의 그간의 고통과 괴로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며 "사필귀정"이라고 축하했다. 

    이어 "박지원 의원을 당연히 국민의당으로 모셔오겠다"며 당 지도부 차원에서 박 의원의 영입을 추진할 것을 밝혔다. 

    박지원 의원의 지역구(목포)인 전남의 도당위원장인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도 "신속하게 박지원 의원의 합류를 적극 검토하고 정중하고 모셔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지원 의원은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의 패권정치에 반기를 들고 탈당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했다"며 "사실상 우리와 같은 위치에 서있는 분"이라며 강조했다. 

    박지원 의원 스스로는 이날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선언했지만 평소 "정치는 생물이라 모르겠다"며 거취문제에 있어 가능성을 열어놓는 편이다. 박지원 의원 주변의 한 인사는 "박 의원이 며칠 전에도 '당에 가더라도 더민주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박지원 의원이 더민주에 대해 아직 앙금이 남아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 더민주 복당? 

    더불어민주당으로의 복당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날 선거공판에서 박지원 의원과 함께한 사람은 더민주 이윤석 조직본부장과 김영록 의원이었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은 보이지 않아 더민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지원 의원과 가까운 사람 중 더민주에 잔류한 인원도 많다. 이윤석·김영록 의원을 비롯해 전현희 전 의원은 지난 2·8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때 대표 경선에 나선 박지원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이번에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다. 박지원 의원이 '박남매'라고 칭하는 박영선 의원도 더민주에서 비대위원과 선대위원을 맡고 있다. 

    지난 16일 김영록 의원은 국방위 참석을 위해 양산에서 올라온 문재인 전 대표에게 박지원 의원의 복당을 강하게 설득하고, 문재인 전 대표도 박 의원의 재판이 잘 되길 바란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공판장에서 박지원 의원과 함께 했던 더민주 이윤석 조직본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지원 의원이 당에 대해 서운함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어떻게든 모셔보겠다"며 "(박지원 의원) 당신에게 희망적인 이야기도 해드리고 해서 복당하시도록 오늘부터 달달 볶겠다"고 굳은 다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