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본부장제 혁신안 무력화되는데… 조국에 "쓴소리 한 번 하시지요"
  • ▲ 지난해 12월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하고 있는 문병호 의원(사진 왼쪽, 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해 12월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하고 있는 문병호 의원(사진 왼쪽, 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신당파 의원들을 가리켜 "호남 팔이"라고 비난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 좌장인 문병호 의원이 5본부장제를 제안한 혁신위 소속이었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향해 "쓴소리 한 번 해달라"고 요구했다.

    최재성 본부장은 앞서 8일 당 실버위원회 오찬 회동에서 "(신당파 의원들은) 당에서 자기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뛰어나가서 호남의 틈새를 가지고 '호남 팔이'하는 게 아닌가"라며 "탈당한 분들이 호남 민심을 대변하고 끌고 갈 수 있느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호남의 국회의원들 가운데 호남 유권자에게 박수받고 중앙정치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들이 잘 발견이 안 된다"며 "호남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지난해 12월 17일 더불어민주당을 선도 탈당해 현재 국민의당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문병호 의원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문병호 의원은 호남(전남 영암) 출신으로 인천부평갑에서 국회의원 재선을 하고 있다.

    문병호 의원은 10일 트위터를 통해 "최재성 본부장은 '호남 팔이'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사과하라"며 "더 이상 호남의 진정성과 개혁성을 욕되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애초부터 문재인 대표를 위시한 친노 계파가 호남의 진정성과 개혁성을 볼모삼아 패권정치를 펼치고 호남을 홀대했기에 최재성 본부장이 말한 이른바 '틈새'가 생긴 것인데, 호남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신당을 형성한 것을 두고 '호남 팔이' 운운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는 비판이다.

    또, 평소 그렇게 공천이 시스템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부르짖더니 돌연 당의 총무본부장이 "호남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공천 학살'을 시사한 것도 모순이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평가 작업 및 향후 공천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가능성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무총장의 강력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5본부장을 도입했음에도 총무본부장이 과거 사무총장 이상의 월권적 발언을 일삼는 것에 대해, 문병호 의원은 방향을 바꿔 5본부장 도입을 제안한 혁신위 소속이었던 조국 교수에게 화살을 돌렸다.

    문병호 의원은 "혁신위가 제안하고 더불어당(더민주)이 채택한 5본부장 체제가 잘 작동되고 있는 것이냐"며 "최재성 사무총장과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뭐가 다르냐"고 다그쳤다.

    아울러 "5본부장 체제가 계파패권 해소와 대표 권한 견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게 맞느냐"며 "쓴소리 한 번 하시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조국 교수는 혁신위가 해단한 이후 더민주에서 어떠한 공식적인 직책도 맡고 있지 않음에도, 그간 SNS를 통해 이런저런 '훈수 정치'를 해왔다. 인터넷상에서 정치에 대해 '훈수'를 하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지 많지만 비단 조국 교수의 '훈수'가 주목받는 이유는, 문재인 대표가 거의 그 훈수대로 수를 두어왔다는 점 때문이다.

    일례로 조국 교수는 지난해 12월 2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표는 전북도당위원장, 전남도당위원장인 유성엽·황주홍 두 의원은 윤리심판원에 회부하라"고 훈수했다. 그러자 이튿날인 3일, 문재인 대표는 유성엽·황주홍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문병호 의원은 지난해 12월 9일 교통방송라디오 〈열린 아침〉에 출연해 "요즘에 하시는 걸 보면 (조국 교수가) 문재인 대표비서실장인지, 아니면 낮에는 문재인 대표가 대표고 밤에는 조국 교수가 대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조국 교수가 요새 하는 말을 보면 당의 당무위원이나 중요한 직책을 가지신 분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너무 당 문제에 개입이 많고 편향됐다"며 "일방적인 문재인 편들기"라고 일축했었다.

    당시 조국 교수가 유성엽·황주홍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던 이유는 당무감사 거부가 혁신안 무력화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최재성 본부장의 '호남 인적 쇄신' 발언은 총무본부장으로서 권한을 넘어선 공천에 대한 월권성 발언으로, 혁신안의 일부인 5본부장 체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발언이다.

    문병호 의원이 조국 교수에게 "쓴소리 좀 해달라"고 한 것은, 혁신안을 무력화하는 최재성 본부장에 대해서는 왜 징계를 요청하지 않느냐는, 조국 교수의 상하기수(上下其手)와 같은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문병호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최재성 본부장이 신당파를 향해 "호남 팔이" 운운하면서도 정작 당은 호남 민심을 현혹하기 위해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변경한 것도 비판했다.

    친노패권주의 세력이 장악한 제1야당은 최근 당명을 새정치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변경했다. 호남의 야권 성향 지지자들이 '민주당'이라는 당명에 애착이 강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러자 원외(院外)에 이미 존재하던 민주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당명사용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오는 11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당명도용·사기 규탄집회까지 열 계획으로 있어, 당명을 둘러싸고 법적·정치적 공방이 제기된 상황이다.

    문병호 의원은 이를 가리켜 "당명에 민주당이라는 단어를 쓰는 등의 행태로 호남 민심에 기웃거리지 좀 말라"며 한심한 행태에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