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 소한 추위보다 매서워" 정당지지도도 安신당이 더민주 2배
  • ▲ 더불어민주당 주승용 전 최고위원이 8일 페이스북을 통해 호남 민심의 현주소에 대해 재차 경고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8일 국회에서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인 채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주승용 전 최고위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주승용 전 최고위원이 8일 페이스북을 통해 호남 민심의 현주소에 대해 재차 경고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8일 국회에서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인 채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주승용 전 최고위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의 호남 지역 지지율이 친노 문재인 대표의 더불어민주당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난 가운데, 더민주 주승용 전 최고위원이 "호남은 더 이상 패권정치의 볼모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중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4530명에게 전화를 걸어 그 중 응답 완료한 1021명(응답률 23%)에게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설문한 결과, 광주·전라 지역에서 '안철수신당'(국민의당)의 지지율이 41%로 더불어민주당(19%)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야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패권주의 세력이 침식한 더불어민주당이 확실히 민심의 버림을 받고, 기대감이 '안철수신당'에게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같은날, 전남 여수에서 의정보고회를 통한 민심 수렴을 끝낸 더불어민주당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지금 제1야당을 향한 호남의 민심은 소한(小寒) 추위보다 매섭다"는 글을 올렸다.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호남에 깊숙이 자리한 친노패권주의에 대한 반감은 대북송금특검, 민주당 분당과 열우당 창당, KTX 갈등 등 호남 홀대론이 겹치면서 오랫동안 쌓여왔다"면서도 "그래도 혹여나 말한마디가 정권(교체)에 부담이 될까 그동안 묵묵히 참아왔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품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호남 민심이 분열의 길을 가고 있는 '패권정치의 망령'에 회초리를 들고 있다"며 "호남 민심이 결코 용납하지 않는 것은 야권을 분열시키고 있는 친노패권주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욱 배재대 교수가 최근에 펴낸 〈아주 낯선 상식 : '호남 없는 개혁'에 대하여〉도 인용됐다.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친노 세력은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영남에서 득표력이 있는 영남 후보를 내세워 호남 몰표로 뒷받침해야 하고, 그렇게 당선된 영남 대통령은 호남의 정신적 양해 속에 영남을 물질적으로 유혹해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은폐된 영남패권주의를 따르는 집단"이라는 김욱 교수의 정의를 소개하며 "인상 깊게 읽었다"고 공감을 표했다.

    아울러 "현재 야당에는 '특정 계파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만 야당을 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라는 도그마가 있는데, 이는 호남 민심을 곡해하는 오만한 발상"이라며 "호남은 더 이상 패권정치의 볼모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승용 전 최고위원의 글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를 경고로 받아들이는 해석이 있는 반면, 이미 이를 넘어선 '예언(豫言)'이나 '신탁(神託)'의 형태로 받아들이는 견해도 있다.

    그간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수차에 걸쳐 호남 민심의 이반을 경고했다.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호남 대의원과 당원,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다득표를 해 수석최고위원이 된 만큼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이러한 경고는 당연히 할 일이기도 했다.

    야권 관계자는 "주승용 전 최고위원이 지난해 12월 8일 최고위원직을 던지며 문재인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 것은 살신성인의 마지막 경고였다"며 "그 때 문재인 대표가 결단하는 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고, 그러기만 했더라면 (13일) 안철수 대표의 탈당과 분당은 없었을 것"이라고 되새겼다.

    하지만 이제는 문재인 대표가 결단하더라도 더 이상 호남 민심의 이반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더 이상 '경고'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국 주승용 전 최고위원이 "더 이상 호남은 패권주의의 볼모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준엄하게 경고한 것은, 경고의 형식을 띈 예언 내지 신탁이라는 지적이다. 다가올 4·13 총선에서 친노패권주의 더불어민주당 세력이 호남에서 초토화되고, 나아가 호남 민심의 영향을 받는 수도권 선거에서도 대패할 것임을 미리 내다본 발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같은날 실버위원회 오찬에 참석한 자리에서 "호남 유권자들에게 박수를 받고 중앙정치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호남 국회의원들이 현재로서는 발견이 잘 안 된다"며 "호남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중앙정치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호남 국회의원들이 없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잔류파로 불리는 이들이 친노패권주의에 부화뇌동해서 지역민의 기대와 여망을 저버리고 당권·공천권을 손아귀에 거머쥔 계파의 눈치만 살피고 있기 때문인데 분석과 결론이 거꾸로 됐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앙정치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전남의 주승용 전 최고위원과 전북의 유성엽 의원 등은 이미 탈당했거나 탈당을 예고했고, 더불어민주당 안에 남은 호남 의원들은 우윤근 전 원내대표 정도가 인재 축에 들까, 나머지는 '친노 1' '친노 2' '친노 3' 따위에 지나지 않는다. 유권자에게 박수를 못 받고 중앙정치에서 가능성을 못 보여주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카산드라가 트로이 함락을 예언했는데도, 트로이 사람들은 멸망이 목전에 이른 상황에서 축배를 들고 있었다고 한다. 주승용 전 최고위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당의 총무본부장이 "호남 인적 쇄신"을 운운하는 패권적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카산드라의 예언'이 떠오르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최근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의 탈당이 잇따르자, 당 일각에서 '야권분열을 도모하는 호남 세력'으로 호남을 공격하는 것은 패권주의의 전형적 모습"이라며 "호남특위를 만들어 호남 민심을 잡겠다는 것도 당의 뿌리인 호남을 객(客)으로 생각하는 패권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