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권 예산처 장관이자 섀도캐비닛 경제부총리가 文 버리고 安 손들어
  • ▲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장병완 의원이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을 동반 탈당한 주승용 전 최고위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장병완 의원이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을 동반 탈당한 주승용 전 최고위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친노 문재인 대표가 부르짖은 '유능한 경제정당'의 꿈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노무현정권에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장병완 의원(재선·광주 남구)마저 친노를 버렸다.

    장병완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과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지난해 2·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다득표로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이래, 당내에서 호남 정치를 대표해온 주승용 전 최고위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동반 탈당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병완 의원은 더민주 친노 문재인 체제 하에서 꿈을 펼치기 어려웠다는 점을 토로했다.

    장병완 의원은 "지역과 세대 간의 통합으로 국력이 극대화되는 나라는 정권교체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꿈"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의 간절한 꿈에 응답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화석화된 야당 체질에 갇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어느새 국민들과 당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장병완 의원은 197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를 돌며 예산관리·물가관리·기금정책 등을 두루 섭렵한 야당의 대표적인 경제정책 전문가로 손꼽힌다. 김대중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총무과장과 기금정책국장을 역임했고, 경제통이 극도로 빈곤했던 노무현정권에서는 군계일학(群鷄一鶴)과 같은 활약을 펼치며 기획예산처 차관과 장관을 연이어 맡았다.

    전남 나주 출신으로 광주일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온 대표적인 호남 출신 경제통이기도 하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모두 영남 출신인 상황에서, 만일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지역 안배 차원에서 경제부총리를 호남 출신을 써야 할텐데 그 경우 경제부총리 1순위로 늘 거론된 인물이다.

    그런 장병완 의원이 이날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했다.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의 경제부총리가 문재인 대표를 저버리고 안철수 위원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장병완 의원의 탈당으로,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래 문재인 대표가 부르짖어왔던 '유능한 경제정당'이 신기루와 같은 허상이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장병완 의원 또한 탈당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이 점을 꼬집었다.

    그는 "우리 당이 출범할 때에는 (경제·정책에) 유능한 분들이 많이 있었다가 지난 19대 (친노 한명숙 지도부의 운동권 일색 공천에) 많은 분들이 떠나고 경제부처 장관 출신은 나밖에 남지 않았다"며 "정책위의장도 했지만, 우리 당에 있으면서 많은 벽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 ▲ 주승용 전 최고위원과 장병완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뒤, 국민과 당원, 지역구민들 앞에서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주승용 전 최고위원과 장병완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뒤, 국민과 당원, 지역구민들 앞에서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탈당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화석화된 야당 체질'을 가리켜 "정당은 정권을 잡기 위해 존재하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더불어민주당에는 야당에 그대로 머무를 수밖에 없는 체질이 형성됐다"며 "국가경제, 국민경제 전체를 봐서는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법률이나 정책에 대해서도 무조건 딴지를 걸고보는 습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20대 총선을 통해 야권의 적폐인 친노·486·운동권이 국민의 힘으로 척결되고, 수권 능력을 갖춘 새로운 야당이 등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이 몸담을 국민의당이 그러한 당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경제·정책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겠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장병완 의원은 "실질적으로 야당이 집권할 수 있기 위해서는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이런 (친노·운동권) 체질은 뭔가 껍질을 깨는 아픔이 있어야만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열로 비치는 지금의 야당 상황이 좀 더 아픔을 겪으면서 실질적인 수권을 할 수 있는 그런 역량이 갖춰지는 정당으로 바뀌는 과정으로 믿고 있다"며 "수권을 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드는데 나의 역량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장병완 의원의 탈당으로 '유능한 경제정당'의 서까래가 불타 무너지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한 듯, 탈당 기자회견보다 1시간 앞서 김정우 세종대 교수의 입당 기자회견을 잡아 맞불을 놓았다.

    더불어민주당에 새로 입당한 김정우 교수는 199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에서 사무관·서기관·과장을 지낸 인사다. 최종 경력은 기재부 국고국 계약제도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정우 교수의 입당을 놓고 "국가재정·공공정책·국고관리에 탁월한 경험을 가진 인재"라며 "당에 부족한 재정경제 분야와 정책 시스템의 전문성을 보완해줄 인물"이라고 추어올렸으나, 이날 탈당한 장병완 의원과는 경력면에서 맞비교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게 중론이다.

    장병완 의원은 기재부의 전신인 기획예산처에서 장관까지 지냈으나, 김정우 교수는 과장을 지내는데 그쳤다. 장병완 의원이 거친 국장·차관의 자리에도 나아가지 못했었다. 경제를 보는 시야와 정책을 펼치는 안목의 깊이와 폭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당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에 재정경제 정책 전문성이 부족해진 게 누구 때문이냐"며 "문재인 대표가 그토록 감싸고 돌았던 친노 한명숙 대표가 19대 총선에서 친노·운동권 일색의 공천을 하고, 재정정책 전문가들은 친노가 핍박해서 다 내몰았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1시간 뒤에 당내 최고의 경제정책 전문가가 나가는 상황에서 1시간 앞서 입당 기자회견을 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작태가 한심함을 넘어 애처롭고 안쓰럽다"며 "졸 잡고 차포 내주는 장기 실력으로는 문재인 대표의 정치적 미래가 뻔하다"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