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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섭 전 의원(사진 왼쪽)이 1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복당 기자회견을 가진 뒤, 문재인 대표의 따뜻한 환영과 안내를 받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호남 민심이 친노패권주의 더불어민주당에 싸늘하게 돌아선 가운데, 호남 연고의 관료 출신 정치인 한 명이 민심을 거스르고 패권정치에 영합하기로 하는 결정을 내려 관심을 끌고 있다. 전남 함평 출신으로 노무현정권에서 행자부장관과 건교부장관을 지냈던 이용섭 전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용섭 전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복당을 선언했다.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 지도부의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후보 전략공천 방침에 반발해 탈당한지 약 1년 6개월여 만의 일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국민들의 먹고사는 민생 문제를 책임지는 경제 정당, 각종 사건·사고와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안보 정당으로 혁신해보고 싶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나를 버렸지만, 나는 더불어민주당에 다시 돌아왔다"고 복당을 선언했다.
호남 출신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다투어 침몰하는 친노패권정치의 배 더민주로부터 뛰어내리고 있는 마당에, 새롭게 승선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에 더민주 측은 적잖이 놀라고 고무된 분위기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해 "총선을 앞두고 우리 당의 모든 정책 역량을 하나로 모아 국민들에게 총선 정책으로 내놓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그 일을 할만한 분이 없어 고심했는데, 이용섭 전 의원의 복당으로 그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용섭 전 의원의 복당으로) 이번 총선에서 우리 당은 정책 경쟁에서도 새누리당에 비해서 우위에 서게 됐다"며 "우리 당은 앞으로 지역주의 대결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인물과 정책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영록 의원이 탈당을 앞두고 수석대변인직을 먼저 내려놓는 등 당무 마비 상태에서 새롭게 대변인으로 임명된 도종환 의원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지역의 여론이 좋지 않다고 자신의 정치적 연명의 길을 찾아 탈당하는 정치인들과 달리 복당을 결심한 이용섭 전 의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호남의 희망이 돌아왔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용섭 전 의원의 패권정치 영합 결단은 특별한 용기의 발현이라기보다는 다른 선택지가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이 많다.
이용섭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지도부의 공천에 반발해 탈당했기 때문에, 호남 민심이 국민의당에 쏠린 상황이지만 선뜻 신당에 합류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게다가 탈당 이후 특별한 신분이 없는 정치 낭인(浪人)의 처지에서 4·13 총선에서는 반드시 원내에 복귀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출마를 모색해온지 오래됐다. 특히 자신이 재선을 했던 광주광산을 출마를 내심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구의 현역 의원인 권은희 의원이 더민주를 탈당함으로써 복당 조건이 충족됐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이 준 공천장으로는 누구도 당선될 수 없다는 게 광주 민심이기 때문에 이용섭 장관도 복당하는 대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을 고려해왔다고 들었다"면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할만한) 그 정도의 용기는 없었을 것"이라고 조소했다.
이용섭 전 의원이 친노패권주의에 영합한 게 이번이 비단 처음 있는 일도 아니라는 것에서 복당의 충격과 신선함은 더욱 퇴색된다.
이길 수 있었던 총선을 친노 한명숙 전 대표가 망치고, 이길 수 있었던 대선을 친노 이해찬 전 대표와 친노 문재인 후보가 져버린 이후 당내에서는 '친노 책임론'이 강하게 일었다.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당시 민주통합당의 대선평가위원장으로 영입돼 친노패권주의를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하려 하다가 극심한 반발에 부딪쳤던 것이 이 무렵의 일이다.
이듬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5·4 전당대회가 소집된 상황에서, 총선과 대선을 모두 패배한 원흉 친노 계파는 차마 당대표 후보를 낼 수 없었다. 만일 공천을 해야 하는 선거가 임박해 있었더라면 후안무치한 패권정치 세력은 아마 억지로라도 후보를 냈겠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이다.
5·4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의 후보는 김한길·이용섭·강기정 3인으로 압축됐다. 패권주의 친노 계파는 이 때 이용섭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 이용섭 후보도 이 지원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면서 이미 이 때 친노패권주의와 야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센 '친노 책임론' 속에서 전당대회는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당대표 경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범친노(汎親盧) 정세균계의 강기정 의원이 사퇴하고 이용섭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친노·범친노 등 패권주의 기득권 세력의 표를 하나로 모아 어떻게든 당권을 계속해서 쥐고 흔들려 하는 추악한 야합 정치의 발로였다는 지적이다.
호남 지역의 한 현역 국회의원은 "강기정 의원도 광주 현역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당 잔류를 공언하고 있는 등 친노패권주의에 부화뇌동하고 있기는 매한가지"라며 "결국 (이용섭 전 의원의 복당은) 패권주의에 영합했던 세력들끼리 다시 한 번 뭉쳐보자는 수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다만 강기정 의원 측은 탈당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친노패권주의에 부화뇌동하려는 것이 아니라 "광주 민심은 더욱 통합하고 혁신하라는 것"이라며 "탈당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와 관계없이 이번 이용섭 전 의원의 복당 정도로 호남 민심이 더민주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게 지역 정가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다음 주에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전남 지역 의원들이 예정대로 줄줄이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침몰하는 배 친노패권주의 더민주로부터 하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섭 전 의원 본인 스스로도 이날 복당 기자회견에서 민심이 더민주로부터 완전히 돌아섰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그는 "남들은 탈당하는 마당에 왠 복당이냐고 꾸짖고 말린 분들이 참 많았다"며 "나 역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역민들의 마음이 참담할 정도로 싸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복당 결정으로 상처받거나 실망한 분들에게는 참으로 죄송하다"고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