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내로남불'에 잡음 커지는 김종인 영입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을 두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영입 직후 잠시간 이는 듯 했던 충격은 빠르게 사라지고, 이제는 다방면에서 파열음과 균열음만 들려오는 모양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에 따른 잡음은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다. 당사자 간에서, 당내에서, 신당 측에서, 여당에서, 정치권에서 존재할 수 있는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나는 단독선대위원장… 대표 권한 이양받을 것"

먼저 당사자 간의 잡음이다. 영입된 김종인 위원장과 이를 영입한 문재인 대표, 그리고 이 영입을 의결한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말이 엇갈린다.

김종인 위원장은 본인이 단독선대위원장으로, 공천 룰도 수정 가능하며, 대표 권한의 전권을 이양받기로 돼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동선대위원장에 관한 질문을 받자 "어떻게 해서 그런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단독선대위원장을 한다는 전제 하에 수락했기 때문에 그 문제에 관해서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가장 민감한 '공천 룰'과 관련해서는 "가장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으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편파적으로 치우친 경우에는 약간의 수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의 거취에 관해서도 "대표의 권한이 선대위원장에게 전체적으로 이양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시작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리라고 믿는다"고 못을 박았다.

◆전병헌 "처음부터 공동선대위원장 염두에 두고 접촉"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같은 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공천 룰에 관해 "(수정할 수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지금 현재 만들어진 시스템 공천 방안에 별로 이견이 없었다"고, 수정을 하지 말라는 방향의 압박을 가했다. 대표 권한 이양에 관한 질문에는 대답하지도 않았다.

다만 공동선대위원장 여부에 관해서만은 "공동 (선대위원장을 두는) 부분은 앞으로 외부영입이나 통합 등의 경우를 가정해서 말씀드린 것인데, 실제로 그렇게 될 경우 김종인 박사가 판단할 문제"라며 "우리 당으로서는 김종인 박사를 선대위의 원톱으로 모신 것"이라고 한 발 물러났다.

하지만 이는 영입안을 의결한 최고위원들의 말과 또다시 엇갈린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김종인 단독선대위원장 체제로 가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니다"라며 "우리들은 처음부터 광주 전남의 인사를 염두에 두고 김종인 박사를 접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듯 당사자 사이에서도 동상이몽이 존재하는 상황이니, 만일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과 실제로 물밑접촉이 진전될 경우 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위원장은 명백히 천정배 의원을 겨냥한, 호남 대표성 있는 인사와 공동선대위원장을 하라는 주장에 대해 "호남을 볼모로 잡아서 내가 대표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이 과연 누구겠느냐"며 "정치인들이 자기 목적을 위해 마치 자기가 호남을 대표하는 사람처럼 표시를 하는 것일 뿐 그 자체가 호남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고 극도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가 편집증적 집착을 보였던 '총기난사' 김상곤 혁신위의 공천혁신안에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메스를 들이대려고 하는 경우에도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표 권한 이양과 사퇴 시점 문제도 심지가 타들어가고 있는 폭탄이다.

◆이상돈은 안 된다더니… 전형적인 친노 '내로남불' 논리

당내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선대위원장 격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지냈던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한 것은 대표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사례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친노(親盧) 계파는 지난 2014년 박영선 당시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이상돈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시도했을 때에 극렬 저항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시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가 이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뛰어와 "대선에서 우리 당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불철주야 안간힘을 썼던, 박근혜정권의 탄생의 1등 공신이었던 사람"이라며 "단독이든 공동이든 위원장으로 영입한다면 퇴진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랬던 정청래 최고위원이 김종인 위원장 영입에는 "경제민주화님 환영합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친노 최민희 의원도 이상돈 교수 영입 시점에는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우리 당의 비대위원장이 되는 건 상식과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가, 이번 김종인 위원장 영입에는 되레 당내 반발이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적극 엄호에 나섰다.

남이 적장(敵將) 출신을 데려오는 것은 절대 안 되고 사퇴 투쟁도 불사해야 할 일이지만, 내가 적장 출신을 데려오는 것은 따뜻하게 환영하고 적극 엄호하면서 감쌀 일이라는 이중잣대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박영선, 당에 더욱 정나미 떨어졌겠지만

야권 관계자는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김종인 위원장 사이에 다소간의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이번 선대위원장 인선으로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당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모양"이라면서도 "이상돈 교수 영입 때 친노 계파와 '직업적 당대표'를 노리는 사람이 보여줬던 행태를 떠올려보면 오히려 더욱 정나미가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박영선 전 대표의 신당행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면서 "박영선 대표가 당에 주저앉는다면 그것은 김종인 박사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인) 한상진 교수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던 한상진 위원장은 박영선 전 대표와 악연이 있다. 한상진 위원장은 "박영선 의원과 30분간 대화를 나눴는데 굉장히 인격모욕적인 발언을 많이 들었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며 "그 때 말과 행동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면, 그러한 생각과 행동으로 (당을) 끌고 간다는 것은 공포스럽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김종인 위원장 영입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이) 혼자 들어와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며 "이제 모두 다 당을 떠나고 또 떠나려고 하니까, 민심이 떠나려고 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은 좀 늦지 않았느냐"고, 극도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예정대로 다음 주중에 탈당할 뜻을 시사했다.

◆유성엽 "인재 영입 경쟁 의미 없어… 공천과 정책에서 승부"

야권 지지자들을 놓고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신당 측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별반 놀라지 않은 채 '그 정도구나' 싶은 수준의 반응이다. 특별히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영입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야권에서 건강한 경쟁 관계가 되는 것이 국민들 입장에선 바람직하다"고 평했다. 신당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다운, 원론 수준의 덕담"이라고 해설했다. 탈당 직후에는 강력하게 날을 세우기 위해, 더민주의 새로운 당명에 대해 '안철수없당' '더불어터진당'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평소의 '바른' 모습으로 돌아가 원칙적인 덕담을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렇다할 감흥은 느끼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실제로 김종인 위원장의 영입 뿐만 아니라, 더민주의 계속되는 인재 영입 자체가 국민들 사이에서 별반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전병헌 최고위원조차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스스로 "이것(인재 영입)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가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이제까지 정치권의 인물 영입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인물 영입에 대해서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할 정도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표창원 씨에서 '진실을 밝히는 신사',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에게 '살아있는 벤처신화 청년정신', 김정우 교수에게 '나라 곳간 지키는 국가재정전문가'라는 식으로 일일이 괴이한 타이틀을 만들어 붙여가며 추어올렸다. 이 와중에 위안부 피해자 그림 무단 도용과 대학원장 시절 독직 의혹 등으로 입당이 철회된 김선현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는 아무 말도 없이 쏙 빠졌다.

그나마도 김정우 교수를 '국가재정전문가'로 치켜세웠지만, 그가 영입된 당일 노무현정권에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냈으며 당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경제부처 장관 출신인 경제정책전문가 장병완 의원이 탈당하고 국민의당으로 갔으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국민의당의 전략기획통 유성엽 의원은 "현재 3당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인재 영엽 경쟁에는 큰 의미가 없다"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패자도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경선과 공천, 그리고 정책 특히 경제정책 대결에 각 정당의 승패가 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 "철새가 병 옮기면 나라가 힘들 수 있는데"

마지막으로 정치적 반대편에 위치한 여당은 한마디로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김종인 위원장 영입을 철새가 새 둥지를 찾아들어간 것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호남에 안착하지 못하는 문재인 후보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와준 분이 권노갑 고문"이라며 "정치가 아무리 냉정하더라도 권노갑 고문이 탈당하자마자 하루만에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하는 그런 행태는 야당 대표로서의 모습이 아니고 초선 의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노근 의원은 "이번 사태를 보고 (김종인 위원장에 대해) 정치적인 비열함을 느낀다"며 "때만 되면 이당 저당, 이집 저집, 다 돌아다니면서 역대 정권에서 부귀영화를 누렸는데 지금 늦게까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참으로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장우 대변인은 이날 오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4년마다 4월에 치러지는 총선이 다가오는) 겨울철만 되면 하여튼 따뜻한 양지로 어떻게 나가볼까 하는 철새 떼들이 그렇게 많을 수도 없다"며 "철세 떼들이 AI 같은 병도 옮기고 그러다보면 나라가 힘들 수 있는데, 인간 철새도 있더라"고 우회적으로 김종인 위원장의 행태를 비판했다.

◆"처세의 달인… 균열음은 의도된 연출일 것"

이처럼 동서남북 사방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행태를 비판하는 잡음이 높아져가는 가운데, 향후 이 균열음이 더욱 큰 파열음으로 발전할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견해가 갈린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김종인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려고 들더라"며 "친노 계파가 잡은 당에 들어와 점령군처럼 군림하려 든 사람치고 끝이 좋은 사람 못 봤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친노 계파가 단순한 꼭두각시이자 허수아비, 얼굴마담으로 들여놓았을 뿐이기 때문에 그 역할에 충실하게 비노(非盧) 공천 학살, 인위적 호남 물갈이에 충실하면 그만이지, 공천 룰에 손을 댄다거나 대표 권한 이양을 요구하는 등 실질적인 권한을 행세하려 들면 친노 무리들의 반발에 곧 화를 입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다른 야권 관계자는 "민정당과 민자당, 새천년민주당을 옮겨다니며 비례대표로만 4선, 16년을 국회의원할 정도로 (김종인 위원장은) 처세의 달인"이라며 "자신의 처지와 입지를 모르고 친노패권주의를 수술하려 들 정도로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늘(15일)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연출된 균열음일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아무 소리도 못하고 그냥 따라다니다가 자리를 주지 않자 나온 사람이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