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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대철 상임고문이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제1야당을 친노당(親盧黨)으로 전락시키고, 몇 개의 신당을 만들고, 다시 그 신당들을 하나로 엮어내려는 '정치의 마술사'에게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식 문제였다.
정대철 상임고문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정대철 고문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교체가 가능한 길을 여는 개척자의 심정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정대철 고문은 "국민들은 야당에 정권을 내어줄 준비가 돼 있으나, 야당이 수권할 준비 태세를 갖추지 못했다"며 "야당은 심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준엄히 꾸짖었다.
이어 "정권교체가 가능한 세력으로 거듭나는 유일한 방법은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서 야권을 전면 재구성하는 것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국민들이 환멸을 느끼는 패권정치, 운동권적인 정치문화부터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대철 고문은 한국 야당사의 출발점인 1955년 민주당 창당 때부터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고 정일형 박사의 아들이다. 아들인 더민주 정호준 의원까지 3대째 야당에서 줄곧 정치를 하고 있다.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주선한 문병호 의원도 정대철 고문을 "한국 야당의 거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탈당 기자회견 첫머리에서 "개인적으로 한국의 야당사와 나의 가족사는 맥을 같이 해왔다"며 "당을 떠나는 착잡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 아프다"고 털어놨다.
정대철 고문은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친노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희망이 없음을 내다보고 정계개편을 주장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조선일보〉와 인터뷰 도중, 김한길·안철수 의원이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되, 그 전에 박주선 의원이 먼저 탈당해 무소속 신분에 있는 천정배 의원과 함께 호남에서 신당을 만든다는 이른바 '정대철 구상'을 밝혀 야권을 발칵 뒤집어놓기도 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정국의 흐름은 전체적으로 '정대철 구상'대로 흘러가고 있으나, 다만 여러 신당 추진 세력 간의 통합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차이점이다. 이 때문에 정대철 고문은 탈당해서 제3지대에서 머물면서 신당 간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뜻을 밝혔다.
정대철 고문은 "내가 더불어민주당을 떠나서 추진하려는 일은 여러 갈래로 찢겨진 야당 세력들을 하나로 대통합하는 것"이라며 "통합의 병풍 역할을 자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 야권 관계자는 "권노갑 고문과 함께 적극적으로 소(小)통합을 우선 진척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 같다"며 "다음 주에는 권노갑·정대철 두 분 고문과 함께 통합신당의 박주선 의원, 신민당의 박준영 지사, 민주당의 김민석 의장 사이에서 소통합 논의가 외화(外化)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정대철 고문은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아들 정호준 의원에게 더민주 탈당을 "설득 중"이라며 슬몃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대철 고문은 "(아들인 정호준 의원도) 독립 정치인 아니냐"며 "결론을 내는 것은 그의 몫"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