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 곧바로 후속 탈당, 문재인에 "예의 아니다"라며 눈물 보여
  • ▲ 권노갑 상임고문이 1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국회 기자회견장을 쓸쓸히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권노갑 상임고문이 1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국회 기자회견장을 쓸쓸히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DJ)마저 더불어민주당 친노 문재인 대표를 등졌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DJ를 모시며 '분신'이라 불렸던 올해 87세의 권노갑 상임고문도 문재인 대표에 밀려 쫓겨나듯 당을 떠났다.

    권노갑 고문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60여 년 정치 인생 처음으로 몸담았던 당을 떠나려고 한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분열을 야기하고 촉발시키는 친노패권주의를 마지막으로 준엄히 꾸짖었다.

    권노갑 고문은 "당 지도부의 꽉 막힌 폐쇄된 운영 방식과 배타성은 이미 국민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며 "참고 견디면서 어떻게든 분열을 막아보려고 혼신의 힘을 쏟았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고,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이 내게는 없다"고 토로했다.

    비민주적인 친노독재의 극한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더민주 지도부의 행태에 빗대 DJ가 남긴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DJ는 지난 2009년 6월, 생애 마지막 연설에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惡)의 편"이라는 정치적 유훈을 남겼는데, 이 말을 되새기면서 친노독재 문재인 체제에 저항해 분연해 떨쳐일어나지 않고 있는 더민주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친노패권주의에 영합해 침묵하고 있는 더민주 의원들을 향해 '악의 편'이 아니냐고 물은 것이다.

    권노갑 고문은 "평생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하며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이끌어왔지만, 정작 우리 당의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다"며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책임질 줄 모르는 정당, 정권교체의 믿음을 주지 못한 정당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양심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노 문재인 대표의 더민주를 '민주화되지 못한 당'으로 지칭하며 권노갑 고문이 탈당함에 따라, 향후 정국에 무서운 후폭풍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권노갑 고문은 1961년 5·14 재보선에서 강원도 인제군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된 DJ의 비서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2009년 DJ가 타계할 때까지 48년간 변함없이 그림자처럼 그를 수행해 'DJ의 분신'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1972년 더민주 문재인 대표가 재수 끝에 경희대 법대에 입학해서 1학년 재학 중일 때, 권노갑 고문은 10월 유신 직후 남산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고막이 파열될 정도로 얻어맞은 뒤 물고문을 당했다.

    문재인 대표가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전두환정권 하에서 공무원 신분인 사법연수원생으로 변모하고 있을 무렵, 권노갑 고문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다시금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이후 문재인 대표가 DJ가 1987년에 창당한 평민당이나 1995년에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와 별 관련 없는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권노갑 고문은 늘 DJ와 함께 하며 정통 야당의 흐름을 지키다 마침내 1997년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1997년 정권 교체가 돼 DJ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권노갑은 청와대나 정부에서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았다. 그 흔한 장차관 한 번 못해 본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노무현의 친구'라는 이유로 노무현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비서실장 등 온갖 영화로운 자리를 거쳤던 것과 대조되는 삶을 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는 이날 87세의 권노갑 고문을 당밖으로 내쫓은 것도 모자라, 권노갑 고문이 55년 간의 당 생활을 정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을 무렵 인재 영입을 이유로 같은 국회본청에서 또다른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밖에 이른바 친노나 주류라고 통칭되는 무리들은 한 명도 이날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원식 의원만 현역 국회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날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탈당 기자회견을 보러왔다가 감정이 북받쳐 권노갑 고문을 배웅한 뒤 곧바로 뒤이어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최원식 의원은 "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60년 야당 역사 중 55년을 한 어른인데…"라고 이어나가다 목이 매어 채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