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손학규, 산에서 내려온다면 국민의당" 천정배 "엉뚱한 이야기, 불쾌"
  • ▲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지난 2014년 7월 31일 국회에서 정계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지난 2014년 7월 31일 국회에서 정계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조기에 출범한다던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회 체제가 위원장을 맡겠다는 사람이 없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전혀 맡을 생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유력 인사의 이름만 번갈아 거명되는 등 흡사 '폭탄돌리기' 식으로 변질되고 있어 정치권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저녁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선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고위원은 "임계점에 달한 당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손학규 전 고문밖에 없다"며 단일선대위원장으로 전권을 부여하고 추대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노(非盧)로 분류되는데다 급속도로 더민주로부터 떠나가고 있는 호남 민심도 손학규 전 고문에게는 호의적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손학규 전 고문 당사자는 전혀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손학규 전 고문은 정계 복귀설이 나올 때마다 "겨울을 날 땔감을 충분히 준비해뒀다"며 "이미 정계를 떠난 몸"이라고 일축해왔다. 측근들도 최소한 4월 총선 이전에는 손학규 전 고문이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이 없다는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김동철 의원이나 김유정 전 의원 등도 최근 잇달아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으로 옮겨갔다. 지난해말 손학규 전 고문과 직접 만나 거취 문제를 상담한 것으로 알려진 이개호 의원도 최근 탈당을 진지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더민주를 탈당하고 10일 국민의당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한 김영환 의원은 11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손학규 대표가 산에서 내려올지는 불확실하지만 오게 되면 아마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내에서 소위 친노라고 하는 운동권 강경 노선과 부딪혀서 굉장히 많은 좌절을 겪었기 때문에 손학규 대표의 더민주 합류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렇듯 여러 정황들이 손학규 전 고문은 더민주 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비공개 최고위를 열어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 자체가 조소를 받을 일이라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을 마시는 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최고위에서도 일부 참석자는 "손학규 전 고문이 과연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비단 이러한 상황이 손학규 전 고문에 한정해서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손학규 전 고문이 거론되기 이전에는 국민회의 천정배 창당준비위원장이 더민주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이 역시 당사자는 생각조차 없는데 더민주 내부에서 야권 통합과 호남 민심을 운운하며 내부 논의를 거듭한 게 확산된 결과였다.

    일방적인 설(說)이 마치 양자 간의 교감이 있는 양 정치권에 확산되자, 결국 천정배 위원장은 5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신당을 한창 만들고 있는데 느닷없이 다른 당에서 자기 당의 기구를 맡아달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엉뚱한 이야기고 불쾌하다"고 선을 그었다.

    전북 순창에 칩거하고 있는 정동영 전 열우당의장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에게는 무려 네 차례에 걸쳐 선대위원장 제안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18일 문재인 대표가 전격적으로 전북 순창을 찾아 정동영 전 의장과 독대했을 때 이미 제안이 있었으며, 그 전후로도 간접적으로 제안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28일 전북 순창을 찾은 이종걸 원내대표도 문재인 대표의 선대위원장 제안을 정동영 전 의장에게 재차 전달했고, 지난 9일에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순창을 찾아 정동영 전 의장에게 또 복당과 선대위원장을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동영 전 의장은 복당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문재인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이미 멀리 왔다"고 답한 것에서도 분명해진다.

    오히려 정동영 전 의장에게는 국민의당과 통합신당·국민회의 등 신당 진영으로부터 많은 요청이 오고 있고, 이에 대해서 정동영 전 의장도 지난 2일 천정배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우선 박주선·천정배·박준영 세 명이 먼저 합쳐 호남 민심의 우려를 덜어달라"고 구체적으로 조언하는 등 상황이 정리되면 신당에 합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천정배·정동영·손학규 등 당사자들은 전혀 생각조차 없는데, 계속해서 더민주 선대위원장 자리에 이런저런 사람들의 이름만 당사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거론되는 상황 자체가 이미 정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계속되는 탈당과 분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친노 계파만의 정당으로 전락하고, 이에 따라 4·13 총선 참패가 명약관화해지는 상황에서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쓸 선대위원장을 찾다보니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억지로 떠맡기는 '폭탄돌리기' 같은 상황이 돼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좌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문병호 의원은 11일 트위터를 통해 일침을 가했다.

    문병호 의원은 "힘 있을 때는 갑질해서 멍들게 하더니 아쉬우니까 도와달라고 손 벌리는 모습이란, 더민주가 궁하다"며 "손학규 고문·DY(정동영 전 의장)·천정배 의원이 두 번 속겠느냐"고 조소했다.

    나아가 "탈당 및 신당하는 분들에게 선대위원장을 제안한 것은 (탈당파의 복당을 금지한) 혁신안 위반이 아니냐"며 "조국 교수는 왜 조용할까, 대표가 안철수였어도 그랬을까"라고, 상하기수(上下其手) 식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문재인 편들기' 의혹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