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하고 씁쓸한 말, “친노(親盧) 운동권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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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호 /목사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대표
    신안산대학교 겸임교수

     

     

     

     “막말”하면 노무현이다.
    ‘별놈의 보수’라는 주어부에서 ‘막가자는 겁니까’라는 술어부에 이르기까지,
    막말만으로도 문장이 구성될 수 있었다.
    넘지말아야할 선도 막무가내로 넘어갔다.
    휴전 상태의 분단국가를 지켜내는 군대를 “인생 썩히는 곳”,
    민주국가의 근본인 헌법을 “그놈의 헌법”이라고 불러댔다.

    막말을 뱉어낸 주인공은 결국 막말의 내용이 되었다.
    “놈현스럽다”는 신조어(新造語)가 등장해서, 좌파 언론에서도 사용되었다.
    뿌린대로 거둔 셈이니, 역사는 가혹할만큼 정확하다.
    노무현의 후예들은 막말마저도 계승했다.
    친노들이 주도하는 정당의 원내대표는 “그 X”,
    최고위원은 “시집도 안가보고 애도 안낳아본 대통령” 운운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그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이 나라 언론은 좌파를 꼬박꼬박 “진보”라고 불러준다.
    얼어죽고 맞아죽고 굶어죽는 북한 동포들을 살려내자는 인권법에
    끈질기게 반대해 온 자들이 진보인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만들어낸 법안은 거부하고
    현찰을 뿌려대자는 주장이 진보인가.
    그렇다면 진보는 인권과 일자리에는 관심이 없는 집단인가.

    이상한 이름으로 불리운 자들은 이상한 단어를 만들어냈다.
    한달여,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민중총궐기”이다.
    시위의 주력 부대는 평균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대기업 노조들이다.
    어느 자동차 회사의 급여는 일본의 도요타, 독일의 폭스바겐보다 높다.
    “꿈의 연봉”을 받는 것도 모자라, 노조원 자녀들이 취업할 때는 막강한 특혜까지 받게했다.

  • 북쪽의 인민은 대를 이어 충성해야 하는데,
    남쪽의 노조는 대를 이어서 귀족으로 살겠다는 뜻이다.
    그들이 “민중”이라고?
    귀족 노조의 특권을 자식대까지 이어가려는 자들이
    “민중의 생존”을 위해 “궐기”한다고?

    마르크스는 독설로 유명했다.
    가진 자들 뿐만 아니라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들을
    끊임없이 비꼬다가,
    자신도 꼬여버린 인생이었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민중 총궐기”가 아니라
    “기득권 귀족들의 깽판”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부정확한 말은 안개가 되어 시야를 가렸다.
    그런데 최근 햇살처럼 선명한 단어가 안개를 뚫었다.
    안철수의 탈당 과정에서 등장한
    “친노 운동권 정당”이라는 표현이다.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친노 세력에 맞선 비노파(非盧波)들이 사용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든 죄목으로 고발당한 노무현 노선을 계승했고
    막말까지도 따라했으므로 “친노”는 정확한 명칭이다.
    학창 시절에는 수업보다 수업 거부에 익숙했고,
    금뱃지를 달고 나서도 국회등원이나 표결보다 등원 거부나 거리투쟁에 더 익숙했으니,
    “운동권”도 적절한 타이틀이다.
    이런 패거리를 “정당”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 서글프기는 하지만,
    어쨌든 제 1 야당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렇게 쳐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친노 운동권 정당”이라는 용어는 정확하고 적절하다.
    이 단어가 널리 사용되는 것은 국익(國益)에 부합한다.
    먹고 살기도 바쁜 국민들이 진보니 민중이니 하는 선전을 듣고
    그 뒤에 도사린 뜻까지 추리해서 이해해야하는 고단한 과정을 생략해줄 수 있으니,
    민생(民生)에 도움이 된다.

    말은 감정을 불러낸다.
    “놈현스럽다”는 단어가 자아내는 것은 분노와 함께, 슬픔이다.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분노요, 동시에 그렇게 비정상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에 대한 슬픔이다.
    “친노 운동권 정당”에서도 같은 감정이 흘러나온다.

    경제적으로는 “한강의 기적”으로,
    기독교적으로는 “사도행전 성령 역사의 재현”으로 불렸던
    이 나라의 제 1 야당에게 붙은 이름이라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없어서, 화가 넘쳐서 슬프다.
    하지만 어이하랴. 이것이 그네들의 현주소요 우리들의 현실이다.

    번지수를 잘못 잡으면 겨냥할 수 없다. 현실을 잘못 읽으면 싸울 수 없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현주소와 현실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친노 운동권 정당”이라는 씁쓸한 용어는 그래서 유용하다.
    애국자는 분개하고 비통하면서도 사실의 대지(大地)를 밟으며 전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