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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자료사진.ⓒ연합뉴스
【뉴데일리 스포츠】프로야구에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야구가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는 스포츠 산업 중 하나인 에이전트 업계가 활성화되면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연예 기획사와 동일한 역할을 한다. 에이전트는 선수를 대신해 구단과 계약을 체결하고 기업과 광고·용품 후원 계약 등을 체결한다. 에이전트는 선수가 계약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 산업 진흥을 위해 프로야구를 비롯한 각 프로 경기 연맹에게 에이전트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에이전트 산업 발전은 미미하다. 국내 프로 스포츠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야구는 심지어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지난 14년간 막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1년 3월9일 KBO가 불공정거래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할 것을 강하게 권고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고 계약 금액을 결정하는 지표인 경기 기록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는 선수와 구단의 1대1 계약은 불공정거래"라고 밝혔다.
KBO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01년 10월31일 에이전트 도입을 허락하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2015년 6월23일 현재까지 단 한 명의 선수도 에이전트를 고용하지 않고 있다.
KBO의 규정에 따르면 선수를 대신할 수 있는 에이전트의 자격은 변호사고 시행시기는 KBO와 선수노조가 협의해 정한다. 하지만 KBO 관계자는 "아직 선수노조와 시행시기를 논하지 않았다"며 "에이전트 제도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전트, 구단 갑질 막을 유일한 힘
에이전트 제도는 고용창출 효과 외에도 선수들이 구단에게 받는 불이익을 줄일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지난 4월 기아 타이거즈의 윤완주 선수가 구단에게 받은 가혹한 징계를 놓고 야구계는 격분했지만 실제로 윤완주 선수를 위해 싸워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윤완주 선수의 억울함을 대신해 싸워 줄 에이전트가 있었다면 기아 타이거즈가 이런 가혹한 징계를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윤완주 선수는 자신의 SNS에 '노무노무' 라는 표현을 올렸다는 이유로 소속 구단에서 3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프로 야구 선수 노동 조합까지 나서 기아 타이거즈 구단이 윤완주에게 내린 징계가 가혹하다고 항의했지만 기아 타이거즈는 "광주 시민들에게 '노무노무'라는 표현은 음주운전과 동일한 사회적 물의"라는 비논리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윤완주 선수는 '노무노무'라는 인터넷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자격 정지 3개월을 받았고 이는 음주운전을 한 선수가 받은 징계와 동일하다.
KBO, 글로벌 마인드 부재
KBO는 시장이 좁은 국내 프로야구를 고려하면 에이전트 제도 도입은 아직 너무 이르다는 입장을 14년째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KBO의 이러한 입장은 세계 시장과 마주하고 글로벌 경제에서 살아남은 대한민국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류 열풍이 일어난 것은 연예 기획사의 역할이 컸다. 국내에서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들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로 진출하게 된 것은 연예인의 활동으로 돈을 버는 기획사의 이익 추구 활동의 일환이었다.
연예인들이 해외로 나가 인기를 얻자 그들이 활동했던 과거 드라마, 영화, 음반 등이 현지에서 또 다른 소비 시장을 형성했다. 방송국은 해외시장을 개척한 기획사 덕분에 국내에서 한 번 판매했던 컨텐츠를 해외에 다시 판매하며 추가 수익을 냈다.
KBO가 에이전트 제도를 반대하는 것은 과거 방송국에서 공채 텔런트를 직접 뽑아 관리했던 시절의 생각이다. 또 한국의 야구 시장이 미국에 비해 크지 않기에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KBO의 생각은 진취적이지 않다.
미국은 세계 야구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부터 일본, 미국 인근을 작은 섬나라들까지 야구를 즐기는 모든 국적의 선수를 뽑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야구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우린 미국이 아니니까'라고 아무런 도전을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스포츠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스캇 보라스는 박찬호, 류현진, 추신수 등 미국에 진출한 국내 선수들의 에이전트다. 우리는 왜 스캇 보라스와 같은 에이전트를 만들 수 없었을까.
자국 시장은 해외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다. KBO가 에이전트 도입을 막으면서 국내에서 자생할 수 있는 에이전트가 나오지 않는다. 또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으면서 해외 스포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에이전트가 생겨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