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첫 경제공동위원회 개최…4년만에 산업협력위원회 재개
  • ▲ 로센 플레브넬리에프 불가리아 대통령의 방한이 갖는 의미. ⓒ청와대 제공
    ▲ 로센 플레브넬리에프 불가리아 대통령의 방한이 갖는 의미. ⓒ청와대 제공

     

    드라마, K-POP 등 한류(韓流) 열풍에 들썩이고 있는 불가리아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로센 플레브넬리에프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향후 불가리아의 대형 인프라 사업과 국방·방산 분야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실질적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양국 정상은 미진한 양국 교역-투자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경제공동위원회를 10월에 개최키로 합의하고, 2011년 이후 4년째 개최되지 않은 산업부처 간 산업협력위원회를 조속한 시일 내 재개키로 합의했다. 

    양국 교역은 2014년 기준으로 연간 3억달러 규모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의 대(對)불가리아 투자는 2억6,000만달러, 반대로 불가리아의 투자는 120만 달러로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두 정상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와 양국 간 보완적 산업구조 등을 감안할 때 교역과 투자가 보다 확대될 여지가 크다는 점에 공감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협력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정상회담 직후 양국 정상이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오늘 플레브넬리에프 대통령님과 양국 간의 전통적 협력 관계를 더욱 다지고,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다. 한-불가리아 양국은 1990년 수교 이후 많은 분야에서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불가리아는 유렵과 중동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동남부 유럽의 중심 국가다. 한국은 한-EU FTA를 통한 유럽 국가들의 대아시아 협력 거점으로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양국의 이러한 지정학적 입지와 협력 확대를 위한 의지는 수교 이후 처음으로 양국 관계 발전에 관한 공동선언 채택으로 이어지게 됐다. 저는 이번에 양국 관계를 포괄적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실질협력 방안을 불가리아 측과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먼저 양국의 상호 보완적인 교역 구조와 협력 관계를 감안해 무역 및 투자 확대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10월에 고위급 경제공동회의를 최초로 개최하고, 기업사절단 파견과 민간 경제협력 채널 활성화 등을 통해 양국 간 교역 및 투자 증진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둘째로 양국은 기존의 협력 분야를 넘어 양국이 각기 강점을 지니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와 국방 및 방산, 과학기술·ICT, 농업 및 환경, 그리고 교육·문화 분야 등으로 협력을 다변화해 나가기로 했다. 오늘 체결한 과학기술 MOU(업무협약)는 기초과학이 뛰어난 불가리아와 응용과학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협력모델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본다.
     
    또한 양국 간 국방협력 MOU 체결로 국방 및 방산 분야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향후 안보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증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양국 국민 상호 간의 이해와 교육 증진이 긴요하다는 점에서 교육·문화 협력 약정과 체육 협력 MOU가 체결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셋째로 우리 두 나라는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저는 불가리아 정부가 그동안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일관되게 지지해준 데 대해서 사의를 표하고자 한다. 양국은 앞으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올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저는 대테러와 분쟁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역내 평화와 협력 증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양국이 협력해 나갈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특히 이번 공동선언에서 불가리아 측이 우리의 평화통일 구상 및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 영내 평화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지지해 주신 데 대해서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마친 뒤 로젠 플레브넬리에프 불가리아 대통령의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DB
    ▲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마친 뒤 로젠 플레브넬리에프 불가리아 대통령의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DB

     

    플레브넬리에프 대통령은 "저희에게 한국은 아시아지역에서 우선순위 국가이며, 다국적 기업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불가리아에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양국 간 교역을 확대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지금까지 교육과 문화 분야에서 협력을 활발하게 해 왔는데 특히 불가리아의 소피아대학교 한국학과가 아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관광사업 분야에서도 협력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불가리아 관광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플레브넬리에프 대통령은 "한국의 평화통일과 한반도의 항구(恒久)적인 안전에 있어 박근혜 대통령님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 측은 민간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사절단을 구성, 불가리아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플레브넬리에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한-불가리아 비지니스 포럼'과 '1대 1 비즈니스 상담회'를 오는 15일 개최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수입협회-불가리아 수출협회 간, 한국 중소기업중앙회-불가리아 중소기업진흥원 간 협력 MOU(양해각서)가 체결될 예정이다. 

    이처럼 양국이 다시 가까워질 수 있는 배경에는 한류(韓流)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에서 시작된 한국 드라마 열풍, 최근 K-POP 아이돌의 선풍적인 인기까지. 불가리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한류가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플레브넬리에프 대통령이 공통 협력분야로 교육과 문화를 꼽은 점도 이 때문이다. 플레브넬리에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말미에 "지금 여기(한국에) 와 있어서 저에게는 아주 큰 영광이고, (박근혜 대통령과) 친구 사이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가리아에서는 한국어붐까지 일고 있다. 수도 소피아에 위치한 소피아국립대학교는 불가리아에서 유일하게 한국학과가 개설돼 있는 대학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소피아국립대학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 알리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한류(韓流) 열풍이 교육과 문화 분야에 이어 이제 경제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불가리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양국이 문화적 교류를 넘어 경제와 안보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두터운 협력을 이루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