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팬 생각했다면 메이웨더와 경기 연기했어야…
  • ▲ 오른쪽부터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선수.ⓒ연합뉴스
    ▲ 오른쪽부터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선수.ⓒ연합뉴스


    【뉴데일리 스포츠】 공격이 아닌 수비로, K.O.(Knockout)가 아닌 판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미국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Floyd Mayweather Jr.)는 얄미운 권투 선수다. 일부 팬들은 수비 기술이 뛰어나고 지능적인 경기운영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려 K.O.를 따내는 메이웨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때리고 또 때리는 공격적인 권투를 좋아하는 대다수의 팬들에게 메이웨더는 영웅이라기보다 영리한 선수에 불과하다.

    메이웨더는 최근 필리핀의 매니 파퀴아오(37·Manny Pacquiao)와 펼친 경기에서도 판정승을 이끌어냈다. 그는 이날 승리로 48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안티팬들도 많지만 메이웨더가 흥행을 보증하는 선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경기가 끝나도 얼굴에 상처 하나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메이웨더의 별명은 '프리티 보이(Pretty Boy)'다. 그만큼 상대의 공격을 잘 피한다는 의미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복싱을 바라는 팬들 가운데는 메이웨더가 멍든 얼굴로 바닥에 쓰러지는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메이웨더는 팔로 얼굴을 가리는 가드(Guard) 동작을 하지 않는 복서로 유명하다. 얼굴을 그대로 상대에게 노출한다. 권투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위가 턱과 복부인데 메이웨더는 오른 주먹을 턱 아래에 두는 정도로 방어 태세를 마친다. 이는 상대방의 공격을 유도하는 유인책이다.

    메이웨더는 이런 면에서 얄밉게 영리한 선수다. 메이웨더는 상대방에게 가벼운 잽(Jab)을 던지며 자극한 뒤 얼굴을 들이밀어 상대의 주먹을 부른다. 주먹을 휘두른 상대의 빈틈으로 아껴뒀던 자신의 주먹을 날린다. 이렇게 따낸 메이웨더의 K.O.가 48경기 중 26경기나 된다.

    권투는 주먹을 내는 선수가 유리하지 않은 경기다. 주먹을 많이 낼 수록 체력적인 소모가 커지고 라운드(Round)를 거듭할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게 돼, 경기 후반에 강력한 펀치(Punch)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파퀴아오는 얄미운 메이웨더를 꺾을 수 있는 선수로 팬들에게 낙점됐다. 5년 전에도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대결을 성사시키려는 권투계의 노력이 있었다. 파퀴아오는 팬들에게 재미없는 복싱으로 47연승을 이어가며 미국의 복싱 전설 로키 마르시아노(1924~1969)의 49연승 기록에 도전하는 메이웨더를 멈추게 할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파퀴아오는 메이웨더에게 완벽히 패했다.
     

  • ▲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선수.ⓒSBS
    ▲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선수.ⓒSBS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는 경기 초반 3라운드까지 서로를 탐색하면서 9분을 보냈다. 팬들이 기대했던 파퀴아오의 공격적인 모습은 4라운드 반짝 나온 뒤 경기 내내 나오지 않았다. 4라운드 파퀴아오의 강력한 공격을 받은 메이웨더는 5라운드 적극적인 공세로 돌아섰고, 파퀴아오를 위협할 수 있는 펀치도 만들었다. 6라운드는 파퀴아오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메이웨더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펀치는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후 7라운드부터 12라운드까지는 메이웨더가 경기를 이끌었고 파퀴아오는 이에 끌려갔다.

    메이웨더는 자신의 할 수 있는 권투로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파퀴아오는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물론 많은 권투 팬들은 파퀴아오가 메이웨더를 쓰러트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날 권투 팬들은 상처없는 얼굴로 웃으며 돌아서는 메이웨더를 지켜봐야 했다.

    파퀴아오는 자신보다 10cm나 팔이 더 긴 메이웨더를 상대해야 했다. 복싱은 주먹으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경기다. 이를 기술적으로 분석하면 발을 움직여 자신의 주먹이 상대에게 닿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경기다. 메이웨더는 파퀴아오가 다가오면 껴안거나 도망가는 방법으로 파퀴아오에게 거리를 내주지 않았다.

    파퀴아오는 경기 후 자신의 오른쪽 어깨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수술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진통제를 먹으며 경기를 준비했다고 경기에서 패배한 이유를 설명했다. 어깨 수술을 했다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 파퀴아오가 밝힌 졸전의 이유였다.

    파퀴아오는 메이웨더와의 경기를 연기하고 휴식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예정된 경기에 그대로 나섰다. 그러나 이 선택은 권투 팬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정상적인 몸상태가 아닌 파퀴아오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승패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1,000억원이라는 높은 수입에 눈이 멀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