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헌혈증 479장 모아, 백혈병 어린이 후원단체에 전달
  • ▲ 사진 1 백혈병 아동을 돕기 위한 헌혈증 기증 운동을 펼친 해군잠수함사령부 추교현 병장과 최지수 상병을 비롯한 해군잠수함사령부 수병들.ⓒ해군
    ▲ 사진 1 백혈병 아동을 돕기 위한 헌혈증 기증 운동을 펼친 해군잠수함사령부 추교현 병장과 최지수 상병을 비롯한 해군잠수함사령부 수병들.ⓒ해군

    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해군수병들이 헌혈증 479장을 모아 관련단체에 기증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추교현 병장을 비롯한 해군 잠수함사령부(이하 잠수함사) 수병들. 잠수함사 수병들은 4월 30일 부산 소재 백혈병 아동 후원단체인 ‘더불어하나회’를 방문하여 헌혈증 479장을 기증했다.

    잠수함사 수병들이 헌혈증 기증 운동을 시작한 시기는 지난 2월 초. 잠수함사 지휘통제실에 근무하는 추교현 병장(해상병 605기, 21세)이 아이디어를 내 시작했다. 6월말 전역 예정인 추 병장은 제대 전에 국민과 해군을 위해 뜻깊은 일을 해보고 싶었다. 수병으로서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국군의 사명'중 ‘국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문구에서 힌트를 얻어 헌혈증을 모아 백혈병 어린이를 돕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추 병장은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동료 수병들에게 밝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 자리에서 헌혈증을 내준 수병도 있었고, 후임병인 조리병 최지수 상병(해상병 613기, 20세)은 자신의 헌혈증과 민간인 친구들의 것까지 헌혈증 11장을 모아 동참했다. 평소 잘 알지 못하는 수병들도 불쑥 찾아와 추 병장에게 헌혈증을 건넸다.

    그렇게 잠수함사 수병들이 모은 헌혈증이 150장. 추 병장이 동료 수병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 지 딱 2주일 만이었다. 추교현 병장과 최지수 상병은 수병뿐만이 아니라 부대 차원에서 헌혈증 모으기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잠수함사령부 백혈병 아동 후원계획’ 보고서를 작성해 그동안 모은 헌혈증 150장을 들고 3월 23일 안광오 잠수함사 주임원사를 찾아가 취지를 설명했다.

    두 수병이 작성한 보고서를 본 주임원사는 깜짝 놀랐다. 목적과 단계별 추진계획은 물론, 관련 기관을 통해 확인한 백혈병 아동 현황, 경남혈액원에서 부대에 지원할 수 있는 헌혈차량 대수, 군인복무규율과 혈액관리법 등 관련 법령 검토까지 꼼꼼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3월 24일, 추 병장과 최 상병은 주임원사가 배석한 가운데 잠수함사령관 윤정상 소장에게 후원계획을 보고했다.

    윤 사령관은 그 자리에서 잠수함사령부 예하 전 부대에 헌혈증 기증 운동 동참을 지시했다. 잠수함사령부의 전신인 9전단을 포함해서 잠수함부대 창설 이래 수병이 최고 지휘관인 제독에게 직접 업무계획을 보고한 것도 처음이고, 수병이 기안한 업무계획이 전 부대로 시달된 것도 처음이었다고 한다.

    이후 잠수함사령부는 부대차원에서 전 장병 및 군무원을 대상으로 헌혈증 기증 운동을 펼쳐 4월 29일까지 479장을 모았다. 그리고 4월 30일, 인사참모를 비롯한 간부들과 함께 추교현 병장과 최지수 상병이 잠수함사령부 수병들을 대표해서 백혈병 아동 후원단체인 부산의 ‘더불어하나회’를 찾아 정성껏 모은 헌혈증을 기증했다.

    이번 백혈병 어린이 돕기 헌혈증 기증운동을 기획한 추교현 병장은 2013년 7월 해군에 입대했다. 대구가 고향인 추 병장은 아덴만 여명작전을 접하고 감동을 받아 해군에 지원했다. 7기동전단 소속 어학병(통역병)으로 2014년 환태평양훈련에 참가했고 그해 9월 잠수함사령부의 전신인 9전단 지휘통제실로 소속을 옮겼다.

    추 병장은 “내가 좋아서 선택한 해군이고, 환태평양훈련에 참가하면서 더 큰 자부심을 느꼈다. 최근 해군이 여러 가지 사건․사고로 비판을 받아 가슴이 아팠다. 이런 해군이 아닌데…. 제대가 몇 달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내가, 우리 수병들이 해군과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생각해 봤다. 그래서 헌혈증 모으기를 선택했다. 입대 전 친한 친구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봐서 백혈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알게 된 것도 동기가 됐다”며 이번 백혈병 어린이 돕기 운동 시작의 계기를 밝혔다.

    잘 몰랐던 최지수 상병도 이번 일을 추진하면서 전투를 함께 치른 전우같이 친해졌다. 우리들끼리'수병의 힘, 해군의 미래입니다'라는 슬로건도 만들었다”며 동료 수병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