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통렬한 반성… 언론인 마음 상하게 한 것 사죄드린다"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10일 오전 10시 15분부터 국회본청 246호 소회의실에서 시작됐다.

    이완구 후보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신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원내에서 두루 원만한 인간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지명 당시에는 청문회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관측됐다. 역대 각료 지명자 중 현역 국회의원으로 청문회에서 낙마한 사례가 없다는 것 또한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여당의 새 원내대표 선출과 야당의 전당대회 등으로 청문회 일정이 순연되는 사이, 뜻밖의 악재들이 잇달아 돌출되면서, 지금은 인준을 전혀 낙관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에서 강경파 색채가 강한 지도부가 들어서고, 문재인 신임 대표가 선명성을 보여주기 위해 여권과 각을 세우는 것도 이완구 후보자에게는 긍정적이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날부터 11일까지 이틀 간에 걸쳐 진행될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언론외압 의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완구 후보자는 H일보 기자 등 4명의 취재진과 함께 김치찌개를 함께 먹던 중 언론사 간부를 통해 불리한 기사를 제외하거나 특정 패널을 뺄 수 있다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완구 후보자는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부덕의 소치"라며 즉각 사과했지만, 새누리당조차 "모든 귀책사유는 본인에게 있다"고 할 정도로 감싸주기 어려운 '돌발 악재'였다. 이를 최초로 폭로한 새정치연합 김경협 인사청문특위 위원을 중심으로 이완구 후보자의 언론관에 대한 검증 공세가 예상된다.

    이완구 후보자의 차남과 관련한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병역 면제 의혹은 서울대병원 공개 검증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국회 국방위 소속인 새정치연합 진성준 위원이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당의 진선미 위원은 이완구 후보자의 차남 이모 씨가 해외 법무법인에서 지급받은 소득에 대해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단은 이에 대해 "차남은 홍콩에서 소득세와 보험료를 납부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별도로 납부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았다"며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고 통보받은 직후인 지난달 7일 소득세를 납부했고, 건보료도 최근 납부 절차를 마쳤다"고 해명했다.

    이완구 후보자 본인의 보충역 판정은 그간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이 후보자가 최초의 신체검사에서는 현역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진성준 위원에 의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진성준 위원은 이 후보자가 행정고시에 합격한 직후 재검을 통해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이 미심쩍다는 지적이다. 이 점에 대해서도 청문회 과정에서 검증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매체는 이날 조간에서 이완구 후보자가 충남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해외 공무 출장에 배우자를 동반했다는 의혹을 김경협 위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에 보도된 김경협 위원의 주장에 따르면, 이완구 후보자는 200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장과, 2008년 중국 출장 등에 배우자를 동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 동반 출장'은 앞서 2013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장인으로부터 차남에게로 증여된 분당 토지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삼청교육대 설치 당시 국보위에 근무했던 경력 논란도 청문회 과정에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두 가지 사안은 그다지 폭발력이 있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분당 토지 투기 의혹과 국보위 훈장 문제가) 국무총리 인준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완구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가 시작된 직후 모두발언을 통해 "나 자신의 왜소하고 문제점 많은 모습에 새삼 놀랐고 통렬히 반성한다"며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것은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심려와 적지 않은 실망을 드렸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부족함을 통감하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언론인 여러분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서도 깊이 사죄드린다"고 국민과 언론인에 대해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