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는 한 건도 못해… 여야 언쟁 벌이다 정회 수순 '구태의연'
  •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0일 오후 속개된 가운데, 50여 분간 한 차례의 질의도 없이 여야 청문위원들 간의 언쟁만 오가자, 가운데 앉은 이완구 후보자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0일 오후 속개된 가운데, 50여 분간 한 차례의 질의도 없이 여야 청문위원들 간의 언쟁만 오가자, 가운데 앉은 이완구 후보자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0일 오후 속개된 이후, 후보자에 대한 질의는 단 한 차례도 못한 채 정회를 맞았다.

    국회본청 246호 소회의실에서 이날 오후 2시 30분 속개된 청문회는, 정작 검증의 대상인 이완구 후보자는 가운데 앉혀둔 채 약 50분간 여야 청문위원들끼리 입씨름만 했다는 지적이다.

    정회를 맞이하게 된 이유는 이른바 '언론외압 의혹'과 관련된 H일보의 녹취록 재생 여부 때문이다.

    오전에도 녹취록 음성 재생을 요구하며 15분간 청문회 시작을 지연시켰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청문위원들은 오후 청문회가 속개되자마자 작심한 듯 이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 유성엽 간사는 "후보자는 (취재진과의 점심 식사 자리에서) '내가 언론인을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내 친구 중에서도 대학 만든 사람이 있으니 교수도 만들어줬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며 "그런 말씀을 정말 하신 적이 없다면 야당이 없는 사실로 정치공세를 한 것이 되고, 아니면 후보자가 청문회장에서 중대한 위증을 한 것이 되기 때문에 사실을 확인할 것을 위원장에게 요청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정문헌 간사는 "틀고자 하는 녹취는 후보자가 흥분한 상태에서 비공개석상에서 나온 즉흥적 발언이기 때문에 모 언론사에서도 보도를 보류한 내용"이라며 "취재윤리에 반하는 과정에서 녹취된 음성을 이 자리에서 트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김경협 위원은 "취재윤리를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국민들도 궁금해 할테니, 누구 이야기가 맞는 건지 그런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김도읍 위원은 "우리 국민은 먹고 살기에 급급하다"며 "국무총리를 빨리 뽑아서 경제를 정상화해야지, (녹취록을) 틀고 말고에 우리 국민은 관심이 없다"고 질타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진선미 위원은 "국민들이 아무리 먹고 살기에 급급해도 잘못된 총리를 바라지 않는다"며 "제대로 된 총리를 원한다"고 맞받아쳤다.

    청문위원들 간의 입씨름이 계속되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한선교 위원장은 "해당 언론사에서 유감 표명을 했고 취재의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부분"이라며 "당사자인 해당 언론사가 (보도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했기 때문에 이를 음성으로 틀 것인지 말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교통정리를 시도했다.

  • ▲ 새누리당 이장우 인사청문특위 위원이 10일 오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와중에 이날 H일보 조간 신문의 1면 복사본을 들어보이며, 이른바 '녹취록'이 취재윤리에 어긋나게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장우 인사청문특위 위원이 10일 오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와중에 이날 H일보 조간 신문의 1면 복사본을 들어보이며, 이른바 '녹취록'이 취재윤리에 어긋나게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하지만 이후 새누리당 이장우 위원과 새정치연합 김경협 위원 간에 의사진행발언을 통한 언쟁이 격화되면서 한선교 위원장의 수습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새누리당 이장우 위원은 "국무총리 후보자의 허락도 없이 (기자가) 비밀리에 녹취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야당 의원 보좌관에게 제공하고, 야당 의원 보좌관은 무슨 거래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KBS에 제공해 공표한 내용"이라며 "언론의 중립 의무를 저버린 정치개입인데, 불법적으로 취득한 파일을 공개한다는 것은 절대로 국회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이를 H일보 기자로부터 입수해 KBS에 제공한 장본인인 김경협 의원이 발끈했다.

    새정치연합 김경협 위원은 "보좌관이 무슨 거래를 했다니 무슨 이야기냐"며 "불법 취득이라니 무슨 근거를 갖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몰아붙이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동안 청문위원들 간의 입씨름을 지켜보고 있던 이완구 후보자는 "한 시간 반 동안 기자 몇 분과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제 기억의 한계와 심리적인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감안해 용서를 부탁드린다"고 오전에 이어 재차 사과했다.

    이에 새누리당 염동열 위원은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총리로서의 국정수행능력 등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많다"며 청문회 질의의 속개를 요구했지만, 새정치연합 유성엽 간사는 "후보자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지금까지 항상 접했던 이런 상황에 와 버리고 말았다"며 정회를 요청했다.

    한선교 위원장은 다른 청문위원들이 질의를 계속 진행하면서 그동안 여야 간사가 녹취록 음성 재생 여부와 관련해 협의를 계속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유성엽 간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이날 오후 청문회는 시작된지 50분 만에 정회가 선포됐다.

    50분 동안 단 두 차례의 발언 기회만을 얻으며, 한 번의 질의도 받지 못한 이완구 후보자는 여야 간사가 협의하는 동안 청문위원들이 모두 퇴장함에 따라 함께 청문회장을 나섰다.

    결국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1일차 인사청문회는,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후보자의 자질이나 능력에 대해서는 질의를 통해 검증하지 못한 채 여야 청문위원들끼리 언쟁을 벌이다 감정이 격화돼 사과를 요구하면서 정회를 맞이하는 구태의연한 수순으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