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앞둔 문재인의 우호적인 평가에 좌파 누리꾼들도 의견 변화
  • ▲ ▲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덕수와 영자 ⓒ네이버 영화
    ▲ ▲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덕수와 영자 ⓒ네이버 영화

     

    산업화 세대의 애환을 그린 영화, <국제시장>을 놓고 벌어진 좌·우 이념대립이 묘한 지각변동을 보이고 있다.

    개봉 초기 ‘독재정권 시절’을 미화했다며 비판일색이던 좌파성향 누리꾼들도 정치적 색깔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영화를 보자는 의견으로 속속 바뀌고 있다.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국제시장>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서일까? 당권에 도전하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자신까지 SNS에 해당 영화를 추천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국제시장’을 정치적 이슈화 하려는 원동력은 사실상 소멸하고 있는 분위기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의 누적 관객수는 720만 1.036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 영화는 과거 60~70년대,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등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대한민국 현대사를 생생하게 재현해낸 풍성한 볼거리로 전 세대 관객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지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국제시장>은 개봉 초기만 하더라도 좌파성향 누리꾼들에 의해 ‘독재정권을 미화하는 영화’, ‘보기 불편한 영화’라는 등 갖은 악평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좌파성향 종편방송인 JTBC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여온 영화평론가 허지웅 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강조하는 '국제시장'의 등장은 반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5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국제시장>에 대해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라며 “정말 토가 나온다.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라는 표현을 쓰며 악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 ▲ ▲영화평론가 허지웅 씨 ⓒ뉴데일리DB
    ▲ ▲영화평론가 허지웅 씨 ⓒ뉴데일리DB

     

    좌파의 대표적 ‘얼굴마담’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12월 3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 영화에 평점을 준다면 10점 만점에 5점정도”라며 “집에 나이 드신 분들 계시면 모시고 가라. 내용이나 형식 두 측면에서 모두 그 분들 취향에 맞춰져 있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아울러 “그냥 그럭저럭 얼추 골을 갖춘 신파”라면서 “감독은 정면승부 대신, 이야기를 썰렁한 개그와 싸구려 신파로 재포장해 내놓는 길을 택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폄하했다.

    반면, 영화 <국제시장>의 무대가 된 부산에 지역구를 둔 문재인 의원은 전혀 상반된 평가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12월 31일 트위터에서 “‘국제시장’을 보니 보수의 영화라는 식의 정치적 해석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영화는 영화일 뿐이며 애국도 보수만의 것이 아닌, 보수·진보를 초월하는 가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가족끼리 보면 가족의 가치를 확인하면서 부모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추’(‘강력추천’의 인터넷 은어)한다”고 썼다.

    문재인 의원의 이 같은 평가를 놓고 정치권 내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당내 중도파를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중도(中道) 코스프레에 대한 지적이다.

    어찌됐든 문재인 의원의 호평이 알려지면서 일부 좌파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의 누리꾼들도 덩달아 영화 <국제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좌파세력의 구심점에 해당하는 ‘친노(親盧)’ 좌장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tes***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국제시장을 보수의 영화라고 비판하고 보수라는 사람들이 국제시장을 평하고 박정희 최고를 주장하는 기현상을 보였다”며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고 서로가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빌미로 삼은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강대***이라는 누리꾼도 “새누리당과 일베가 추천했다는 말에 거부감이 일었는데 문재인 의원의 의견을 보니 그런 것 다 버리고 제가 알아서 판단해야하는 능력도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