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집단폭행 의혹 연루되며 '갑 중의 갑'으로 등극
  • ▲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땅콩 회항' 갑(甲)질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속된 가운데, 갑오년 올해 '갑 중의 갑'으로 꼽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에 대해 다시금 관심이 쏠린다.

    모 기업인은 지난 23일 한 경제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과 김현 의원의 갑질을 거론하며 "이 두 사건을 보면서 내가 인간 관계에서 가시나무의 가시를 만든 적이 없는지, 뒤돌아보는 시간이 소중해진다"고 성찰했다.

    굳이 순위를 따지자면 '을(乙) 중의 을'인 대리기사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듯 하자,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호통을 치며 집단폭행에 연루된 김현 의원이 조현아 전 부사장보다 한 수 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현 의원은 세월호 단원고 유가족의 이른바 '대리기사 집단폭행 의혹'에 연루되면서 올해 9월 중순부터 각 매체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알려진 사실관계에 따르면, 김현 의원은 지난 9월 16일 서울 동여의도 KBS별관 인근 모 일식점에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 김형기 수석부위원장 등 유가족 5명과 술자리를 가지다, 시각이 자정을 넘기자 대리기사를 불렀다.

    대리기사와 함께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부터 차량으로 이동할 때까지 이들은 "내가 부위원장 아니냐", "그냥 부위원장이 아니라 수석부위원장이시죠",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의원)은 살려두기로 했다"는 둥 듣기 민망한 대화를 나누며 가다서다를 30분째 반복했다.

    이에 대리기사가 "안 가실 것이면 돌아가겠다"며 "오래 기다렸는데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다"고 하자, 김현 의원은 "나 국회의원이다"라며 "그 몇 분도 못 기다리느냐"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현 의원은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호통을 치고, 단원고 유가족들은 "국정원 직원이냐"고 외치며 대리기사를 따라가 넘어뜨리고 발로 밟는 등 집단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 ▲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사진 오른쪽)과 같은 당의 김광진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사진 오른쪽)과 같은 당의 김광진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일부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갑 중의 갑' 김현 의원 감싸기에 나서 눈총을 받기도 했다.

    같은 당의 최민희 의원은 사건이 일어난지 닷새 후인 9월 2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모든 것이 정치의 잘못"이라며 "정치권이 세월호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유가족들께 죄를 많이 지었다"고 김현 의원 갑질의 책임을 두루뭉실하게 '물타기'하려 했다.

    이어 "단순 사건은 그냥 단순 사건으로 해결하고 이제 진상 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집중하자"며, 김현 의원의 갑질로부터 비롯된 대리기사 집단폭행 의혹에 분격한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9월 25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체중 46㎏의 온순한 주부인 김현 의원이 어떻게 폭행을 했다는 것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말해, 평소 김 의원의 품성을 잘 알고 있는 취재진의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이후 김현 의원의 신분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되자, 경찰의 수사 대상으로 전락한 김현 의원이 경찰청을 피감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안행위원으로 있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김현 의원 당사자는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결국 국정감사를 코앞에 둔 10월 6일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에 의해 안행위에서 외통위로 변경을 통보받는 굴욕을 맛본다.

    이 사실을 발표한 김영록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김현 의원 본인이 원해서 (상임위 변경이 있었다)"라고 설명했지만, 안행위 사임 사실이 본인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비대위원회의에서 발표된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회의에서 문희상 위원장이 김현 의원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도, 끝까지 "김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과 서러움을 치유하는데 온 몸을 던진 분"이라며 "유족 옆에 늘 같이 서 있었다"고 사족(蛇足)을 붙인 것을 두고서도 논란이 있었다.

    당시 정치권 관계자는 "(김현 의원은) 3시간 가까이 일식점에서 유가족 지도부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들의 아픔과 서러움을 치유하고, 이들 유가족이 대리기사를 집단폭행할 때도 옆에 늘 같이 서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김현 의원을 출당하거나 제명해도 부족할 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 지난 11월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을 지켜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11월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을 지켜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현 의원은 안행위에서 외통위로 상임위가 변경된 뒤에도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외통위의 중국·베트남 현지 공관 국정감사를 위해 10월 13일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할 때,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항공기 승무원 출국장을 이용했다.

    이튿날 열린 주중대사관 국정감사에서는 "대사관의 외교부 출신들은 인사를 하는데, 왜 다른 사람들(타 부처 주재관)은 인사가 없느냐"며 별도로 자기소개와 인사를 할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국감이 끝난 뒤에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등과 함께 뮤지컬을 관람하는 등 마치 공무가 아니라 외유를 위해 온 것 같은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김현 의원과 세월호 단원고 유가족들이 연루된 '대리기사 폭행 사건'이 발생한지 3개월이 넘었지만, 수사만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됐을 뿐 김 의원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폭행 혐의'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소속 정당인 새정치연합은 전 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공세에 사용하겠다며 김현 의원을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내정했다. 그 자신도 아직 검찰에 의해 수사받는 피의자 신분이면서 누가 누구를 향해 나무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 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던 블로그 등 SNS는 '대리기사 집단폭행 연루 의혹' 이후 글들이 끊겼다. 가끔 올라오는 글도 후원금 안내 등이며 그나마도 덧글란은 누리꾼들의 비판을 우려했는지 닫혀 있다.

    의정활동은 어떤지 몰라도 정무적인 활동은 재개하고 있다는 평이다. 김현 의원은 지난 11일 같은 당의 이해찬 의원이 주최한 '권력구조 개편과 헌법 개정' 토론회에 참석했다. 친문재인 성향의 친노(親盧) 강경파 의원들이 총집결한 자리에 함께 한 것이다.

    김현 의원은 '문재인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따온 '문지기' 모임에도 간간히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지기'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던 새정치연합 의원 10여 명이 결성한 모임으로, 김경협·김용익·김윤덕·김태년·김현·노영민·도종환·박남춘·윤호중·이학영·전해철·홍영표 의원 등이다.

    '문지기' 모임에 관해, 김현 의원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간헐적으로 만나는 분들이지만 모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