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 출판기념회, 이인호 이사장 축사서 ‘쓴소리’
  • ▲ 10일 오후 서울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 출판기념회에서 이인호 KBS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10일 오후 서울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 출판기념회에서 이인호 KBS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참으로 말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어떤 말은 들어서 유익하나, 어떤 말은 들으나마나 하고, 어떤 말은 없었으면 좋겠고, 어떤 말은 독이 되기도 합니다.

       - 이인호 KBS 이사장, 10일 열린 김지하 시인 출판기념회에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 출판기념회에서 이인호 KBS 이사장이 작심한 듯, 쓴소리를 냈다.

    이인호 이사장은 이날 축사를 이어가던 중, “많은 말들이 잡음이 돼 귀에서 울리고 있다”면서, 그 잡음을 만드는 주범 가운데는 방송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인호 이사장은 “KBS가 잡음을 만들지 말고, 김지하 시인처럼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 제가 받은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이인호 이사장의 발언은, 잇따른 파업과 노사갈등, 구성원 사이의 반목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언론계의 황폐해진 현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언론계 종사자들에 대한 경고의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좌파 진영으로부터 집요한 공세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인호 이사장의 이날 ‘독설’은 노학자의 고언(苦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KBS를 비롯한 언론에 대한 신랄한 평가 못지않게, 이날 주인공인 김지하 시인에 대한 그의 촌평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인호 이사장은 “좌우를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보여도, 한결같이 우리 마음속을 파고 든다”는 표현으로 시인의 범상치 않은 행보를 묘사했다.

    이어 그는 시인의 치열했던 삶과,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시인 김지하’가 갖고 있는 무게감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 많은 말 속에서 우릴 떠나지 않는 김지하 시인의 낭랑한 목소리, 그것은 전투적 메시지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생명이나 평화 등을 알리는 소리로 다가오기도 했다. 나는 그것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나라고 본다.

    학교를 다닐 때 ‘시인은 민족이라는 집단 무의식이 변형되는 매개체’라는 얘길 듣곤 했다.

    ‘민족혼’과 ‘얼’, 그리고 밑바닥 삶에서 우러나오는 정서들은, 이를 갈구한 ‘진정한 시인’의 말을 통해서 나온다는 것, 바로 그 ‘진정한 시인’이 김지하라고 생각한다.

       - 이인호 이사장, 10일 열린 김지하 시인 출판기념회에서


    앞서 이 이사장은 지난 9월 취임 인사에서 “정치적 외풍을 막아내는 동시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유혹도 이겨내며, 우리 정치가 갈등과 반목이 아니라 상생의 정치가 되게 하는 데 KBS가 앞장을 서야 할 것”이라는 말로, 언론의 독립과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김지하 시인의 새 책 [수왕사(水王史)], [초미(初眉)], [아우라지 미학(美學)의 길] 출판기념회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윤상현 의원, 김종훈 의원,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이인호 KBS이사장 등 정관계, 문화예술계, 교육계 인사들과 시민사회 대표 등이 자리해 성황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