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회관서 처음이자 마지막 출판기념회, '통일 방향' 제시
  • 
  • ▲ 김지하 시인의 새 책 [수왕사(水王史)], [초미(初眉)], [아우라지 미학(美學)의 길] 출판기념회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렸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지하 시인의 새 책 [수왕사(水王史)], [초미(初眉)], [아우라지 미학(美學)의 길] 출판기념회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렸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선아리랑 공연이 출판기념회의 시작을 알렸다.
    객석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머리가 희끗한 한 남성이 마이크를 잡았다.
    20여분 정도 발언을 이어가자 중간중간 관객들이 빠져나갔다.
    조용했던 관객들이 웅성웅성 거리기도 했다.
    그러자 이 남성의 한마디.

    손님들이 자꾸 나가시네.
    아가리 닫으라는 얘긴데…
    조금만 더 합시다.
    다 나가도 나는 하니까.

    자꾸 집사람이 빨리 나오라고 하는데, 알아요.
    그러나 난 이런 연설 오늘로서 내 인생에서 끝입니다.


    10일 오후 천도교 수운회관 대교당에서  
    김지하 시인의 <수왕사> <초미> <아우라지 미학의 길>
    세 권에 대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그의 출판기념회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발언을 이어가던 김지하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김지하는 등장할 때부터 썩 밝은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자리 주변에 있던 인사들이 악수를 청할 때 살짝 미소를 짓다가도 금새 인상을 찌푸렸다.

    정선아리랑 공연이 시작됐다.
    지팡이를 만졌다가, 눈을 비볐다가, 입을 닦았다가, 귀를 긁적긁적,
    쩝쩝 입을 다시다가 물을 한모금 마시고….
    공연에 영 재미를 못붙이는 모양이다.

    이따금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장단을 맞추기도 했지만,
    이내 눈을 감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공연에 이어 축사와 내빈소개가 이어졌다.
    젊은 시절의 김지하를 조명하는 영상이 나왔다.
    1시간 가까이 시간이 지난 끝에 마침내
    김지하
    가 지팡이를 짚고 무대로 나와 책상에 앉았다.

    김지하의 연설도 장장 1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는 관객이 밖으로 나가건 말건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연신 "조금만 더 합시다"라면서 호통을 쳤다.

    신들린듯한 그의 연설에 무슨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으랴.
    "공부 좀 하시라"는 그의 말대로
    '도인'의 경지에 오른 그의 말을 공부해가며 이해할 수 밖에.

    이해를 돕고자 뉴데일리 박성현 주필이 쓴
    '김지하의 다섯 나라를 엮어내는 네오(新) 르네상스- 힐링論'
    (박근혜 발탁 윤창중, 창녀모독죄 범했다!)을 관련기사로 덧붙인다.

    '판소리'가 우리 민족의 힘이라는 그의 연설은 그 자체가 판소리처럼 들렸다.
    중간중간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흡사 판소리의 추임새처럼 다가왔다.
    그는 자신에게 쏟아졌던 비판들을 스스로에게 되묻고, 자신이 답하는 등
    1인 2역을 해가면서 발언을 이어나갔다.

    그는 "북한의 극좌, 남쪽의 극우, 극좌와 극우 사이에 이 민족이 끼어 있다"면서
    "극좌와 극우가 극복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극복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제우 선생이 말한 '원만'을 찾아야 하는데,
    그 '원만'의 뿌리가 '정선 아리랑'에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 ▲ 출판기념회에서 김지하 시인은 "이런 연설은 오늘로서 내 인생에서 끝"이라고 말했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출판기념회에서 김지하 시인은 "이런 연설은 오늘로서 내 인생에서 끝"이라고 말했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앞으로 통일을 해야겠죠. 대박통일을 어떻게 할 겁니까.
    여긴 천도교 동학 최제우 선생의 방입니다.
    수운회관 온 만큼 최제우 선생한테 배워야겠죠.
    최제우 선생의 시 <남신원만북하회>(南辰圓滿北河回)라고 있습니다.
    앞에 남이 붙어있고 뒤에 북이 붙을 때엔 가운데에 반드시 쓰지 않아도 가운데 중자가 들어가게 됩니다.
    남쪽에서 통일, 혁명, 개벽의 샛별이 떠도 중조선의 원만을 택하도록 해야 북쪽의 강물 방향, 문명 방향을 바꾸게 되는 것.

    극좌와 극우를 밀어낼 수 있는, 대한민국 자체의, 밑으로부터 올라올 수 있는, 조선 사상의 근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 원만을 어떻게 획득할 것이냐.
    그 원만을 어떻게 할 것이냐.
    정선 아리리랑이, 미학적 특징을 가진 것이...
    어떻게 마을마다 다 다른 정선아리랑이, 우리한테 있습니다.
    우리의 비밀을 다시금 발견하고 어둠속으로부터 올라오는 하얀 빛의 비밀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이것이 좌익 우익을 결합시킬 것 아니냐.
    남과 북은 자본주의 공산주의가 맞거든요.
    그렇습니다.

    민족 통일 이전에 민족 르네상스가 와야돼!
    일본에 짓밟히면서도 이어져온 우리 민족의 시김새, 미학적
    전통, 예로부터 문화로부터 청년들 여성들 못난이들 속에서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적 자부심, 끈기와 용기와 지혜와 같은 이것들이 살아나지 않으면 공산주의도 개똥이고 자본주의도 안 됩니다.


  • ▲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김지하 시인은 "나 대통령 인정한 적 없지만, 박근혜씨를 대단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김지하 시인은 "나 대통령 인정한 적 없지만, 박근혜씨를 대단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춘향가에서 변 학도가 춘향이를 겁탈하려다가 춘향이가 말을 듣지 않죠.
    말이 많고 눈 밖에 났죠.
    온몸을 얻어맞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거기서 제일 기다리던 구원자가 이도령이었죠.
    이도령이 나타나면 얼마나 기쁘겠습니가.
    춘향이가 기대하던 건 암행어사가 되어 나타나 자길 구해주길 기다렸겠죠.
    그런데 이도령이 "춘향아 나 그지가 됐다" 그러니까 춘향이가 얼마나 절망했겠습니까. 그때부터 울면서 노랠 부릅니다.
    그것을 쑥대머리라고 합니다.
    극도의 고통, 절망, 어둠으로부터 노랠 시작합니다.
    그 노래가 그렇게 슬픈데도 불구하고 젊었을 때 이도령과 같이 손을 잡고 광한루를 거닐고 꽃을 따고 귓가에 꽂아주는 아름다운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 때 그 어두운 믿음으로부터 하얀 사랑과 희망이 솟아오릅니다.
    (탁자를 '톡톡톡' 두드리면서)이것이 조선 정신입니다.

    바로 이 정신을 시김새, 즉 발효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싸이의 말춤이 감기를 떨어뜨리는 특효약이라고 인기고, 사스가 유행할 때 김치하고 비빔밥이 난리였습니다.
    그 힘의 뭐냐?
    싸이의 춤은 전라도말로 똥구멍춤입니다.
    에너지를 밑으로 넣어 위로 끌어올리는 것.
    그니깐 감기가 떨어져 나가지.
    이 힘, 이 힘이 판소리 힘입니다.
    송홍록 가라사대 '정선 아리랑'입니다.


  • ▲ 김지하 시인의 출판기념회에 관객들로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지하 시인의 출판기념회에 관객들로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리로 튀고, 저리로 튄 그의 발언은
    때론 청중들을 당혹케 하기도 했다.

    발언 중간에는 '개헌론'에 대해 "웃기지도 않아"라고 말문을 연 뒤,
    대뜸 "여기 김무성 대표가 대단하신 모양인데, 너 뭘 믿고 까불고 모욕하느냐?
    중동고등학교 후배거든"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노무 쉐키'라고 발로 밟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김무성 대표 패는 건 아닙니다.
    농담으로 한 거니 용서하시지요"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강연에서 나온 김지하 시인의 주요 발언들.

    대한민국의 현 상황? 

    지금 현재 완강하게 생각했던 중국이 더러운 일본과 손을 잡으려고 하고.
    그래도 현 세계의 로마와 같다고 생각하는 미국이,
    북한에서 풀어준 2명의 미국인을 풀어준 상황에서 아주 뭐라 그럴까 서글서글한 말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항상 우리 편인가?
    중국은 대통령이 친하다고 하니까 우리 편인가?
    이 문제는 간단치 않아.
    이것은 위기일까요?
    위기일 수 있습니다.


    박근혜 지지했다고 반동분자? 

    나보고 미친놈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겠죠.
    반동분자라고 하고.
    나 이번에도 박근혜 지지한다고 반동분자라고.
    그래서 내가 너 기독교도 반동이냐?
    왜 말을 못해?
    기독교도 반동이야?
    야 임마 원수도 사랑하는 것이야.
    원수 사랑하는 것이 반동이야?
    박정희는 나의 원수다.
    맨날 고문당하고.
    그 원수를 사랑하는게 반동이야 이색희야?
    그럼 넌 기독교 사람들 반동 개새끼라고 욕좀해라.
    말 안하는 것 보니까 못하는구나.
    넘어갑시다.
    나 반동 아니라는 것.
    반동이란건 공산주의자나 하는 것이지.
    비리비리한 거리에서 돌아다니는 깡통 빨갱이들이 뭐 반동은 무슨, 무슨 반동.
    예...넘어가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해외발언에 관해서는 기가막혀!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가지 국내문제로 시끄럽지만 해외에 관해서는 기가막혀요.
    나, 대통령 대단히 인정한 적 없습니다.
    김대중씨는 내가 뭐 여러 양반들 직접 묶어줬어요.
    아 뭐 이런 자랑 할 필요도 없지만, 그러나 그 뒤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에이~...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에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내가 해외 발언 보고서는 박근혜씨를 대단하다고 평가합니다.
    모든 대통령 중에 처음입니다.
    여러분은 왜~ 그러냐고 생각하겠지만….


    북한 김정일은 '똥돼지'! 

    개새끼 보다 나쁜 똥돼지가 있어요.
    누구죠?
    민족 얘긴 그만할까요?
    이 두개의 똥돼지와 개새끼.
    이 사이에 껴있어요.
    북한 욕을 안하니까 서운해합니다만, 그래도 동포인데 어떨꺼야.
    좀 일본놈들보다 봐주고 넘어갑시다.
    그 새끼 나쁜 놈인거 다 아니까.
    왜 문제가 되느냐.
    전세계적으로 북한이 대표하고 있는건 공산주의가 아닙니다.
    무슨 놈의 공산주의가 3대에 걸친 전제 군주주의가 있어요.
    그리고 300만 굶어죽는데 지는 꼬냑 쳐먹는...
    허허 말 그만합시다.
    봐줘야하니까 동포니까.


  • ▲ 김지하 시인은 연설 중간중간 "안 그래요?" "박수 안 쳐요?" "공부 안합니까?" 라고 관객들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지하 시인은 연설 중간중간 "안 그래요?" "박수 안 쳐요?" "공부 안합니까?" 라고 관객들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 새누리당 김무성(사진 왼쪽) 대표는 출판기념회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사진 왼쪽) 대표는 출판기념회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2014.11.10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이인호 KBS이사장,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이거룡 인도철학교수, 김무성 새누리당 당대표, 윤상현의원, 김종훈 의원,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축전을 보냈다.

    선생님은 올곧은 신념과 용기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온 선구자이셨습니다.
    민족의 얼을 일깨우고 통일한국의 새시대를 제시하는 선생님은 평화공동체와 아시아공동체 건설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뜻깊은 행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