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죄송하다’는 고백 대신 “박근혜 심판?” “탄핵?” 현 정부에 모든 것을 떠넘긴 태도는 치졸하다"
  • 金씨는 세월호 참사와 무관한 인물이 아니다. 법적 책임, 정치적 책임을 떠나 끔찍한 참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느껴야 하는 위치인 셈이다. 그런 金씨가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고백 대신 현 정부에 모든 것을 떠넘긴 태도는 치졸하다. 아무리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이런 모습이 제2의 참사를 막고 슬프게 떠나간 이들과 더 슬프게 살아갈 남은 자들을 위로해 줄 수 있을까?

  • 1. 섬뜩하다. 이 정도 수준이구다! 

    소위 진보로 불리는 김상곤 경기지사 예비후보가 6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은 이랬다. 

    “국가의 기본을 저버린 박근혜 정권을 심판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生命)보다는 돈을, 공공가치(公共價値)보다는 개인이익(個人利益)이 우선하는 방향으로 나라를 잘못 끌어가는 박근혜 정권을 심판(審判)해야 한다. 이런 정권을 용납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탄핵(彈劾)받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박근혜 정권을 확실히 심판해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임기가 3년 반이나 남은 박근혜 정권이 국정기조를 바꿔야 우리 국민이 덜 불행해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金씨는 자신이 소속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모든 후보에게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해 박근혜 정권 심판에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2.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모습은 답답했다. 우왕좌왕, 좌충우돌. 그러나 지금은 구조(救助)도 끝나지 않았다. 실종자 수색이 첫째요, 애도(哀悼)와 위로(慰勞)가 둘째다.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책임(責任)을 정확히 가리는 것 또한 세 번째 중요한 과제다. 
     
    金씨는 실종자 수색도 안 끝난 상황에서 “(정부가) 피해자를 위한 종합 대책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격분했다. 그리고 모든 책임을 정부로 돌렸다. “국가의 기본을 저버린” “국민의 생명(生命)보다 돈을, 공공가치(公共價値)보다 개인이익(個人利益)을 우선한” “나라를 잘못 끌어가는” 죄.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보수건 진보건, 약간의 상식이 있다면 이런 맹목적 비난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첫 번째 책임자는 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船長)과 일부 선원(船員)들. 그리고 생명을 돈 버는 도구로 여겨온 선사(船社), 이들을 그렇게 부려온 유병언 일가다. 

    두 번째 책임자는 부패와 부정의 사슬로 연결된 해운조합, 한국선급, 해수부 등 소위 ‘해피아’다. 먹이사슬 꼭짓점엔 이 구조적 적폐(積弊)를 방조, 방관 심지어 결탁해 온 정치권이 있다. 한국 사회 부정, 부패, 음란 온갖 부조리가 빚어낸 사악(邪惡)의 열매가 세월호 참사인 것이다. 
     
    3. 金씨는 사건의 주범(主犯)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선장, 선원, 선사, 유병언 이라는 단어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정권에 대한 적개심(敵愾心) 뿐이다. 집권 3년 차 정부의 엉성한 대응을 절대 악으로 몰면서 “심판” “탄핵” 등 살벌한 언어로 비난했다. 

    金씨의 회견문에는 분노, 증오, 미움의 핏발은 서 있지만 그에 대한 합리적 논거는 전무하다. 평범한 시민들이라면, 이 회견문을 읽고 과연 박근혜 정부가 “국가의 기본을 저버린” “용납하면 절대로 안 되는” 대상인지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그저 ‘박근혜’가 미워 견딜 수 없는 이들을 달래는 격문 수준이다. 

    4. 金씨의 우격다짐은 회견문 끝으로 가면서 절정에 달한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거짓이 드러났지만 국민이 아직은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확실하게 깨달아야 한다. 먼저 우리의 책임을 참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미 국민께 두 번 큰 죄를 지었습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연이어 패배함으로써 오늘의 참극을 초래하는 죄를 지었습니다...우리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정권 심판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국민에게 또 다시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입니다”

    金씨의 말처럼 50% 이상 국민은 새누리당이 엉망진창임에도 불구하고 새민연을 대안세력으로 인정치 않았고, 총선과 대선에 연패했다. 대안 없는 야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인 셈이다. 그러나 金씨는 대안을 제시할 생각 대신 무조건 승리만 말한다. 국민이 왜 새누리당을 싫어하면서도 새민연에 대해서도 격렬한 조소(嘲笑)를 보내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다. 

    5. 비극에 휩싸인 안산 단원고는 경기교육청 관할이다. 경기교육청은 사고 이후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해 여론의 집중적 비난을 받았다. 특히 金씨가 지난 3월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교육감직을 그만둔 것이 경기교육청 엉성한 대처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金씨는 세월호 참사와 무관한 인물이 아니다. 법적 책임, 정치적 책임을 떠나 끔찍한 참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느껴야 하는 위치인 셈이다. 그런 金씨가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고백 대신 현 정부에 모든 것을 떠넘긴 태도는 치졸하다. 아무리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이런 모습이 제2의 참사를 막고 슬프게 떠나간 이들과 더 슬프게 살아갈 남은 자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가? 참담한 일이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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