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에 밀려 당론 결정까지 보름 걸려…이중적 계산 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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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의 기초연금법안 처리 현황.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의 이름 앞에 반대를 뜻하는 빨간색 불이 들어와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의 기초연금법안 처리 현황.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의 이름 앞에 반대를 뜻하는 빨간색 불이 들어와 있다. ⓒ 연합뉴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초연금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한길 공동대표도 반대표를 눌렀다.

    지난 16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함께 마련한 절충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기까지 안간힘을 쓴 두 공동대표가 정작 본회의장에서는 다른 선택을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당론에 반대한 강경파들의 비난을 피하고 당 지도부가 아닌 의원 개인의 입장은 달랐다는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계산이 깔린 행태로 풀이된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재석의원 195명 중 140명 찬성, 반대 49명, 기권 6명으로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법안이 통과됐다. 

    지금껏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등 당내 현역단체장들의 법안처리 요구가 빗발쳐왔다.

    자칫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반대로 법안처리가 무산될 경우 “새민련의 반대로 20만원을 못드리게 됐다”는 선거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다는 우려였다. 

    ◆ 예고된 수순…매사 강경파에 밀려 우왕좌왕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이중적 행태는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라는 견해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일차적 원인은 기초연금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당내 내분을 제 때 수습하지 못한 데 있다.
    지난 1일까지 의원총회를 세 차례 열고 여론조사까지 실시했으나 새누리당과의 절충안을 당론으로 확정짓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의총에서도 절충안 관철에 실패해 2일 오전까지 다시 의원들을 대상으로 “문자 메시지 설문 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이미 의원·국민 상대 여론조사에서 [절충안 찬성]이라는 결과를 얻어놓고도 “공인된 여론조사가 아니었다”는 강경파 반발에 밀려 재조사를 한 것이다.

    리더십의 실종은 강경파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의총에선 강기정, 이목희, 최동익 등 강경파 의원들이 “지난 대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지도부가 우왕좌왕 당론 확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찬성파들이 설 곳은 점점 좁아졌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본회의 당일까지 의원총회를 열었고 기초연금법 처리를 당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본회의에 절충안과 함께 국민연금과 연계 없이 소득 하위 80%의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지급하는 수정 동의안도 함께 올렸지만 부결됐다.

    ◆ 강경파 끝내 탈당… 안철수 리더십 시험대에

    법안처리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권유로 새민련에 입당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은 3일 성명을 내고 “기초연금법 통과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김 전 교육감은 새민련의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이기도 하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소속 의원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타협해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고도 박근혜 정부를 심판해 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기초연금법 절충안에 반발했던 김용익 의원은 이날 의원직 사직서를 냈다. 그는 보건복지위 소속으로 동료의원들에게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이 복지, 정치와 결별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선언했다.

    같은 상임위인 남윤인순 의원도 기초연금법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눈물로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광주시장 예비후보인 이용섭 의원과 강운태 현 광주시장은 새민련의 광주시장 전략공천 방침에 반발해 탈당 의사를 내놨다. 두 사람은 무소속 후보로 단일화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