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만두면 안 그만둔다고 뭐라하고, 그만두면 그만뒀다고 뭐라하니...”
  • 

    <3일 전>

    “국무위원들이 모두 물러나야 한다.”

    <3일 뒤>

    “정홍원 총리의 사퇴는 비겁한 회피.”


    조변석개(朝變夕改)

    세월호 참사마저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말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달랐다.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야당의 정치공세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정홍원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 ▲ 정홍원 총리가 27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정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 정홍원 총리가 27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정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유가족 여러분께 마음 깊이,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

    예방부터 사고 후의 초동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하여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빨리 사고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들은 한 목소리로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퇴를 비난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 시점에서의 사퇴는 무책임한 자세이며 비겁한 회피로,
    지금 총리가 바뀌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한길 공동대표도
    “구조와 수습이 한참 진행중인 이 시점에 총리가 자리를 비우는 것이
    진정 책임지는 자세인지 저는 동의할 수 없다”며
    안철수 대표를 거들었다.

     

  • ▲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2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세월호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정홍원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2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세월호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정홍원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각의 수장인 총리가 홀로 사퇴를 선언한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이며 비겁한 회피"라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새정치연합은
    정부 내각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새정치연합 신당 추진단장을 맡았던 설훈 의원은
    지난 23일 세월호 대책 예산지원 보고를 위해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에게
    “국무위원들이 함께 물러나며 상황수습에 대해 건의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강조했다.

    현오석 부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내각 사퇴를 건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은
    [이번 사고는 내각 총사퇴 이상의 문제]라며
    “국가의 기강이 무너진 문제고 신뢰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된다”고 내각을 정조준했다.

    새정치연합 소속의 한 의원도
    “지금 이대로 가는 건 국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내각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랬던 새정치연합이 갑자기 말을 바꿔
    정홍원 총리의 사퇴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자신들의 입장을 손쉽게 바꿔버리는
    [이율배반적 행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대책본부가 마련된 정부중앙청사를 찾아 상황보고를 받고 생존자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정상윤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대책본부가 마련된 정부중앙청사를 찾아 상황보고를 받고 생존자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정상윤 기자

     


    나아가 안철수 공동대표는
    [국가가 국민의 재산과 목숨을 지키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타깃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정치권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이
    6.4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를 최대한 이용,
    대통령의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내리려는 속내로 분석하고 있다.

    60%대를 웃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여당이 지방선거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새정치연합 측의 행보에 대해
    새누리당은 거듭 자제를 촉구했다.

    새누리당 함진규 대변인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에 여야가 정쟁(政爭)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합의하고 선거까지 중단했는데,
    야당이 오늘을 기점으로 총공세에 나서니...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집권 경험이 있는 야당이질 않느냐.
    지금은 정쟁을 자제해야 할 때라는 걸 알아야 한다.

    여야는 지금 세월호 사태 수습에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하는데
    야당에서 자꾸 책임론을 제기하며 내각 사퇴를 주장하고, 
    이제와서 총리가 사퇴를 한다니 왜 그만두냐고 비난하고,
    대체 명확한 입장이 무엇인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총리가 사태를 수습할 수 있게끔 좀 놔둬야 한다.
    지금은 내각 사퇴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민생이 우선 아닌가.
    그럼 조용히 내부적으로 처리하면 될 일인데,
    이번 사태를 책임지라며 사퇴를 종용해놓고,
    안 그만두면 안 그만뒀다고 뭐라하고,
    그만두면 그만뒀다고 뭐라하니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


    한편, 여야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조용하게 법안 처리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달 15일~16일 본 후보 등록 등
    촉박한 선거 일정을 앞두고 선거전에 다시 불이 붙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새정치연합 광주시당에선
    계파 공천을 둘러싼 갈등으로 경찰이 출동한 가운데
    당직자와 당원들이 몸싸움을 벌여 파문이 일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