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총리 전락 우려, 근본적 대책 아냐..직접 정치공세 차단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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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에 대해 [先 사고 수습, 後 사표 수리] 원칙을 내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총리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것에 대해 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구조작업과 사고 수습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사고 수습 이후에 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사고 후 초동대처 미흡, 해양사고에 대한 대응 메뉴얼 미비 등
    사고 원인과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미숙했던 점이 드러나면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사실상 총책임자로서의 리더십에 흠집이 간 상태.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상황에서 총리의 사표를 [일시 반려]한 것에는
    대책본부 수장의 공백을 우려한 현실적인 해석 이면에 정치적 전략도 엿볼 수 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가 정권심판론으로 번지기를 기대하는
    야권의 공세에 대응할 시간을 끄는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내각 총사퇴와 대통령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야권의 반발에
    [일단은 사고 수습부터 하자]는 명분으로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관련 부처 장관들이 일괄 사표를 내는 모습은
    청와대 입장에서는 극도로 경계하는 상황이다.

    민심이 예민한 시기에 이뤄지는 장관 인사청문회는
    야당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로 삼을 공산이 크다.
    만약 청문회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드러나 낙마라도 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체육관을 방문해 애타는 가족들과 손을 잡고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체육관을 방문해 애타는 가족들과 손을 잡고 있다. ⓒ 뉴데일리

     

    대통령 대국민사과도 쉽게 선택할 카드가 아니다.

    여론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사과를 한다고 해서 민심이 수습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대통령 사과를 계기로
    [정부 불신임] 분위기가 더 확산될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사과를 하려면 벌써 하지 않았겠느냐.
    지금은 사태를 잘 수습하는게 먼저다.
    사고 수습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계속된 분열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 청와대 관계자

     

    문제는 총리의 사표 일시 반려가
    일시적인 시간 끌기용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데 있다.

    사의 표명으로 정 총리가 사실상 [허수아비 총리]로 전락한 상황에서
    이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상황을 수습해야 할 당사자가 됐기 때문이다.

    전국적 애도기간 중에도 눈치만 보다가 서서히 정권심판론에 시동을 거는 야권이다.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만으로 물러설 분위기는 아니다.

    야권 내에서도 무차별적인 공격으로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견제기능을 잃은 야당 무능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정부 책임론에 대해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와 선거를 연관시키려는 야권의 움직임을
    대통령이 능동적으로 차단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야권의 공세를 시작하기 직전 총리 교체 카드를 내놨다는 점도 
    선제적 공세를 취하겠다는 청와대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