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일제의 야심작 ‘센토쿠’ 잠수항모와 ‘세이란’
  • 지난 2일(현지시간),
    美하와이大 해양 과학자들이
    2차 대전 당시 일제가 만들었던
    [잠수항공모함]의 잔해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해양학자들이
    지난 8월 하와이 오하우 앞바다에서 발견한
    일제 잠수함의 길이는 122m.
    1970년대 핵추진 탄도탄 잠수함(SSBN)이
    나오기 전까지는 세계 최대의 크기였다.

  • ▲ 하와이 오하우 앞바다 해저에서 발견된 일제 잠수항공모함의 잔해. [사진: NGC 다큐멘터리 화면캡쳐]
    ▲ 하와이 오하우 앞바다 해저에서 발견된 일제 잠수항공모함의 잔해. [사진: NGC 다큐멘터리 화면캡쳐]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 [일제 잠수함]의 존재를 신기해했다.

    이 [일제 잠수함]의 정체는 사실 항공모함이다.

    일제는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기습공격을 실시했다.
    태평양 전쟁의 서막.

    당시 진주만 기습을 지휘했던 일제 해군제독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미국과의 전쟁이 길어질수록 불리하다고 판단,
    美본토에 대한 기습공격을 통해
    미국 내 반전여론을 확산시켜
    전쟁을 협상으로 끝낸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에 따라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센토쿠> 잠수 항공모함이다.

  • ▲ 진주만 기습을 지휘하고 잠수항공모함 계획을 주도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 [사진: NGC 다큐멘터리 화면캡쳐]
    ▲ 진주만 기습을 지휘하고 잠수항공모함 계획을 주도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 [사진: NGC 다큐멘터리 화면캡쳐]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독일군의 <U-보트>가
    세계 대전에서 큰 활약을 한 걸 떠올려
    잠수함으로 기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먼저
    [잠수함 기습공격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美서부 산타바바라 해안에 잠수함을 보내
    정유시설 공격을 시도했다.

    공격은 실패하다시피 끝났지만
    희미한 가능성이 보였다.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보다 강력한 화력을 가진 잠수함 개발을 독려한다.
    이때 나온 것이 항공모함의 화력과
    잠수함의 은밀한 침투능력을 합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I-400>급 계획은 초기 난관에 부딪혔다.
    당시 전투기나 폭격기들이
    지금의 항공기보다는 훨씬 작지만,
    마찬가지로 잠수함 또한 여유 공간이 적었던 것이다.

    일제는 고민 끝에
    동체 2개를 나란히 붙여 문제를 해결했다.
    잠수함 1척에
    폭격기 3대를 실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 ▲ 일제 잠수항공모함 2번함인 'I-401'의 실제 모습. [사진: NGC 다큐멘터리 화면캡쳐]
    ▲ 일제 잠수항공모함 2번함인 'I-401'의 실제 모습. [사진: NGC 다큐멘터리 화면캡쳐]

    그렇게 일제는
    1943년 1월
    <I-400>급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다.

    당초 일제의 <I-400>급 생산계획은 18척.
    이들을 모두 합쳐도 폭격기 수는 54대에 불과했지만
    일제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
    화력이 약한 대신 생물학 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일제는 <I-400>을 만들면서
    잠수 항모에 실을 폭격기
    <M6A1 세이란(晴嵐)>도 제작했다.

  • ▲ 일제 잠수항공모함이 3대 씩 싣던 폭격기 'M6A1 세이란'.
    ▲ 일제 잠수항공모함이 3대 씩 싣던 폭격기 'M6A1 세이란'.

    <M6A1 세이란>은
    길이 10.64m, 폭 12.26m, 높이 4.58m,
    최대 중량 4,250kg의 소형 폭격기였다.
    하지만 1,400마력의 엔진을 달아
    최고 속도가 500km/h를 넘었다.
    폭탄 탑재량은 800kg.
    잠수 항공모함에 실을 수 있게
    날개를 접은 뒤 90도로 꺾을 수 있었다.

    <M6A1 세이란>은 목표 지점에 도달한 뒤
    이륙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오일을 미리 히터로 데우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했다.

    일제의 잠수 항공모함 계획은 착실히 진행됐다.
    하지만 1943년 4월
    미국이 솔로몬 제도 상공을 비행하던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비행기를 격추하면서
    계획은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후원자를 잃은 <I-400> 계획은
    건조 척수가 절반(9척)으로 줄어들었다.

    첫 <I-400>은 1944년 12월 완성됐다.
    몇 달 뒤에는
    두 번째 잠수항공모함 <I-401>이 완성됐다.

    완성된 <I-400>급은
    길이 122m, 폭 12m, 수중 배수량 6,550톤으로
    당시 잠수함 중에서는 가장 컸다.
    폭격기 <M6A1 세이란>의 격납고 길이는 31m였다.

  • ▲ 잠수항공모함 I-400의 세이란 폭격기 격납고를 미군이 들여다 보고 있다. 길이가 31m나 됐다.
    ▲ 잠수항공모함 I-400의 세이란 폭격기 격납고를 미군이 들여다 보고 있다. 길이가 31m나 됐다.

    자체 무장으로는
    140mm 포 1문, 25mm 대공포 10문,
    533mm 어뢰발사관 8문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슈퍼 잠수함] 개발에 성공한 일제였지만,
    태평양 전쟁은 이미 패색이 짙었다.
    일제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I-400>과 <I-401>을 美본토로 보냈다.
    소형 잠수함 2척이 이들과 동행했다.

    1945년 7월 20일
    <I-400>과 <I-401>이
    美본토를 향해 출발했다.

  • ▲ 바다를 항해하는 일제 잠수항공모함 I-400. [사진: NGC 다큐멘터리 화면캡쳐]
    ▲ 바다를 항해하는 일제 잠수항공모함 I-400. [사진: NGC 다큐멘터리 화면캡쳐]

    당초 목표는 美해군을 묶어두기 위해
    파나마 운하로 정했지만,
    美해군과 해병대가 일본 본토로 계속 접근하자
    美해군 기동부대 정박지인
    울리시 환초로 목표를 바꿨다.

    공동작전을 위해 먼저 출항했던
    소형 잠수함 2척 중 1척은 미군에 발각돼 격침당하고,
    <I-401>은 미군에 쫓겨 접선장소로 나오지 못했다.
    결국 <I-400>과 <I-401>은
    다른 곳에서 명령을 기다리며 대기했다.

    <I-400>과 <I-401>은
    1945년 8월 14일 함대사령부로부터
    [작전 시기를 8월 25일로 연기하라]는 명령을 듣었다.
    하지만 8월 15일,
    일제는 미국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일본으로 돌아온 <I-400>과 <I-401>은 미군에 의해 압수됐다.
    미군은 이 [잠수항공모함]의 크기에 놀랐다.
    곧 과학자들이 이 비밀병기의 분석에 착수했다.

    하지만 1946년 봄,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된
    미국과 소련 간의 대결구도가 세계적 양상으로 번지자
    미군은 <I-400>과 <I-401>을 침몰시키기로 결정했다.
    미국을 기습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미래의 적]이 될 수 있는
    소련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 일본의 무조건 항복 이후 미군이 분석한 I-400급. [사진: NGC 다큐멘터리 화면캡쳐]
    ▲ 일본의 무조건 항복 이후 미군이 분석한 I-400급. [사진: NGC 다큐멘터리 화면캡쳐]

    1946년 5월 31일,
    <I-401>는 하와이 진주만 근해에서 침몰했다.
    6월 2일, <I-400>도 모처에서 침몰했다.

    그로부터 60년 뒤인 2005년,
    하와이 오하우 앞바다 해저에서
    <I-401> 잠수항공모함이 발견됐다.
    <I-400>은 2013년 8월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일제가 만들었고, 작전에는 성공하지 못했던
    잠수 항공모함 <I-400>은
    이후 미국 핵추진 잠수함들의 설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M6A1 세이란> 폭격기의 격납고는
    잠수함에 핵미사일을 수납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I-400> 잠수항공모함이 침몰한 지 60년이 지난 지금도
    [잠수 항공모함] 아이디어는 가끔 나온다.
    하지만 현대전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잠수 항공모함]이 나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400> 잠수항공모함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2010년 12월 방영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