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이 경기 북부지역에 한국 육군 병력도 참여하는 '한미연합사단' 창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사단이 창설되면 미군의 소위 '인계철선'이 유지될 뿐 아니라 북한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연합사단 창설시 미군 전투병력 및 미 2사단 포병전력 등도 일부 잔류하게 돼 주한미군 이전 계획의 손질도 불가피하다. 이 경우 추진 과정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커티스 스카파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25일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연합사단 창설 방안을 초기 단계에서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미군 고위 당국자가 연합사단 창설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일 취임한 스카파로티 사령관은 취임하고 나서 미 2사단을 방문, 토마스 밴댈 사단장으로부터 창설 계획안을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연합사단은 미 2사단과 한국 육군으로 구성되는 혼성부대를 말한다. 이 방안은 작년 초 당시 김상기 육군총장이 존 D. 존슨 미 8군사령관에게 의사를 타진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김 총장은 주한미군 이전계획에 따라 평택으로 옮겨가야 하는 미 2사단을 경기북부 지역에 잔류토록 하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미측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합의에 따라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의 신속 전개가 보장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미 2사단마저 한강 이북에서 완전히 빠지면 불안감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 육군과 미 8군사령부 간에 계획을 발전시켜 양국 국방 당국에 보고한 뒤 본격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연합사단 창설 계획이 외부에 노출되면서 이 계획은 잠정 보류돼 왔다.

    하지만 미 2사단장이 이 계획을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보고한 이상 미국 국방부와 합참에서도 인지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윤희 합참의장과 스카파로티 연합사령관 사이에 연합사단 창설 논의가 앞으로 본격화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카파로티 사령관은 "최윤희 합참의장과 논의한 바는 없다"면서도 "연합사단 창설 과제에 많은 관심을 두고 검토할 것이다. 한국 정부 고위급과도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해 창설 논의를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스카파로티 사령관이 이날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한강 북부지역 잔류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발언도 눈길을 끈다.

    그는 "한강 이북, 즉 우리가 1구역이라고 칭하는 구역에 작전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 (미군이) 잔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한국 방어를 수행할 때 효율적인 방어를 위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카파로티 사령관이 언급한 1구역은 군사용어로 말하면 '전투지역전단'(FEBA)이다. 지상전투부대의 주력이 전개된 일련의 최전방 한계선을 의미한다.

    이 지역에 근무하는 미군은 소위 '인계철선' 역할을 한다. FEBA지역에 근무하는 미군이 북한군의 공격을 받게 되면 미국 본토 병력이 자동으로 개입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용어가 붙었다.

    우리 육군과 미 8군사령부는 연합사단 창설 방안을 논의할 때 주한미군 포병여단(201화력여단)이 동두천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데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병여단에는 사거리 45㎞의 다연장로켓(MLRS) 30여문이 배치되어 있다. 이 무기는 유사시 북한의 장사정포와 기계화부대를 타격하는 데 동원된다.

    스카파로티 사령관은 "(2사단 병력의) 한강 이북 잔류도 고려되고 있지만 아직 결심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민감한 이슈라서 조심스럽게 검토할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연합사단 창설과 2사단의 경기북부 잔류 협의가 본격화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들은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동두천시의회는 지난해 6월 연합사단 창설 계획이 공개되자 반대 성명을 내고 백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