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난하라”며 나설 공직자, 없소?
지금 미국은
국민건강보험신청 웹사이트의 결함으로 인한
가입신청 불편이 의회에서 정쟁초점이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저소득층의 상당수가 건강보험이 없어
고통 받는 것을 알고
대통령 당선 후
모든 국민이
싼 보험금으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Affordable Care Act)을 내세웠는데,
이를 오바마케어(Obamacare)라고도 한다.
그의 친모가
당시 이런 국민건강보험이 있었더라면
비명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국민들이
미국에 너무 많기 때문에
조속한 시기에 이 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의회에 강력하게 요청해 왔는데,
여소야대의 하원에서 이를 반대하면서
이 국민보험예산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을 기일 내에 통과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 역사상 보기 드문
정부가 셧다운 되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
이로 인해 국정에 많은 차질이 빚어지고,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면서
야당인 공화당은 국민들에게 눈총을 받기 시작했다.
CBS의 조사에 의하면
정부를 셧다운 시킨 연방의회 의원들에 대해
국민의 85%가 불신임했고,
워싱턴포스트와 ABC 조사에서는
공화당의 비호감도가 6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공화당의 일보 양보로
국민건강보험이 내년 1월1일부터 실시되는데,
내년 예산이 시작되는 금년 10월1일부터
국민들이 정부의 컴퓨터시스템에 접속하여 신청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많은 신청이 몰려서
신청 사이트가 셧다운 되는 바람에
이를 주관하고 예산을 집행 하는
보건부(Health and Human Service)가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
이렇게 서론이 길었던 것은
최근의 복잡한 정국에서
사표 제출이라는 의회의 압력에 굴하지 않은
보건부장관(Secretary of HHS)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서다.
Kathleen Sebelius 보건부장관은
컴퓨터시스템의 결함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나를 비난하라(Blame me for Web site's flaws.)”고
의회에서 당당하게 나섰고,
이에 대통령도 그녀를 용서한 것이다.
Kathleen Sebelius 장관은
주지사의 딸로 태어나 정계에 입문하여
2002년도에 캔사스주의 주지사에 당선되었는데,
부녀가 주지사가 된 것은 미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재선 후 두 번째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09년도에 오바마 정부의 보건부 장관에 임명되었는데,
그녀는 국민을 위해서 옳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밀고나가는 카리스마의 소유자이며,
이번 의회에서 받은 공격에도
당당히 자기가 책임을 지고
컴퓨터의 결함을 고치겠다고 의회를 설득시켰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런 카리스마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장관들이나 CEO들을 불러다 놓고
국민의 뜻을 들먹이면서
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막 대하는 것을 자주 보았는데,
이런 한국의 정치풍토는 상식을 벗어난 것 같다.
이것이 정말 국민의 뜻인지 묻고 싶다.
Kathleen Sebelius 보건부장관의
용기와 책임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대의를 위해 정쟁을 초월한 국회의 결단,
장관에게 끝까지 사태를 수습하고 책임질
기회를 준 대통령의 믿음,
거기에 국민의 지지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로버트 김(robertkim0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