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구조물-종교 인사 구속 문제도 거론靑, 협상 MOU라며 비준 사항 아니다 주장입법 사령탑, 김병기도 개인 논란 후 탈당김민석-美 부통령 회담 나흘 만에 일방 통보野 "성공이라더니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나"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가운데 B-2 스텔스기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가운데 B-2 스텔스기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하며 원인을 한국의 국회 탓으로 돌리자 정치권에서는 '여권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회 비준'을 주장하는 야당의 관세 검증을 방어하려다 국회 의사 결정이 미뤄진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친중 행보'와 '쿠팡 및 디지털 규제 문제 해결'과 같은 현안이 트럼프를 자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민석 국무총리 방미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이어진 되치기여서 뼈아프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정부가 그토록 성공이라 자화자찬한 한미 관세 합의가 얼마나 불안정한 구조 위에 놓였는지 극명히 보여준다"면서 "지난해 체결된 관세 합의는 분명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는 시점 기준으로 관세별 소급 인하하기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국회 비준 시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 뜻대로 관세 보복이 이뤄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가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제정하지 않았기에 나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 관세 품목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관세율이 당분간 양국의 관세 협의 전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정부와 국회도 발 빠르게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국민의힘 소속인 임이자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은 이날 오후 여야 간사와 함께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과 회동을 진행했다. 당 소속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도 여야 간사를 불러 정부로부터 관세 협상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

    야당은 청와대와 여당이 줄곧 관세 협상이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는 점을 두고 안이했다고 지적한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5일 한미 관세 합의 MOU 체결이 조약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도 국회가 할 일은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면서도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에만 열을 올려왔다. 이마저도 원내 사령탑인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각종 갑질 의혹과 공천 헌금 의혹에 휩싸여 사퇴 후 당을 탈당하면서 시간이 흘러갔다. 지난해 12월 야당이 대미투자특별법 관련한 공청회 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비준이 필요 없는 양해각서였다면 왜 미국은 승인 거부를 보복 명분으로 삼을 수 있었느냐. 반대로 비준이 필요했다면 왜 특별법으로 우회하려 했느냐"면서 "어느 쪽이든 국민과 야당은 정확한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친중 행보'를 보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은 지난 1월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조우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무단으로 설치한 서해구조물 등의 해법으로 '서해 공용 수역'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 측은 서해에 설치한 구조물 3개 중 1개를 철수하기로 했고 실무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내에 중간 선을 긋는 방식이다.

    미국 측은 이러한 중국의 행태를 인공섬을 통한 영해 확장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서해는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을 즉각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 요충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진짜 물고기를 양식하는 양식장"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하며 중국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이미 우려를 표한 상태다. 조사처는 지난해 5월 "중국의 서해 구조물은 감시, 정찰, 항로 방해 등의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경우 우리의 서해 관할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이란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새해 벽두부터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축출한 트럼프 정부를 관통하는 피비린내 나는 키워드가 바로 친중 국가에 대한 봉쇄"라며 "미국은 중국이 다시는 도전장을 내밀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기 전까지는 절대 대중국 봉쇄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셀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셀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연합뉴스
    미국 당국이 수차례 우려를 표했던 '쿠팡 관련 논란'에도 정부와 여당이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중국 상하이에서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직원이 중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반중 정서가 있다'는 질문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쿠팡의 범죄 행위자가 중국 사람이다? 어쩌라고요"라고 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전형적인 '대중 굴욕 외교'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의 방중 후 "줄 잘 서라는 경고만 남은 굴욕적 방중"이라며 "중국의 불법 서해 구조물에 대해 중국 처지를 대변해줬다. 결국 중국에 서해를 조공으로 바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비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미국 의회와 정부는 무역 합의 뒤 한국 국회가 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과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자국 기술 기업에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주장해 왔다. 제임스 헬러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지난 1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앞으로 디지털 분야 무역 장벽 폐지 합의를 지키라는 요지의 서한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 회귀 선언이 김민석 국무총리가 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국무총리실은 김 총리가 41년 만에 국무총리 첫 단독 방미라고 홍보했다. 김 총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미 연방 하원의원들과 오찬 간담회, 지난 23일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했다. 총리실은 김 총리와 밴스 부통령이 직통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핫라인'을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이 자리에서 밴스 부통령은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 구속과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손 목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인사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김 총리는 쿠팡 문제와 종교 대상 수사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며 미 정가의 불신을 가라앉히는데 총력을 다했다고 한다.

    김 총리는 미국 특파원들과 기자 간담회에서 쿠팡 투자자들이 이 대통령을 '반미 친중' 성향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한미 관계는 특정 기업 로비로 흔들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했다.

    밴스 부통령의 우려는 미국 정부가 이재명 정부를 보는 시선을 대변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산 미국 공군기지 압수수색과 순직 해병 특검팀의 김장환·이영훈 목사가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압수수색을 걱정하기도 했다.

    야당은 이런 지점이 결국 통상 현안을 통한 미국의 압박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차례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변화가 없는 이재명 정부의 태도에 대한 경고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다가오는 중간선거나 이런 데서 명시적인 어떤 결과물이 필요하다"며 "한국과의 합의에서 200억 달러를 입금하기로 한 이런 것이 진행이 안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쿠팡이 한국에서도 많은 대관 로비스트 조직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미국에서도 엄청난 양의 로비스트들을 지금 굴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근 이런 돌발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그런 것도 포함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비준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야당과 논의를 통해 대미투자특별법 통과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오늘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무관하게 이미 정부와 국회 간 2월에 심의하는 것을 정부에서도 요청했고 저희 쪽도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며 "국익과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비준이냐 입법이냐 가지고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야당도 적극적으로 입법 과정에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