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강조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취임 후 내세운 대북정책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유라시아 전략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이은 외교ㆍ안보 구상의 제3탄 격이다.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북한과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이 참여해야 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전제돼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외교ㆍ안보 구상의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제안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현재 동북아 지역이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반면 군사 및 외교 갈등은 더욱 험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을 '아시아적 패러독스(역설)'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냉전시대 동ㆍ서 진영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구 유럽안보협력회의) 과정을 통해 대결과 긴장을 완화하고 협력의 공간을 확대한 예를 들면서 자신이 취임 후 주장해 온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실천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핵안전과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사이버협력, 자금세탁 방지 등 연성이슈부터 시작해 대화와 협력을 축적해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자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이 진전됨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유럽의 경험처럼, 가장 민감한 사안들도 논의할 수 있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번영과 협력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역내 국가들의 '동북아 미래에 대한 인식 공유'를 위해 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의 예처럼 동북아 공동의 역사교과서 발간을 제안한 것이다.

    이를 통해 동ㆍ서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협력과 대화의 관행을 쌓아간다면 갈등과 불신의 근원인 역사문제의 벽을 허물 날이 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 역사교과서 출간은 지난 2003년 1월 엘리제조약 체결 40주년을 계기로 독일과 프랑스 청소년 의회에 참석한 영국 청소년 대표가 공동역사교과서 출간을 제의하고, 양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시작됐으며 지난 2006년 7월 현대사부문이 출간됐다.

    2008년 4월에는 근대사 부분인 2권(1814년-1945년)이 출판됐다. 양국은 이를 통해 '역사적 화해'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박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의 경직성은 유럽의 가해국인 독일에 비해 훨씬 강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는 한ㆍ중ㆍ일 공동교과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한ㆍ일 공동교과서 집필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구체적 성과물로 이어지지 못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한편 동북아 지역의 갈등과 대립이 군사적 대결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돼야 함을 강조했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역내 긴장을 키우는 북한은 물론, 영토분쟁 과정에서 무력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중국과 일본을 언급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이렇게 축적된 동북아의 협력 문화는 당면한 북핵 문제를 포함한 안보위협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동인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