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우물 벗어나야 할때다

    로버트 김

  • 올해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2013년 세계 성 격차(Gender Gap Index)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양성 평등 순위에서 조사대상국 136개국 중 11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아랍에미리트(109위), 바레인(112위)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나라는 여성이 자동차 운전도 못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는데, 왜 우리나라가 이 정도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또한 한국은 유교 문화권에서도 중국(69위)과 일본(105위)에도 뒤처지고 있다. 최근 동남아 5개국(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2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국가이미지 선호도가 발표되었는데, 7점 만점에 우리나라는 5.55로 4.65인 중국보다는 높지만, 일본의 6.03보다 낮았다.

    최근 몇 년 간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좋은 인상을 주고 있어 언젠가는 한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 그룹의 일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우리 국민들의 사고방식을 고치지 않으면 그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워 지금으로서는 그 때가 아닌 게 분명하다. 외국에서 매긴 한국의 점수가 의외로 낮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는 미국의 귀화인으로서 조국을 도왔다는 이유로 12년의 선고를 받고 미 연방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을 무렵부터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외국에 사는 내가 느낀 한국, 외국에 알려진 한국의 모습은 한국 안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것도 알게 되었다.

    외국에서는 한국을 일반 국민들의 가계비가 너무 높고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아 경제적으로 불안한 나라로 본다.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수입에 맞게 지출하려고 노력을 한다. 미국의 가장 일반적인 화폐 단위는 1달러, 한국 돈으로 1000원 정도인 반면, 한국 사람들이 흔하게 쓰는 1만원짜리 화폐는 미국 돈으로 약 10달러나 된다. 우리 같은 서민에게 한국의 물가는 ‘untouchable(손으로 만질 수 없는)’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고가의 명품들이 잘 팔리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비쌀수록 그리고 비싸야만 잘 팔리는 나라로 유명하다 보니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앞 다퉈서 한국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한국인의 씀씀이에 많이 놀랐다. 지난 번 한국에 갔을 때 시내의 한 백화점에 들른 적이 있다. 하나도 사지 못했지만 의복매장에서 우연히 가격표를 보니 동그라미가 몇 개 붙었는지 한눈에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한국의 일반 소비자들은 한국의 물가가 높은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버스나 전철을 탈 때 신용카드로 요금 계산이 되는 것을 보았다. 우선은 그렇게 시스템을 계량화한 기술적 발전이 놀랍기도 하지만, 그만큼 신용카드가 생활화된 것은 불안요인이 되기도 한다. 쉽게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보다 신용카드를 먼저 상용화한 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아직도 신용카드는 빚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신용카드로 쉽게 빚을 지는데, 한국에서는 국가에서 개인의 카드빚을 탕감해주고 있다니 이것이 오히려 빚을 더욱 쉽게 지도록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한국 정부 지도자들은 한국이 정치적으로,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국민들에게 말한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한국은 여전히 전쟁의 위험 아래 놓여있고, 북한의 핵 위협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자본이 안심하고 들어갈 수 없는 나라로 보고 있다. 세계에서 공산주의가 남아있는 국가는 북한과 쿠바뿐이다.

    싱가포르는 외부의 침략위험이 낮고, 강력한 지도자 밑에서 국민들이 정직하고 서구화된 교육을 받고 모든 기업들이 투명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은 안심하고 투자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동양에서 한국을 일본, 싱가포르, 홍콩 다음 정도로 보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한국의 현행법이 한국을 사업하기 좋은(business friendly)나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법이 자주 바뀌고, 아직도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 간에 비리가 있다는 것은 외국인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흔히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원조라는 것이 미국, 일본, 중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한국은 그렇게 많은 원조를 할 국부가 없다. 그러므로 한국은 원조를 주는 나라가 못된다고 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돈보다는 몸으로 때우는 방법이 최선이다. 예를 들어 파병 같은 것이다.

    지금 한국 국민들은 한국이 잘 산다고 생각하고, 지도자들은 외환보유고가 많다고 안심하고 있는데, 그런 생각은 위험천만이다. 외국 기업들이 자기 집 드나들듯 안심하고 자기 집(branch office)이나 둥지를 칠 수 있도록 정부나 국민들이 선진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을 순방하며 세일즈 외교를 펼치고 있는데, 그렇게 애써서 번 돈으로 명품을 수입하고 고가의 와인을 마시면서 겉으로 높은 문화를 자랑할 시기가 아니다. 국민의식을 바꾸는 교육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이 돈으로 젊은이들로 하여금 글로벌형 인재들이 많이 배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우물에서 벗어나 세계무대에서 진정한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로버트 김(robertkim0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