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수,목 드라마(밤10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상속자들>(연출 강신효 극본 김은숙) 30일 방송에서는 한결같이 냉대하는이복 형을 향해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내는 김탄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그 모습이 특별함으로 다가 온다.  


    김원(최진혁)은 어머니가 셋이다.
    친 어머니는 어릴 때 돌아가셨고 호적상 어머니(박준금), 그리고 같이 살고 있는 김탄(이민호)의 어머니 한기애(김성령), 이렇게 셋이다. 

    두 어머니는 웬일인지 김원 앞에서 꼼짝 못한다. 이복동생 김탄을 미국으로 보내며 영원히 오지 말라고 했는데,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미국에서 돌아왔다. 김원은 김탄이 온 것을 알자 마자 호텔로 잠자리를 옮긴다. 돌아 갈 생각이 없는 김탄을 보고 김원은 아주 집을 나가려고 짐을 싸러 집으로 온다.

    김원이 아주 나간 것으로 알고 안심하고 있던 한기애는 불쑥 들어 오는 김원을 보고 놀란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같이 생각나는 대로 말을 뱉어 말하는 김탄의 엄마 한기애는 말만 꺼냈다 하면 번번이 김원한테 면박을 당한다. 


    어머니 셋을 만들어 놓은 아버지(정동환)한테 누룩을 넣어 부풀어 오른 빵 반죽처럼 잔뜩 불만으로 삐죽이 부풀어 올라 있는 김원은 아버지에게 집을 나가겠다고 한다.
    두 아들을 다 곁에 두고 싶어하는 아버지는 탄이 이제 겨우 18살이라고 말한다.

      "어머니가 돌아 가실 때 전 겨우 6 살이었어요!
    새 어머니도 모자라 아버지 품에 안긴 이복동생을 맞이 했을 때는 12 살이었구요!
    잃는 것이 많아도 상관 없어요. 그 누군가 상처를 받을테니까요!
    그 상처는 저에게는 위로가 됩니다!" 

    형이 집에 돌아왔다는 말을 들은 탄은 기뻐서 형한테로 달려와 같은 집에서 살자고 매달린다.
    하지만 형은 조금도 곁을 주지 않으며 말 한마디 한 마디 김탄을 찌르는 말만 한다.

    "일곱 살 짜리처럼 네가 자꾸 날 쫓아 다니면 난 이렇게 피할 수 밖에 없다!
    네가 내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생각들지 않냐?
    이번엔 내가 미국을 가야겠어?" 

    김탄은 그렇게 심한 말에도 아랑곳없이 모든 것 자기가 잘못했으니 같이 살자고 팔을 붙잡는다.

    "네가 날 잡아? "
    "난 형한테 이런 용기도 못 내?"

    심장을  도려내는 심한 말에도 어쩌다가 탄이 형한테 하는 말은 겨우 이 정도 말 밖에 못 한다. 
    형이 차갑게 바람을 일으키며 나가고 나서 탄의 눈에는 너무 아프고 슬프고 가슴이 찢어져 눈물을 글썽인다.
     
    이 드라마에서 이민호는 혼자서 곧잘 눈물을 글썽거린다. 아무도 모르게...
    날카로운 종이에 살갗이 에이듯, 비정상적인 가정이, 피 흘리고 있는 형이, 
    질주하며 요동치는 청춘이, 탄의 가슴에 와서 스칠 때마다 베어지고 있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원을 따라 포도주 창고로 쫓아 내려 간 탄.

    "주제 넘지만 난 형 이해 해!
    난 형하고 안 싸워! 질게 뻔하니까.
    진심도 없는 싸움을 어떻게 이겨!"

    하면서 형한테 다가가 끌어 안는다.

    설사 마음 속에서는 흔들림이 감지 된다해도 사람이란 쉽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돌리지 않는 법! 
    따뜻한 탄의 온기에 순간 움찔 놀라면서도 독립투사처럼 꿋꿋이 투지를 내세워 거침없이 원은 돌아서 가 버린다. 



    사실 김원도 마음 속에서는 탄을 미워하지 않는다. 아니 탄처럼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  탄한테 모진 말을 할 때마다 자신의 심장에도 칼을 들이대면서 어린 동생을 한사코 떼어내며 멀리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으로 서자라는 말을 친구한테 했다가 졸지에 그 친구한테 차가운 멸시의 눈길과 버림을 받아야 했던 김탄이다. 부모들의 잘못으로 첩의 아들, 서자라는 뼈 아픈 말을 들어야 하고 자신의 출생을 숨겨야 하는 탄은 넓디 넓은 궁궐같은 집에서 쓸쓸히 앉아있다.

    들풀 속에서 잘 보이지 않게 피어 있는 한 송이 꽃은 더 할 수 없이 순결하면서도 고귀하다.
    이 드라마에서도 예리한 단도로 찔러대는 형으로 인해 피를 흘리면서도 변함없는 애정으로 형에게 다가가는 탄의 모습이 마치 그 아름다운 꽃 같다.   

    끝까지 형에 대한 사랑을 보여 주는 탄의 향기를 맡았으면 좋겠다.

    [사진출처 = SBS 방송 캡처]